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가 돼주는 섬

서귀포 주민들은 육지나 제주에 갔다 돌아올 때 한라산을 넘어 멀리 남쪽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돌아왔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귀소본능이 가져오는 기분 탓만은 아니다. 어떤 이정표도 없는 망망대해의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며 두려움이나 막막함보다 안도의 기분이 먼저 드는 건 아마도 바다보다 먼저 머리를 빼꼼히 내밀며 반기는 세 개의 섬 덕분이다.

지금 내가 어디쯤 있는지 가늠하게 해주는 등대 같은 존재, 서귀포 앞바다의 문섬, 범섬, 섶섬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성 있는 외형의 세 섬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섬이 보이는 모양에 따라 내가 있는 방향을 파악하고 섬의 크기가 점점 크게 보일수록 가까워지는 거리를 감각한다.

도로가 정비되고 교통수단이 원활해진 현재에도 지표가 돼주는데, 과거에는 얼마나 더 큰 의미였을지 상상해 보게 된다. 화가 이중섭은 피난민으로 서귀포에 와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을 머물렀다. 짧고 힘겨웠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서귀포를 그리워하며 그림에 남겼다. 서귀포를 그린 그림 안에는 문섬, 범섬, 섶섬이 보이는 바다가 매번 등장한다. 이 세 섬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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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지기 오름에서 내려다본 문섬과 범섬 그리고 서귀포항
ⓒ 파란탐사대 김화용	관련사진보기

이곳은 국토 최남단에 위치해 여러 의미로 '최전선'의 장소가 돼왔다. 고려를 지배했던 원나라의 마지막 세력들이 난을 일으킬 때 마지막 본거지로 삼았고(범섬), 섶섬의 대나무는 화살을 만드는 재료가 됐다(그 영향 때문인지 섶섬 앞 검은여 해안에는 국궁장이 있다). 그리고 이중섭이 그랬던 것처럼 민중에게 최후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전체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열대 기후의 징후를 맞는 장소다. 하지만 빗겨보면 최전선은 위기의 정점이기도 하지만 방패 혹은 지표가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투의 맨앞에서 버티며 본섬과 영토를 지켜낸 것처럼 기후위기 지표종 그리고 지상, 해양생물의 북방한계선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보호구역이 겹쳐져 있는 곳, 과연 더 안전할까

서귀포해양도립공원은 섶섬, 문섬, 범섬을 포함해 서귀포시 해안(강정·법환·호근·서홍·동홍·서귀·토평·보목동 해역)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1998년 서귀포 해양 시립 공원으로 지정된 후 2007년 서귀포해양도립공원으로 승격됐다.

해외여행이 어렵던 1970, 1980년대 이 일대는 신혼여행 명소였다. 특히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 사이에서 떨어지는 천지연폭포(천연기념물 제379호 제주 천지연 난대림, 천연기념물 제163호 담팔수나무 자생지)의 물은 천이 돼 가까운 서귀포항으로 흐르고 동홍천에서 떨어지는 정방폭포(국가 명승 제43호)는 바로 문섬이 보이는 바다와 만난다. 이 절경을 배경으로 수많은 신혼여행과 수학여행의 기념사진이 찍혔다. 이런 역사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는 중요한 배경이 됐을 것이다.

도립공원은 도내의 자연생태계나 경관을 대표할 만한 곳을 선정한다. 그리고 '자연공원법' 제11조 및 제13조에 의거해 10년마다 공원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계획을 세운다. 제주도가 2021년 발표한 도립공원 보전관리 계획에 따르면 기후 변화와 코로나 발생 등 동시대적 상황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관리 방식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기후 위기로 인해 환경적 변화가 급격한 상황에서 생태계 파괴를 막고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면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용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며, 환경적 의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생태환경을 지키면서 동시에 '이용'한다는 것이 수립될 수 있는 명제일까에 대한 질문은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도립공원에 포함된 영역이 더는 망가지지 않을 수 있는 계획이 수립되어야 하는 지금, 서귀포 바다는 안전한 상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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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목포구에서 내려다본 서귀포해양보호구역이자 서귀포해양도립공원 권역, 앞쪽부터 섶섬, 문섬, 범섬이다.
ⓒ 파란탐사대 박성준	관련사진보기

서귀포해양도립공원에 포함돼 있는 서귀포 바다는 도립공원인 것 이외에도 보호돼야만 하는 타이틀을 여럿 가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지정하는 국가지정 문화재로서 세 가지가 이곳에 걸쳐있다.

