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만들 청년들의 새로운 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내편으로 만들고는 싶지만 이해할 수 없어 불편한 '요즘 것들'이 박차고 거리로 나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청년들에게 누군가는 '너희가 아직 뭘 모른다'고 가르치려 하고 누군가는 '그래 나와 함께 저 사람에게 돌을 던지자'고 부추깁니다. 이 말들 어디에도 '요즘 것들'에 대한 이해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 4년간 수없이 기대했고 그 때마다 실망했습니다. 촛불로 바뀐 세상에도 여전히 저희의 삶을 불안합니다. 천정부지로 솟는 집값을 보며 앞으로 10년을 상상하기는 더 어려워졌죠. 청년들을 위하겠다는 수많은 약속이 망가진 현실에 이젠 실망을 넘어 화가 납니다. 그래서 더이상 참지 않고 실패한 기성정치를 넘어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11월 14일 분노의 행진을 준비하는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에 함께하는 단체, 학생회 대표자들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청년들의 새로운 게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기자말] |
대학 새내기 시절 선배가 물었다.
"너는 꿈이 뭐니?"
나는 적당히 취해서 이렇게 답했던 것 같다.
"졸업해서 적당히 월급 300받고 개 두 마리 키우고 조용히 살다가 늙어 죽는 거요."
그 이야기를 들은 선배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살려면 죽어라 노력해야해."
이 대화가 있고 10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정권 하나는 촛불의 힘으로 심판되었고, 정의·공정·평등을 약속하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그리고 정권이 끝나가는 지금, 14일 집회를 준비하며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여전히 '월급 300 / 개 두 마리 / 늙어죽는 삶'이다. 다른 말로 하면 죽어라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이다. 많은 걸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그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친구들과의 술자리
친구들하고 술을 먹으면 옛날에는 군대 얘기, 요즘에는 취업 얘기가 많이 나온다. 10명이 있으면 그 중에 5명은 취준생, 2명은 대학원, 2명은 정규직, 나머지 하나는 나다. 이 중에 7명은 알바를 병행하고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정규직 되어서 회사에서 갈려나가는 모습을 보면 열심히 살면 어떻게든 되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나머지 5명의 취준생을 보면 갑갑하기만 하다. 한 놈은 일이 많다고 징징대고 한 놈은 일이 없다고 징징대는데, 직장을 반으로 갈라줄 수는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언론에서는 현재 취업준비생 규모가 역대 최대라고 떠들어댄다. 2000년대 중반 '88만원 세대'로 시작해 'N포 세대', '헬조선', '흙수저'까지 청년의 어려운 삶을 수식하는 표현들도 많아졌다.
옛날에는 아파야 청춘이라더니, 요즘에는 아파해도 괜찮다며 힐링이 대세란다. 정치인들도 앞다퉈서 청년의 어려움을 조명하고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청년들이 힘들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왜 여전히 청년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는가?
정치의 헛발질
청년 문제 해결을 실패한 유구한 역사가 존재한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 문제를 해결! 하겠다며 '중동으로 보내라'는 발언을 하고 임금피크제를 주장했다. 그 헛소리는 촛불에 의해 심판받았으니 더 논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말하면서 일용직/임시직 일자리를 확대했고, 이준석 대표는 경쟁을 강화해야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말이 이상하다. 청년들에게 일용직/임시직 일자리가 부족해서 문제가 발생했나? 경쟁이 부족하고 스펙이 부족해서 청년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던가? 기성정치는 지난 20년간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주범이었다.
진단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기성정치가 말하는 청년은 그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했다. MZ세대 같은 라벨을 붙이고 그 틀 안에서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하니 답이 안나온다. MZ 세대의 첫째는 42세고 막내는 12세이다. 어떻게 그들을 같은 세대로 묶고 청년이라고 퉁치는가? 애초에 기성정치는 청년을 표로만 바라보니,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이다. 청년 한사람 한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제대로 된 진단이 나올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를 할 때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때는 참 많은 이유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하는 거니까'라며 청년들의 고통을 미화했다. 그 다음은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으니까', '청년들은 투표를 안하니까' 같은 소리를 하며 탓을 했고, 최근 서울시장 선거 이후로는 '청년들이 보수화됐다'며 '고나리질'하기 바쁘다.
하지만 청년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성정치가 청년의 요구를 잘 대변하고 있는가? 청년 공약이라고 무고죄 강화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내놓는 대선 후보들을 보면 그렇지도 못하다.
촛불 이후 5년, 또 다시 청년들이 거리에 나서는 것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고, 누구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이미 말 할 준비가 되었다. 진정으로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기성정치와 대선 후보들은 청년의 요구를 수용하고 새로운 대답을 내놓거나 비켜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류기환은 청년하다 대표이자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공동상임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