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5 11:25최종 업데이트 24.09.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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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낙동강 유역에 솔개가 날고 있다. 그런데 4대강 환경영향평가 조사단은 쉽게 볼 수 있는 솔개도 못 만났다면서 목격한 천연기념물이나 법적 보호종은 황조롱이 딱 하나라고 밝혔다. 과연 현장을 나가보긴 했던 것일까?최병성

시간당 8킬로미터를 걸으면서 2명이 카메라 9대로 포유류, 양서파충류, 조류, 곤충류 등 5개 분야를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런 현지 조사가 가능하냐고?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러니 조사 장소를 특정하기 힘든 사진을 첨부하거나, 일몰 후 보이지도 않은 시간대에 조사한 것으로 꾸밀 수밖에. 하지 않은 조사를 한 것처럼 현지 조사표, 조사 참여자, 조사 시간을 허위로 작성하고 맞지 않은 증빙자료를 첨부한다. 그러면 법정 보호종이 뒤바뀌어 있거나(솔개가 아닌 황조롱이, 잿빛개구리매가 아닌 큰말똥가리) 멀쩡히 서식하고 있는 큰 고니, 대모잠자리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 1000페이지 넘는 환경영향평가서에 수록된 내용을 한장 한장 넘기며 눈 빠지게 대조해 보는 일을 해야 한다. 이렇게 치사스럽고 부당한 행태들을 밝혀내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비애감마저 든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환경 조사의 신뢰를 둘러싼 공방

'환경영향평가'라는 게 일상적으로 접하는 용어나 행위는 아니지만, 일 년에 수천 건씩 이루어지는 일이라 우리와 동떨어진 일은 아니다.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이고 때로는 직접적인 당사자인데도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규모 있는 개발사업을 할 때마다 행해지는 일이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정부나 민간기업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환경오염과 훼손 등 그 영향을 미리 예측·평가하여 주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을 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이자 과정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을 하고자 하는 대상의 지역적·환경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예를 들면 문화적·환경적으로 보전이나 보호를 목적으로 지정된 지역이 있는지, 멸종위기 동식물 서식 현황은 어떠한지, 생태자연도 등급이 높은 곳인지, 자연재해 현황은 어떤지 등에 대해 문헌자료나 현장 조사를 통해 기술한다.

즉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거나, 도로를 건설한다거나, 골프장을 짓는다거나, 댐을 건설한다거나, 공항을 건설한다거나, 관광시설을 조성한다거나, 풍력발전기를 세운다거나, 소각장을 지을 때 부지를 조성하고 공사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환경현황조사를 기초로 해당 사업으로 인한 영향을 예측·분석하고 환경보전을 위한 조치와 불가피한 영향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좋은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우선 환경현황조사에서 논란이 발생한다. 물론 동식물상 조사를 할 때 계절별 조사를 해야 하지만 전수조사를 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전문가들이 하는 조사일 텐데, 어쩌면 그렇게 의아스러운 샘플링을 했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기후나 계절, 지형, 멸종위기종 서식처 및 행동권, 동식물의 출현, 주요 종의 생태 특성 등을 고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여겨지는 국소 조사만을 토대로 조사 내용이 기술된 것은 마술에 가까울 지경이다. 그러니 주요 멸종위기종들이 누락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선수가 심판을 보는 격

2023년 12월 18일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을 비롯한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전국연대'(준)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환경부는 국토파괴 조장하고 난개발 면죄부 발급하는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윤성효

현행 제도는 개발계획을 수립하거나 개발사업을 하려는 자, 즉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는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업으로 등록한 자에게 평가서 작성을 대행하게 할 수 있다.

이때 평가서 작성 업무를 직접 발주하는 발주자(사업자)와 대행자 간의 종속적 관계는 환경영향평가서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평가서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사업자 우위일 수밖에 없는 환경영향평가 대행 체계는 평가서가 본래의 목적과 기능에 따라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을 예측 평가하고 사전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문서가 되기보다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합리화하는 문서가 되기 일쑤다.

사업자는 사업 승인 기간 중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기간의 단축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대행자는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조사, 검토, 영향 예측 분석에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못한 채 졸속으로 작성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자연생태환경, 환경질 등 평가 대상 지역의 현황조사 등은 사업 승인을 위해 사업에 유리하게 진행되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신뢰도를 갖추지 못한 평가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환경현황을 조사하지 않거나 일부만 조사하고도 조사한 것으로 평가서에 기술하거나, 경사분석, 동식물 조사자료 등 현황조사자료를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여 환경영향이 적은 것으로 인지되도록, 현황조사 및 작성 등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참여한 것으로 거짓 작성하는 경우가 등장한다.

사업자가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대행을 직접 발주하는 것)은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가 심판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할이 선수인지, 심판인지 헷갈리는 이른바 신분의 혼동이 벌어지면서 환경영향평가서는 개발사업의 면죄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개발사업에 따라 일정 정도의 환경 훼손 및 오염이 불가피할 것이므로 환경영향평가에 소요되는 비용은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개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환경영향평가서를 직접 발주하고 작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환경영향평가에 소요되는 비용은 개발 사업자가 부담하되, 발주자로부터 독립하여 객관성을 갖는 평가서가 작성되도록 제3의 기관에 비용을 예치하고 제3의 기관이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하는 방식이라면 보다 객관적인 평가서를 기대할 수 있다.

즉 환경영향평가 작성을 대행하려고 하는 사업자는 환경 분야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 대행자 선정을 요청하도록 현행법을 바꾸면 된다. 물론 평가서 작성 업무에 필요한 비용은 관행처럼 '저가 대행'이 아닌 적정 비용이 지불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국가책임공탁제 도입해야

우리나라는 산지 전용을 하고자 할 때(산지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지목 변경을 할 때) 인근 산림의 경영이나 관리에 큰 지장을 주지 않거나, 우량 산림이 많이 포함되지 않거나, 희귀 야생 동·식물의 보전 등 산림의 자연 생태적 기능 유지에 현저한 장애를 주지 않거나, 토사 유출 붕괴 등 재해 발생 우려가 없거나, 산림의 수원 함양 및 수질보전 기능을 해치지 않아야 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른바 산지전용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산지를 전용하려는 자가 직접 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에 필요한 수수료를 산지전문기관에 납부하고 산지 전용이나 일시 사용의 필요성·적합성·환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타당성 조사를 받는다.

이렇게 평가나 진단 업무를 이해당사자가 수행하지 않고 제3의 기관이 발주하는 방식은 재건축 안전진단·건축감리업체 선정이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조사 및 보고서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다.

물론 향후에는 제3기관이 평가서 발주 업무를 중재하는 대행자 선정기관을 두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환경영향평가 전 과정을 위탁받아 관리 감독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더 과감한 조직 개편 절차가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서 대행자 선정기관이라는 제3의 독립된 기관에 의한 환경영향평가서 발주 방식은 이 방향으로 가는 길목이다. 제3의 독립적 기관이 환경영향평가서 업무를 발주하도록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하는 일, 이른바 국가책임공탁제 도입을 22대 국회가 반드시 해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을 위한 서명에 참여해주세요! https://bit.ly/3Tcet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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