문섬과 범섬은 수직으로 발달한 주상절리 경관이 빼어나며 세계적으로도 희귀종인 후박나무의 자생지일 뿐 아니라 다양한 희귀 난대성 식물이 서식한다.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천연기념물 제215호)가 번식하는 남쪽 한계 지역이고 해역에는 다양한 미기록종 해양생물이 다수 발견되는 곳이라 문섬-범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천연기념물 제421호 문섬·범섬 천연보호구역).

그리고 문섬·범섬·섶섬 일대 서귀포 해역은 세계적인 연산호 군락이 발달한 곳이다. 제주해역 중에서도 연산호의 야생 자연 상태를 잘 보여주고 국제적 멸종 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인 산호들의 특징적 생태계가 인정돼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연산호군락).

또 섶섬의 경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파초일엽(천연기념물 제18호)'의 자생지이자 북한계선으로 보호된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하는 해양보호구역으로도 지정됐는데 제주 남부 해역은 쿠로시오 난류의 지류 영향으로 열대성, 아열대성과 일부 온대성 해양 생물이 혼재해 서식해 종다양성을 구성하고 독특한 연산호 군락 또한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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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6길 구두미포구 근처에서 본 섶섬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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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 보호에 관한 국제적 기준으로도 서귀포 해역은 중요하게 분류된다. 문섬과 범섬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이 정한 보호구역 등급 중 가장 강력한 보호를 요구하는 엄정보호지역에(I-a)에 포함된다.

엄정보호지역는 특별하게 대표할 수 있는 생태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거나 생물종이 서식하는 경우에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하고 교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통제하며 보호하는 곳이다. 이 카테고리에 포함된 장소는 한국에서 15곳뿐이다.

2002년 제주도 면적의 45%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2019년 제주 육상 전역과 해안선에서 5.5km 이내의 해양구역까지 확대됐다. 그중에서도 서귀포 해역은 '해양 핵심구역(Marin Core Area)'으로 정해졌는데 도립공원이나 해양보호구역이 포괄하는 것보다 더 넓은 서귀포해역이 포함됐다. 특히 서귀포 바다로 흐르는 핵심 하천인 영천과 효돈천까지 핵심구역으로 정해진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보호'와 '이용'의 시소는 기울어져 있다

도립공원영역에 들어가는 보목포구부터 서귀포항을 거쳐 법환포구까지 관리 상황을 탐사대원들과 둘러봤다. 해양보호구역과 천연보호구역인 안내판은 있었지만, 이곳이 도립공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안내는 찾기 어려웠다.

여름 휴가철이라 포구마다 레저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있었고 다이버와 낚시인들을 실어 나르는 배가 끊임없이 오갔다. 국가지정 문화재로 세 섬에 대해 공개제한 지역이라는 안내문이 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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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섬과 범섬 그리고 섶섬은 출입이 금지된 국가지정 문화재라는 내용의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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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에 따르면 학술조사연구 등을 위해 허가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고 돼 있었지만, 주변 해역은 포함되지 않는다. 공개제한 지역을 허가 없이 출입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데(문화재보호법 제101조 제8호) 육상과 해상의 경계가 모호한 조간대에는 여전히 많은 낚시인들이 섬 가장자리에 올라가 낚시를 했고 간혹 다이버들도 올라가 쉬고 있기도 했다.

