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증식된 사육곰의 발톱이 빠져있다.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20년 전부터 사육곰의 비참하고도 잔혹한 현실을 알려왔다. 국내 사육곰 현장을 모두 방문해 현황을 파악했고, 웅담 거래 실태 조사도 진행했다. 부적절한 곰고기뿐 아니라 살아있는 곰의 쓸개를 채취하는 잔인한 행위가 국내외적으로 지탄받는 것은 마땅한 일이었다.
일반인 87.1%가 웅담 채취 목적의 곰 사육에 반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상식이 무엇인지 확인해 주었다. 사육곰 농가의 80%는 적절한 보상이 있다면 곰사육 폐지정책에 동의하고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녹색연합은 정부의 정책 실패로 발생한 사육곰 문제이니 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고, 사육곰 농장주와 환경부를 설득해 '민관협의체'가 만들어졌다. 수의사와 법률가, 환경단체들이 합류하고, 국회의원들도 협력해 '사육곰정책폐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환경부는 2012년 '사육곰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를 진행했고 관리방안으로 ▲ 증식금지 후 개체 감소 유도 ▲ 증식금지 후 단계별 매입 ▲ 전량 매입 ▲ 학술 기증 및 곰 공원화 지원 ▲ 증식금지보상비 지급 ▲ 곰 보호소 설립 등의 안이 도출되었다.
여러 방안 중 정부가 모든 사육곰을 전량 매입해 관리하는 안이 사육곰 폐지 정책의 취지나 국민 정서에 부합하고 농가의 호응도 높았지만, 정부는 '영리목적의 곰사육사업의 사적 재산 가치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고 증식 금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암수의 생식기능을 없애는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곰 개체수 증식을 막아 곰 산업으로의 신규 개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정부 예산 55.7억 원이 투입되어 2014년 389개체를 시작으로, 2015년 557개체, 2016년 21개체 총 957개체에 대한 중성화수술이 완료된다.
동시에 사육곰 전체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관리를 통해 사육곰 불법 도축으로 웅담이 유통되는 사례를 막고, 출생이나 다른 용도로의 전환, 양도, 양수, 폐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그럼에도 확인되지 않은 불법 증식 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중성화 수술 이후 사육곰 증식은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당시 남아있던 660여 마리의 곰은 사실상 농장에 방치된 채였다.
죽어야만 나올 수 있었던 철창 안에 갇힘 곰
열악한 상황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사육곰의 비참한 소식을 알게 된 시민들은 곰을 구출하기 위한 모금에 참여했다. 2013년 첫 모금이 진행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대형 포유류인 사육곰을 받아줄 기관이 없어 구출하지 못했다.
종복원기술원, 국립생태원, 전국의 크고 작은 동물원까지 사육곰이 지낼 수 있는 시설을 찾던 중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에서 3마리를 임시로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2018년에 새끼 곰 4마리 중 3마리(이름이 없어 온라인 투표로 반이, 달이, 곰이라 지었다)를, 2019년에 남은 1마리(들이,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지어준 이름)를 구출하게 된다.
그렇게 반이와 달이, 들이는 청주동물원에서, 곰이는 전주동물원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나은 모습이지만, 아직 구출되지 않은 280여 마리의 곰들은 철창에 여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