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20 07:05최종 업데이트 24.08.20 07:05
  • 본문듣기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1학년 학생이 교실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충북지역의 초·중·고 학생 2822명을 대상으로 2022년 6월에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김현섭 외(2022)의 연구). "어른이 되면 지역 마을에서 거주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아직 유보적인 판단을 한 학생들이 많았지만. "우리 지역마을에서 터전을 잡고 계속하여 살고 싶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낮았다. 초등학생 18.4%, 중학생 11.2%, 고등학생 3.9%에 불과했다.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남겠다는 학생 비율은 줄었다.

반면에 "우리지역 마을을 떠나 더 살기 좋은 지역마을로 이주하여 살고 싶다"는 응답을 보면, 초등학교 18.7%, 중학교 32.1%, 고등학교 53.4%로 나타났다.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지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대폭 늘어난다. 같은 충북지역의 학생이라도 해도, 권역별로 떠나겠다는 학생들의 비율은, 그나마 청주권이 24.7%로 가장 낮았고, 북부권 47.3%, 중부권 35.0%, 남부권 26.0%로 나타난 점이 인상 깊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학생들의 반응에 차이가 나타난다.

어른이 되면 지역마을에서 거주 의사(학생) ⓒ 김현섭 외(2022), p.111


이는 충북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충북은 타시도에 비해 입지한 대학의 수라든지 교통 여건, 수도권 근접 정도 등을 보면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지는 않다. 타시도는 이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도지사나 교육감들의 정책을 보면 구태의연하고 한심하다. 과학고, 영재고, 전국단위 자사고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이나 정책을 여전히 펼치고 있다. 선발권을 가진 학교를 만들면, 우수 인재들이 몰릴 것이고, 이들이 훗날 큰 인물이 되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기반한다.

전국 단위로 선발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어도, 수도권 학생들이 입학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만 별도로 선발하는 트랙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사교육으로 중무장한 학생들만 오게 된다. 그렇게 해서 서울의 명문대학을 간 학생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겠는가?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에서 서울권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위해서 OO학사라고 불리는 기숙사를 만들어 지원한다. 공공복지 차원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올 것인가를 질문해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에 남아있는 청년과 학생을 환대하지 않으면서, 지자체장과 교육감들은 지역 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 돋보이는 정책에 골몰한다.

공교육 관점에서 보면 지방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결과이다. 고용-복지-경제-교육-문화가 연결되어야 지방이 살아날 수 있다는 당위적이고 원론적인 주장에서 벗어나서, 당장 교육 분야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 한다. 거창한 비전을 세우기 전에 당장 할 수 있는,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해야 할 것 아닌가?

우선은 교원의 순환근무제를 포함한 교원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1964년도에 개정된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임용령에 기반하여 현행 교원정책이 유지되고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우려먹었다. 교원정책은 푹 곤 사골정책인가?

순환근무제와 교원정책부터 손보자

교원의 순환근무제는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하는 대다수 교원들의 욕구에서 비롯된다. 선망하는 특정 지역과 학교가 있다면, 누구나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사의 '고인물' 현상이 만들어지고, 형평성이나 공정성 차원에서 문제가 생긴다. 순환근무제에 의해서 교원은 일정 기간 동안 근무를 하고 난 후, 다른 지역과 학교로 이동한다.

문제는 이러한 순환근무제가 교사들이 지역에 대해서 잘 모르게 만들거나, 지역 네트워크 구축 및 활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교사들만의 노력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면,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하여 '넘나들며 배우기'의 가치를 구현해야 하는데, 순환근무제는 이러한 작업을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교사 스스로가 그 지역에서 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이 되면 차 막히기 전에 얼른 나가야 한다.

교사들이 지역교육과정을 기획하고 개발해서, 지역과 마을을 교육과정 소재로 삼아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정주의식이나 시민의식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지역교육과정은 교원이 지역에 정주하고, 지역을 잘 알고 있을 때,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형평성 관점에 입각해서 표준화 방식으로 교원 인사를 돌리다 보니, 원하지도 않은 지역 학교로 발령을 받은 교원은 2년 정도 있다가 임지를 옮기려고 한다. 교장이나 교감의 경우, 승진 발령 체제에서 벗어나 일정 경력을 지닌 평교사들도 지원 가능한 공모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학교와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최소 4년 이상을 근무할 수 있는 교장이나 교감이 학교에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교장이나 교감의 역량에 대해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깨알 검증을 해야 한다. 임용고사도 비선호지역의 경우, 지역별 임용트랙을 포함하여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기 원하는 예비교원들끼리 경쟁하는 트랙을 구축할 수 있다.

