24.08.16 14:39최종 업데이트 24.08.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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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만행(萬行)은 불가에서 모든 집착과 번뇌를 버리고 심신을 수련하는 수행의 일종으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행위를 일컫는다. 하지만 불가의 만행과 같은 소리지만 다른 뜻을 가진 단어가 있다. 즉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 행동, 즉 악행을 행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일흔아홉 번째 광복절 즈음에 만행(蠻行)이 벌어지고 있다. 독립기념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등 정부 세금으로 운영되는 역사 4단체 모두 뉴라이트 계열 인물이 점령했다.

'일제 강점기가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는 망언, 8.15 건국절을 주장해 온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 국책기관 인사사태를 두고 이종찬 광복회장은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그리고 1965년 광복회 창립 이후 최초로 광복절 정부 경축식 불참 선언을 하게 된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광복회, 56개 독립유공단체 주최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결국 정부와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의 광복절 기념식이 따로 열렸고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식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 모여 독립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라고 통탄의 마음을 표현하게 된다.

광복회를 비롯 독립운동단체 56곳이 따로 마련한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굳이 역사에 정치를 끌어들이고 독립기념관장 인사마저 이념전쟁의 자리로 만든 정부가 자초한 탓이다.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 한일 양국이 '강제동원' 표현 삭제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졌다. 우리 정부 부처인 국가유산청이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강제동원' 표현을 명확히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했음에도 묵살당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가 외교와 역사를 포기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헌법에 담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의미

기미년 3‧1운동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된 바와 같이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이 되는 독립운동이다. 3‧1운동은 천도교, 불교, 기독교 등 종교계와 학생, 시민 등의 참여를 통해 꽃피워진 민족사적 항일 독립운동이다. 3‧1운동의 성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건립되었고, 마침내 광복으로 이어지게 된다. 3·1운동은 종교와 전 민족이 모두 함께 혼연일체가 되어 일으킨 민족사적 일대 혁명이었다.

3·1운동은 1919년 3월 1일 서울의 파고다 공원과 태화관을 비롯하여 전국 동시다발로 이뤄진 민족 최대의 독립운동으로, 그 뒤 1년여 동안 계속된 국내외의 항일 민족독립 운동을 일컫는 말이다. 3·1운동은 종교와 이념, 계층, 지역, 남녀노소를 초월하여 이뤄진 항일 독립운동으로, 초기 운동 주체가 종교인들이기 때문에 종교사적 의의가 크고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국가를 출발시킨 '3·1혁명'으로도 여겨지기 때문에 정치사적 의미 또한 매우 크다.

3·1독립선언서에서 천명한 민주공화정 이념은 임시정부를 통해 국호를 '대한민국'을 결정하고, 헌법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임시헌장'(10개조)을 제정하여 '민주공화제'를 채택하였다.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는 나라가 수립 된 것이다.정부조직은 입법부로 '임시의정원'을 두고, 행정부로서는 '국무원'을 둔다. 다만 사법부는 복국을 완성할 때까지 생략하여 미루어두기로 하였다.

황제국가인 '대한제국'이 '백성이 주인인 나라' '대한민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항일독립운동, 3·1혁명과 임시정부 그리고 대한민국 수립은 되돌릴 수도 되돌리기도 어려운 역사적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되짚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한탄스럽기만 하다.

역사왜곡,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종찬 광복회장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시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광복회, 56개 독립유공단체 주최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 역사어린이합창단의 <독립군가> 노래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유성호


"참배나무에는 참배가 열리고 돌배나무에는 돌배가 열리는 것처럼, 독립할 자격이 있는 민족에게는 독립국의 열매가 있고, 노예될 만한 자격이 있는 민족에게는 망국의 열매가 있다."

1913년 흥사단을 창립하고 1919년 임시정부의 내무총장을 지낸 도산 안창호 선생이 1921년 상하이에서 동지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독립할 힘을 기르자는 간곡한 다짐이자 부탁이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도산 선생이 보게 되면 참배나무와 돌배나무는 함께 있을 수 없으니 돌배나무는 잘라 버리고 참배나무나 잘 키워서 좋은 열매가 열리도록 하라고 하시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은 단호해야 한다. 역사를 왜곡하려는 세력은 분명히 있으며 이를 이용해 얻고자 하는 정치적, 이념적 목표가 있다. 전쟁을 하면 이득을 챙기는 강대국과 자본이 있으며 이를 조정하는 권력자가 병사의 총검 뒤에 분명히 존재한다.

양을 노리는 늑대의 무리를 차갑게 보는 목동처럼 민중의 눈은 밝고 냉정해야 한다. 때로 민중은 몽둥이를 들어 늑대를 쫓는 용기를 지녀야 할 필요가 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이 주관해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어린이 합창단이 부르는 독립군가를 들으며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내가 비폭력 평화운동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여기서 뼈저리게 느꼈다. 나에게는 독립군 군인의 피가 흐른다.

나가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아가세

원수들이 강하다고 겁을 낼 건가

우리들이 약하다고 낙심 할 건가

정의의 날쎈 칼이 비끼는 곳에

이 길이 너와 나로다

필자소개 : 서울디지털대 교수, 한국NGO학회 총무위원장, 흥사단 시민사회발전위원장, 한국종교인연대 정책위원장으로 참여중이며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청장년회 회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청년위원장을 역임했다. 한반도 평화, 조화로운 국제개발협력, 종교간 대화와 협력등 세상 모든 일이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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