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을 방문해 전시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권의 치명적 위기는 '이채양명주'보다 의외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정책, 무노동정책에서 비롯될 공산이 있다.
치명적인 약점을 말할 때 '아킬레스건'이라는 표현을 쓴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스는 갓 태어났을 때 여신인 어머니 테티스에 의해 스틱스(저승의 강)에 몸을 담가 상처를 입지 않는 무적의 몸이 되었지만, 강에 담글 때 테티스가 잡고 있던 발목 부분은 강물에 닿지 않아 유일한 약점이 되었다.
이후 아킬레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적장이 쏜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아 죽게 되었고, 이 신화에서 유래된 표현이 '아킬레스건'이다.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은 노동에 대한 이해와 철학 없이, 노동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없이 지지층의 인기에 영합하여 포퓰리즘의 도구로 전락시켜 추진한 노동정책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는 얼추 잡아 2000만 명에 이르고 그 가족까지 감안하면 국민 대다수가 자신의 노동을 팔아 생계를 영위하는 노동자와 노동자 가족이다. 그러나 윤석열과 김건희, 그 일가는 노동을 통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것 같다. "1주 120시간 노동",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대통령 후보 시절의 발언은 천박한 노동인식을 드러냈다. 이러한 부적절한 인식이 우발적 발현에만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 '노임산실장'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 즉 치명적 약점이 될 노동정책을 '이채양명주'처럼 줄여보면 '노임산실장'이라 부를 수 있겠다.
첫째는 일명 '
노란봉투법'이다.
노란봉투법의 실제 법률 이름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개정안"이다. 개정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했다. 파업과 관련하여 불법파업 시 발생한 손해를 법원이 각 배상의무자 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불일치'로 개정함으로써 이익분쟁뿐만 아니라 권리분쟁 사항도 교섭과 파업의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내용의 노조법 개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었으나 2023년 12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것을 지난 5일 국회에서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뿌리치고 다시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그 내용이 대부분 법원의 판결로 인정되던 것을 입법한 것으로 그 내용에 있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보호받는 노동자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노동약자'들로 하청업체 노동조합,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다. 이미 강한 교섭력을 확보해 노조법의 보호가 중요하지 않은 대기업노동조합이나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직접적 수혜대상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대기업 중심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문제를 해결할 민생법안에 해당하며, 노동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의 노동정책이다.
제22대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을 제21대처럼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윤석열 정권은 하청노동자, 비정규노동자, 미조직노동자와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약자들에 의해 거부될 것이다.
둘째는 '
임금체불의 급격한 증가'다.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 규모가 1조 원을 넘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올해 6월까지의 임금체불액은 1조 436억 원에 이르고, 체불 피해 노동자는 15만 503명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7% 체불액이 늘었고, 상반기에 1조 원을 넘은 건 역대 정권을 통틀어 처음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말에 사상 최초로 2조 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에게 임금이란 생계 수단의 전부다. 해고가 살인이라면 임금체불은 그 자체로 죽음이다.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임금체불은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절도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임금체불 규모가 역대 최고로 확대되는 이 순간 임금을 못 받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가정이 해체되는 수십만 명의 '위기의 노동자' 앞에서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 지금처럼 임금체불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마땅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대다수 노동자인 국민이 심판에 나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