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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웃음과 치아는 상쾌함을 준다. 부러운 일이지만, 치아를 잘 관리하기란 어렵기만 하다. (자료사진)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웃음과 치아는 상쾌함을 준다. 부러운 일이지만, 치아를 잘 관리하기란 어렵기만 하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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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주 전에 열린 북중미 월드컵 예선 싱가포르-대한민국전, 오랜만에 '치맥'과 함께 기다린 경기였다. 내가 사는 골짜기 면소재지에서 오후부터 미리 공수해둔 치킨과 생맥주. 단출한 메뉴이지만 과거 잠실 야구장에서 처음 맛본 그 맛, 경기와 함께 치킨을 먹는 이런 맛에 치맥을 끊기가 어렵다. 

닭다리 하나를 맛있게 씹는 순간, '우득'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치맥에 정신을 쏟는 사이 입안에 딱딱한 이물질이 나온 것이다. 이게 뭐야 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월이 만들어 준 어금니, 그 신경치료를 받으며 의치(義齒)를 끼우고 있었는데 치킨을 먹는 도중에 그만 빠져나온 것이다. 

흐르는 세월은 몸뚱이를 그냥 두지 않는다. 허연 머리칼은 이제 셀 수 없을 만큼이고, 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고희의 세월이다. 빠지거나 색이 변하는 머리카락이야 안 아프니 그렇다 치더라도, 허물어지는 잇몸과 치아는 통증을 견딜 수가 없다. 

처절한 고통에다 비용과 시간마저 필요하다. 이번에 나도 아픈 이를 부여잡고 병원을 찾았지만, 수 백을 우습게 부르는 천차만별 임플란트 가격과 예상보다 긴 치료 기간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나와 색소폰 동호회를 같이 하는 회원 중에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평소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그가 술을 권하자 술을 사양하는 괴이한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치통을 참을 수 없다며 볼을 잡고 울상이다. 

수소문 끝에 유명 치과를 찾아갔고, 몇 달 동안 견뎠으며 드디어 임플란트 치료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잇몸이 아파 죽을 지경이란다. 치과에 항의를 했는데 소용이 없다고, 병원도 병원 나름이라며 앓는 소리를 한다. 

비슷한 치아 문제인데도 치과에 따라 어디선 바로 발치하라고도 하고, 어떤 곳은 치료를 받으며 그대로 사용하라고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굴 믿고 어디에 어떻게 맡겨야 한단 말인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기존 치아 잘 쓰라는 치과의사... 70세 동갑내기 친구들의 하소연

치과의사였던 친구가 있어 긴 세월 신세를 졌는데, 그도 나이가 들어 최근 치과 문을 닫았다. 이후 궁여지책으로 치과를 소개받아 찾아간 치과의사는 고등학교 후배였다. 말은 없어도 진심으로 진료를 해줬다. 고생하던 동호회 회원도 그에게서 치료를 받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저 돈이 우선인 치료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치료하는 것이 늘 고맙다.

그 의사가 말하길, 가능하면 기존의 자기 치아를 사용하라며 이를 자주 꼼꼼하게 닦으란다. 그 덕에 요즘 나는 식사를 마친 뒤 숟가락만 놓으면 양치질을 하며, 자기 전에도 이를 닦는다. 치통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당해 봐서 알기 때문이다.

평소에 모여 자전거를 함께 타는 10여 명의 고등학교 친구들도 이제 다들 고희(70세)를 맞았다. 그래서인지 친구들도 만나기만 하면 치통에 관한 하소연을 한다.   

가장 최근 모임 때 함께 갔던 식당은 돼지갈비 맛집이었다. 한 친구는 이가 아프다면서, 돼지갈비는커녕 김치도 간신히 씹느라 입을 우물거렸다. 최근 어금니가 상해서 한창 치과치료를 받는 중이라며, 자긴 오늘 고기는 한 점도 먹지 못했으니 회비를 돌려 달라고 했다.

그러자 '나도 그렇다'며 여기저기서 너도나도 아우성이다. 알고 보니 그 친구가 웃기고 슬픈 농담, 노인만 가능한 농담을 한 것이었다. 결국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회비를 냈다.
 
치과에 갈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자료사진).
 치과에 갈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자료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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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잉' 하는 치과 소리 들으면 아직도 오금이 저린다

이가 아프면 오한이 들기도 하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제대로 먹을 수도 없어 짜증이 나고 울고만 싶어진다. 통증이 심하면 방바닥을 기어 다녀야 하니, 치주질환이 늘고 음식 씹기가 어려워지는 구강노쇠는 비용부터 해서 노년의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치아가 튼튼한 게 신체의 다섯 가지 복 중 하나라고도 하지 않던가? 

주변을 보면 사람마다 치아 관리 방법은 천차만별 다양한 것 같다. 칫솔과 치약의 종류도 많다. 제각기 소금으로 관리한다는 사람, 치간칫솔을 쓴다는 사람이 있고 일부는 치실이나 전동칫솔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관리를 한다 해도, 부모로부터 받는 유전적인 요소도 크게 작용하는 듯해 아쉽기도 하다.

나는 하루에도 수시로 끼니마다 칫솔질을 하고 치간 칫솔을 사용한다. 가능한 깨끗하게 이를 닦으려 하지만, 그래도 남은 이물질이 많았다. 치과 측의 권유로 치간칫솔을 쓰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다.

앞서 치킨을 먹다가 떨어진 의치를 고정시키고자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60대 중반인 예전 회사 동료가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왔단다. 그것도 세 개를 해야 하는데, 한 번에 하려니 너무 비싸다며 나를 붙잡고 하소연한다. 

다행히 65세 이상은 보험혜택을 볼 수 있다. 1인당 2개까지 본인 부담금 30%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뒤집으면 치아 3개부터는 알아서 하라는 얘기인데, 나이가 들수록 인공치아가 많아질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노인 임플란트 관련한 국가 지원이 확대되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세월에 따라 언젠가는 가야만 하는 치과. 치과 인근에서 이를 갈아내는 소리를 들을 때면 아직도 오금이 저려 온다. 내가 덧씌우기를 위해 치료 과정에 있는 어금니는 가장 저렴한 게 40여만 원짜리였다(비싼 건 100만 원을 넘기도 했다). 

빠졌던 의치를 다시 치료하고 나오는 병원에서 고희의 청춘인 나는 다짐한다. 이 없는 할아버지는 우리 손녀가 싫어할 테니 더 열심히 이를 닦자고, 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철저히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치맥의 맛을 날려버렸던 어금니 치료가 어서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구강노쇠, #노년, #임플란트, #치아관리, #치아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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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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