문화재청은(현 국가유산청) 문섬·범섬 보호를 위해 2021년 출입이 제한되는 공개제한 지역을 섬 지역(19만412㎡)에서 해역부(919만6822㎡)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고시했었으나 결국 1년여 만에 다시 규제를 완화했다. 지역 어민과 관광산업 피해를 이유를 근거로 제주도는 지속적 결국 문화재청에 변경 고시를 요청했고 문화재청이 한발 물러난 것이다. 제주도가 직접 지정한 해양도립공원의 '경관과 생태'를 보전한다는 가치와 모순적으로 충돌한다.

해역이 문화재 엄격 보호 영역에서 제한됐더라도 해양보호구역과 도립공원이라는 보호장치가 완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서귀포 바다는 각 기준의 사각지대를 피해, 강제력 없는 규제의 틈을 이용해, 생태계 '이용'에 치우쳐 있었다. 무엇보다 각 보호 지정 기준은 모두 다른 주체와 인력에 의해 관할 되고 있고 각각의 지정 기준을 통합적으로 파악해 환경을 지키는 쪽으로 효과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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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섬에는 낚시하기 위해 입도한 사람들이 항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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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서귀포항에 대규모로 건설 중인 제주해양레저체험센터 공사 현장에서 천연기념물 긴가지해송과 멸종위기종 밤수지맨드라미가 발견되는 일이 발생했다. 건설 현장 쪽으로 파도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서귀포항 동방파제 구간에 소규모 방파제를 조성하는 중에 기존 테트라포드에 붙어있는 산호를 발견한 것이다.

서귀포항 동방파제는 '산호 꽃동산'이라 불리는 문섬과 직선거리로 불과 1km가 안 되는 초근접 지역이다. 애초에 어떻게 이곳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을까.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의 권역별 해양레저 관광명소 조성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해양수산부는 서귀포시 문섬 일대 해역을 제주권역의 사업 장소로 선정하면서 '산호초 군락이 형성돼 있고,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등 바닷속 경관이 뛰어나 수중레저 거점으로 조성하기 적격'이라고 발표하며 전국에서 가장 먼저 착공을 시작했다.

문섬, 서귀포항 인근 해상 등을 포함한 135만㎡ 면적에 수중레저를 위한 다이빙교육시설, 해상계류시설 등을 건립하는 골자였다. 당시 제주도는 사업 추진을 위해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했고 '사업구역 내에는 연산호 및 보호종은 없다'고 보고해 허가가 승인돼 공사를 시작했다.

제주도는 공사 전 조사 과정에서는 보호종이 발견되지 않았고 최근의 조류의 흐름을 타고 산호 군락에서 이곳까지 퍼진 것이라며 발견된 산호들을 먼바다로 이식할 것이라 밝였다.

산호는 유산이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생물이다. 유형문화재 유물 같이 손쉽게 다른 곳으로 이전해 보호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번 여름에도 제주는 표층 수온이 섭씨 31도를 넘기는 날이 반복되며 고수온 경보가 잇따랐다. 급격하게 기후가 변하면서 제주바다는 감태와 모자반 등 해조류가 급감하고 열대어종이 늘고 있다. 산호 또한 열대 지역에서 보이던 돌산호가 제주해역까지 올라왔다.

해양생물이 익숙한 곳을 떠나 정주하는 장소를 힘겹게 옮기며 생존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가져온 혼돈의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생물의 이동 원인을 여전히 조류나 태풍 탓만 하고, 손쉽게 이식하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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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항 동방파제 해역에서 바라본 제주해양레저체험센터 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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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호 군락이 보호구역으로서의 가치에 걸맞게 관리되지 못하고 위협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은 결국 들어선 해군기지가 대상지를 선정할 때 온갖 보호구역, 천연기념물 등 보호장치는 하나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매립이 진행되고 방파제가 만들어지면서 바다의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고 연산호 군락은 크게 망가졌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고시했던 내용들 중 직·간접적으로 서귀포 해양도립공원 해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살펴봐도 문섬 해역과 바로 연결되는 정방폭포(명승 제43호), 서귀포항 새섬 해역과 맞닿아 있는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천연기념물 제195호) 고시 내용 또한 주변 개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갔지 강화한 적은 없었다.