교대나 사대에서는 현재 지역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과목이 매우 부족하다. 교대·사대에서는 교육청이나 지자체와 협업해서 지역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교과목을 개발하고, 강사진을 추천하여, 예비교원 시절부터 본인이 근무를 희망하는 지역의 교육과 환경, 생태에 대해서 알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별로 마을교사제를 적용하여, 한 학교에 8~10년 이상 근무를 보장하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동료 교사들의 평가를 통해서 연장 여부를 판단하는 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역을 가꾸는 보석 같은 존재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지역교육과정 개발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서 순환근무제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교육지원청, 이대로 좋은가?

전국에는 176개의 교육지원청이 있다. 많은 이들이 교육지원청의 존재와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도 많다. 교육지원청은 교육청의 하급행정기관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교육장의 권한이 많지 않다. 교육장은 임명제이다 보니 기초지자체장과 위상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교육장의 임기도 짧게는 1년 반에서 2년에 불과하다. 기초지자체장과 임기가 맞지도 않고, 지원청도 1~2년마다 직원들도, 업무도 바뀌다 보니 자산이 축적되지 않는다.

교육감의 권한을 교육장에게 대폭 이양하고, 임기를 최소 4년 정도 보장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에 권한을 대폭 부여한다는 것을 전제로 교육장 공모제 내지는 직선제도 검토할 만하다. 교육자치를 명분으로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에게 권한과 자율성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교육감의 권한을 교육장에게, 교육장은 다시 학교장에게 권한을 배분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지원청은 상당히 영세하고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다. 내부 혁신과 함께, 교육지원청을 권역별로 통합하고, 별도의 중간지원조직을 지역마다 설치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공문과 예산을 주고받는 터미널 기능에서 벗어나, 학교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플랫폼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보험서비스에 도움을 요청하면 즉각적 지원을 받는 모델을 상정하고, 교육지원청의 모델과 역할, 기능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통합운영학교 모델도 활성화해야

수업중인 한 중학교 1학년 교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통합운영학교 모델을 이제는 구상해야 한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선택지는 세가지이다. 1안은 학교 폐교, 2안은 유초중고 통폐합 모델 구축, 3안은 학교 살리기 운동 전개이다. 학교를 한번 살려보겠다는 교원과 학부모, 마을주민 등 주체가 존재하고, 의지가 있고, 해결책이 있는 상황이라면, 작은 학교가 갖는 가치를 인정하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나 마을교육공동체 운동도 작은학교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위기에서 학교 공동체 내지는 지역 공동체가 만들어진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2안인데, 통합운영교 모델로 부른다. 수평적 통합(예컨대, 인근의 같은 중학교와 중학교)도 있고, 수직적 통합(유-초-중-고)도 가능하다. 전국에는 대략 130여 개 정도의 통합운영교 모델이 존재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학교의 시설을 현대화하고, 셔틀버스를 운영하면서,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일관된 교육철학을 가지고 학생의 성장시키는 모델은 이미 대안학교에서 적용하고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공교육에서도 통합운영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다만 통합운영교의 경우, 교원의 초등과 중등 자격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정규 수업에서 칸막이 문화가 강하게 형성된다든지, 교원 활용이 안 된다든지, 발달연령이 다른 학생 간 교류에 대해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며, 급별로 교육과정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시설 활용의 불편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한 연구는 사실 많이 이루어져 있다. 일부 교원단체가 반대하고 있지만, 이왕 존재하는 학교 모델에 대해서는 국회나 교육부 차원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국회나 교육부도 변죽만 올릴 뿐, 속시원한 계획과 대안, 법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0년째 공회전하고 있는 정책이다.

많은 이들이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실천하지 않는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은 입버릇처럼 '미래교육'을 끊임없이 말하면서 당장의 모순과 한계에는 침묵한다. 현재 노출된 문제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부터 해결하자. 당장 전면적 혁신이 어렵다면 포석이라도 두자. 거창한 미래교육 담론으로, 오늘의 고통과 모순에 침묵해서는 곤란하다.

필자소개 : 김성천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교육부 교육연구사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학습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공저), <소환된 미래교육>(공저),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공저), <융합교육으로 미래교육의 길을 찾다>(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김현섭·김성천·현성혜·노한나·곽상경·오형숙(2022). 충북지역 학교(급)별 마을연계 교육과정 운영모델 개발 연구, 충청북도교육연구정보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