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은 1920년대 청년시절 적극적인 활동가였다. 1922년 9월에 동광학교(東光學校) 교원이 되었다. 조선어와 한문을 가르쳤다. 이를 전후하여 전주 유지들이 설립한 호영강습원을 지원하고, 전주 제일학교 우리말 연구회의 초청으로 국어문법을 강의하였다.
동광학교의 교가와 응원가를 작사하고, 이 학교가 보성고보 분교가 되기까지 근무하다가 1924년 휘문고보 교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1925년 4월 18일 조선어연구회에서 <조선어 문법> 기초를 결의하면서 이 일에 매달리고 1926년 5월 1일부터 26일까지 경성중등교원들의 일본 사찰단에 합류하여 일본을 다녀왔다.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와 출판사 선교사가 공동주최한 훈민정음 반포 8회갑 기념축하회를 개최하고, 11월 6일에는 조선어연구회 주최로 언론계 인사들과 훈민정음 반포기념축하회를 열었다.
세종이 1443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한 지 500여 년 만에 그리고 1920년대에 주시경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해온 우리말(글)이 국권침탈과 함께 왜어(일본어)에 파묻히게 되었다. 가람은 조선어연구회와 함께 한글을 지키고자 안간힘을 썼다. 신문사에 '정음란'의 설치를 건의하고, 조선어강습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수 차례 지방에 한글강연회의 연사로 나가 강의하였다.
가람과 조선어연구회 멤버들은 1927년 2월 8일 신명균을 발행인으로 하여 권덕급·최현배·정열모 등 5명이 동인지 <한글>을 창간했다. 이를 통해 국어의 학문적 이론을 연구하고 널리 한글의 보급운동을 전개했다. 가람은 창간호에 <새봄>이란 시조를 싣고, 제3호에 <한힌샘 스승님>이란 시조를 실었다. 동인지 <한글>은 재정형편으로 얼마 못가서 중단되었으나 1932년 5월 조선어학회의 기관지로 부활하였다. <한글>은 동인들의 연구 논문이 수록되었다. 현재 경기도 의왕시 향토 사료관에 '동인지 한글' 3점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조선어연구회는 1926년 11월 4일(음력 4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했다. 그리고 1928년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뒤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10월 28일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1940년 안동에서 <훈민정음> 원본이 발굴되어 세종 28년 음력 4월 10일에 한글이 제정된 것을 확인하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하여 10월 9일이 한글날로 확정되었다. 조선어연구회의 성과였다.
이 시기(1927~1928년) 가람의 행적을 연보를 통해 살펴본다.
1927년 37세.
1월 3일부터 6일까지 조선어연구회 주최 조선어강습회 개최. 장소는 보성고보. 철자법·문법을 담당.
1월 28일, 종로경찰서에 가서 <시조작법과 선집>의 출판허가장을 받음.
2월 8일. 동인지 <한글> 창간호 발행. 동인은 권덕규·이병기·최현배·정열모·신명균. <개벽>사 공모의 시조작품 심사를 비롯하여 7월 17일에는 현대문예사 현상문예작품을, 8월 31에는 <별건곤(別乾坤)> 9월호 투고 시조작품을 심사.
5월 12일, 이화여전 문학부에서 매주 목요일 1시간씩 조선문학사를 4주간 계속 강의하기로 함.
5월 23일, 조선어연구회 주관 조선어강습(중동학교)에서 음운(音韻)에 대한 강의.
7월 7일. 현대문예사 고문 수락.
7월 21일부터 1주일간 영광(靈光) 청년회 주최 강습회에서 조선사 및 조선어에 대하여 강연.
9월 17일, 영도사(永導寺)에서 가요연구회 발기회를 갖고 획칙을 정함.
9월 27일~30일, 휘문고보 3학년생을 인솔 경주 수학여행.
10월 24일(음 9월 29일), 훈민정음 반포 481주년 기념식.
'가갸날'로 명칭을 정하고 명월관에서 축하회를 가짐.
12월 2일, 이화여전에서 시조 강연.
1928년 38세.
4월 17일, 경신학교에서 〈조선가요에 대하여〉 강연. 밤 황금원에서 개최된 조연민요연구회에서 〈조선가요의 유래와 현재〉를 발표.
4월 19일, 유상궁에서 개최된 한문교육회에 참석.
9월 2일, 영도사에서 개최된 가요연구회 참석.
9월 8일, 철자법 개량 조사위원에 보낼 조선어연구회의 건의서 기초위원으로 신명균·정열모와 같이 피선.
12월 6일, 경성제대 조선문학회 주최 강연회(평안도 방언)에 참석.
12월 18일, 신민사의 문예지망생을 위한 설문에 ①부단한 노력 ②사실주의로 나가라고 답.
12월 30일, 조선시단주최 강연회에서 〈시조의 사적 발전 및 문학적 지위〉 강연.
주석
1> 최승범, 앞의 책, <가람연보>, 198~199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조문학의 큰별 가람 이병기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