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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2일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유가족 및 시민사회단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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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삼성시스템 에어컨 설치기사 고 양준혁씨가 전남 장성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공사를 하던 중 폭염에 노출돼 사망했다. 고인은 열사병 증상으로 구토, 어지럼증 등을 호소했음에도 약 1시간 동안 햇빛에 방치됐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에 22일 노동시민사회단체와 고 양준혁씨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에 쓰러지고 방치된 고 양준혁씨의 산업재해를 즉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입사한 지 이틀, 만 27세 사회초년생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분노한다"며 "고인은 채용 전 안전 교육을 받지 못했고 냉각모자와 같은 보냉장비 착용 요청을 거부당했다. 증상 발현 후 구호 조치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119 도착 직후 체온 측정 시 고온으로 체온 측정이 불가능했다. 이 같은 사실들은 이 사건이 명백한 인재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 양준혁씨 사망 사고는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에 대한 보호 조치 의무가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외인사임이 명백하다"며 "적절한 인력 배치, 휴게시간 및 휴게시설 이용의 보장 등 기본적 조치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 증상 발현 후 모친에게 사진을 보낼 시간에 119에 신고했다면 최소한 사망은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근로복지공단 측에 "사고 현장을 제대로 조사하고 고인의 열사병 사망 사고에 대한 산업재해를 신속히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고인의 사망 이후 10일이 경과했음에도 원청인 삼성전자와 에어컨 설치 업체인 유진테크시스템은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를 하는 등의 입장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22일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22일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 유가족 및 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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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에 나선 고인의 어머니 A씨는 "고통 속에 죽은 우리 아들이 차가운 안치실에서 장례도 치르지 못 한 채 누워있음에도, 경찰서와 노동부에 출석한 사측은 우리 아들을 데려가라는 말을 한 적도, '119에 신고할까요?'라고 물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그늘로 옮기고 얼음으로 몸을 식혔다고 진술했다"면서 "(그러나) 이 진술이 거짓임을 사진과 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살릴 수 있었던, 방치돼 죽은 아들이 고통스럽게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던 엄마 앞에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1%의 죄책감도 없이 죄를 덮는 데만 급급해 허위진술을 했다"며 "(이 사건 진상규명을) 수사하시는 모든 기관에게 두 손 모아 간절하게 자식 잃은 엄마가 애원드린다"고 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젖는 더운 날씨에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뜨거운 야외, 급식실, 주차장, 도로 위 등에서 일하고 있다"며 "실내, 실외 노동자는 물론 이동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근무 형태나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는 폭염 시에도 안전하게 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 유진테크시스템은 은폐 시도 중단하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 ▲ 고용노동부는 억울한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 삼성전자와 전라남도교육청은 폭염에 의한 중대재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에어컨설치기사사망#폭염#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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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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