서귀포 해양레저체험센터 건설 현장은 연산호 발견 이전에도 2021년 철근 파동과 레미콘 수급 지연 등의 여파로 공사가 멈췄고, 서귀동 해녀들이 공사 현장에서 인근 어장으로 흙탕물이 쏟아지고 물의 흐름이 막힌다고 항의하며 수중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예정보다 계속 지연되면서 서귀포 해역은 '공사 중'인 시간이 늘어났고 문섬 앞에는 각종 토립자와 폐수를 담은 오탁방지막이 계속 부유 중이다.

토사에 질식하는 바다

39년차 프로 다이버이자 수중사진가인 김병일씨도 현재 제주 바다 훼손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을 해안 공사와 개발로 인한 토사 유입을 꼽는다.

"제주는 이웃 일본에 비해 도로를 너무 해안에 근접해 만들어요. 일본 바다는 폭우가 와도 해안가에 토사가 없습니다. 바다 가까운 곳을 모두 개발하고 농사도 짓고 그게 다 바다에 영향을 미칩니다.

비가 오면 한 번 걸러져서 깨끗한 상태로 바다로 흘러야 하는데. 3~4년 전만 해도 여름에 큰 폭우가 와도 토사가 문섬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문섬까지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부유물이 계속 쌓이면 저서생물들이 질식사하겠죠. 생물 다양성에 큰 타격을 줄 것입니다."

바다는 경계 없이 흐르고 순환하며 이동하는 장소다. 인간이 해안을 변화시키면 물의 흐름은 바뀌고 연결된 바다는 모두 영향받는다. 또한 해안 근처의 개발은 토사와 분진 그리고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낸다. 천이 상류에서 하류로 그리고 바다까지 닿는 건 너무 당연한 이치다.

육지의 땅을 구획하는 방식으로 해안을 개발하면서 연결된 바다는 괜찮을 거라 판단하는 건 오산이다. 이런 측면에서 조간대와 해안 그리고 이 해역으로 흐르는 천이 도립공원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서귀포해양도립공원에 서식하는 연체동물의 경우 ⅓ 이상이 조간대에 살고 있고, 각종 훼손에 노출된 곳이다. 바다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 도립공원의 경계 확장은 꼭 필요하다. 해양도립공원 관할 영역이 오직 해상영역에만 한정되기에, 문섬과 범섬을 포함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들은 이 해역 생태계와 경관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도립공원에서 제외된다. 생명의 유기적 연결망은 모두 끊긴 채 허울만 남아있는 격이다.

해양보호구역 내에서 그것도 그 보호 장치를 직접 만든 행정주체의 주도로 개발과 레저산업을 독려하는 상황은 여전히 지자체가 자연환경을 살아있는 주체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풍경으로 또 이용하는 자원으로 대하는 반증이다.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인 산에서 탐방객 수를 조절하고 자연 휴식제와 같은 출입 금지 기간을 만드는 것을 떠올리면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의 여러 완화 조치 결정 또한 아쉬움이 크다. 2017년 11월 제주도는 제주 도립공원 지역을 포함해 국립공원을 확대한다는 발표를 대대적으로 했지만 결국 전면 백지화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탐사를 진행하며 섶섬이 있는 보목포구부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효돈천 사이의 해변에도 해안도로 공사가 시작된다는 현수막을 봤다. 서귀포 해양보호구역 권역은 이곳을 보호하겠다고 외치는 주체가 많지만 정작 그 소리는 모두 메아리가 돼 사라지고 있다. 서귀포 시민의 삶 안에서, 기후 변화 궤적 안에서 지표가 돼주었던 세 섬과 바다를 미래 생태의 이정표로 지켜내기 위해 정책은 기울어진 '보호'와 '이용'의 시소를 움직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