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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1년 해운대구 청년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게시판을 보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1년 해운대구 청년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게시판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청년 세대를 칭하는 새 호칭이 자리잡았다. MZ세대. 그러나 정작 MZ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 이름으로 규정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뜻을 뜯어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하다. 쉽게 말하자면 세상살이야 어찌됐든 우리 사회의 미래를 향해가기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혼자 소비하기 바쁜 세대라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렌털이나 중고시장 이용)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보이며,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 소비를 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 세대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가격보다는 취향을 중시하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아 '플렉스' 문화와 명품 소비가 여느 세대보다 익숙하다는 특징도 있다.

국내 최대 언론사 중 하나인 중앙일보에서는 MZ세대 초간단 판별법이라며 '동성커플 찬반', '자식의 부모부양에 대한 의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공정성 여부', '남북통일 찬반' 등을 묻는다. 기존 문화에 있어서는 파괴적이고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어야 MZ세대가 될 수 있었다. 한 세대가 그렇게 단순할 수 있을까? 기성세대가 모르는 MZ세대의 복잡한 사연과 그 사정을 밝히고자 한다.

미래는 꿈꿀 수도 없었다

1990년대생은 10~20대를 흔히 이명박근혜 정권 아래서 보냈다. 80년대생에게는 20~30대, 00년생에게는 인생의 대부분이다. 특목고를 넘어 자사고, 자공고 등의 서열화된 고등학교가 등장했고 중학생은 자사고 가기가 목표, 고등학생은 인서울하기가 목표인 삶을 살았다. 사회는 원래 냉정한 곳이며 그 냉정함을 받아들이고 제 살길을 찾는 게 어른이라고 배웠다. 공동체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감성팔이라는 말로 바뀌던 시대였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성향을 가진 세대라는 말은 틀리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바라보는 미래는 보통 5년 후 정도다. 월급이 100만 원 후반대일지, 잘 돼서 300만 원대 넘게까지 벌게 될지 생각해보는 일이 우리 세대의 미래다. 심지어 그 정도 미래를 위해서 악착같이 준비하고 애쓰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친구들 중 한 직장에 오래 다닌 친구는 별로 없다. 길면 3년, 짧으면 1년도 안 돼서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겼다. 오후 1시에 출근한다는 친구에게 디자인 회사라 출퇴근이 자유롭냐고 물었을 때, 친구는 오늘 아침에 퇴근했다고 답했다. 대학에 진학했던 친구들 대부분은 이제 막 사회초년생이 되었거나 아직 학생 또는 무직이다.

어차피 94년을 벌어도 내 집 하나도 못 사는데, 그냥 오늘 저녁에 네 캔 만원 맥주에 곱창전골 좀 사먹겠다는 게 FLEX라면 FLEX를 좋아한다고 인정한다. 없는 돈에 미래와 사회적 가치를 생각해서 조금 더 비싼 돈 내고 생활 습관부터 바꿔보겠다고 나선 게 취향 소비라고 한다면 인정하겠다. 뼈 빠지게 열심히 살면서 이런 취급까지 당해야 하니 황당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답 없는 세상에서 답을 만들어 온 사람들

집단보다 개인이라는 건 사회가 알려주었다. 그건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스스로 배워야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고. 나는 언제나처럼 뉴스를 보고 '무슨 사건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고 그 이후도 다를 것은 없었다. 오보였다는 건 충격적이었지만 혼란한 세상에 생긴 또 하나의 사건으로만 생각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매일 나와 서명을 받았고, 시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이면 집회에 나간다는 말을 들으며 '왜 저렇게까지 하지?'하는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1년이 지나도록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사람들을 보았고 그제야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외면했던 시간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고생하는 부모님도 보았고, 내 처지부터 변변치 않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세월호 참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졸속 합의에서,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서, 대통령의 국정농단 앞에서 수도 없이 배운 대로 내 삶을 챙길지 말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MZ세대는 그런 세대다. 세상은 너무 가혹해서 나부터 챙기는 게 우선이라고 배웠지만, 살다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느낀 세대. 그리고 틀려먹은 정부를 끌어 내리는 데 나선 세대.

세상은 이제 우리가 바꾸기로 했다

많은 정치인들이 안타까운 청년들을 위해 자신이 나서겠다고 외치곤 한다. 제발 그래 줬으면 좋겠지만 우리를 소비자로만 보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더는 기대고 싶지 않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직장 하나 잡기가 힘든 친구, 이 정도로 고생했으면 더 잘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거 없는 삶을 살고있는 친구. 어디를 둘러봐도 지금 이대로는 답이 없다. 이대로는 최악, 뭐라도 해보기로 했다. 우리 손으로 우리가 나서서 바꿔낼 차례다.

#청년#분노의행진#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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