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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다. 황망하다. 원통하다. 치욕스럽다. 나라 운명이 걱정스럽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일 전날 밤 꿈자리가 사나워 마음이 심란하더니 놀랍고도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아침을 먹고 서재에 있는데 거실에 있던 아내가 부르더니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네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너무도 황당했다.

 

TV 뉴스에서는 자살인지 실족사인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고 하지만, 웃기는 얘기다. 최근 받았던 강도 높은 검찰수사와 연관이 아주 없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노짱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2002년을 회상해본다.

 

학창시절 007시리즈 영화는 한 편 볼 때마다 돈을 내야 했다. 그런데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007시리즈보다 더한 감격과 감동이 넘치는 드라마를 TV와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봤다.

 

감동적인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드라마는 2002년 12월에 치러진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선거였다. 투표권을 부여받고 30년 가까이 되도록 지지하는 후보가 계속 패했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당선되었으니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유세장에 노란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니고, 귀여운 꼬마들이 아버지 어깨에 무동을 타고 유세장에서 흥에 겨워하는 천진스런 광경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평화로웠다. 박정희 전두환을 거치면서 그러한 모습을 못 보았기 때문에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노짱'으로 불리기도 했던 노무현

 

'노짱'으로도 불리는 노무현은 경남 김해 진영이라는 시골마을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그의 말투는 고뇌한 선비스타일도 아니었다. 목과 배에 힘주는 성악가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우리가 아는 높은 사람의 무거운 목소리도 아니었다. 소속된 민주당에서조차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 깜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노짱은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평범한 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위엄 있고, 고상하고, 품위가 있어야 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짝퉁언론들의 왜곡보도로 국민에게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나 더한다면 노짱은 자신을 낮추고 호소하는 솔직함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노사모'가 탄생했고, 선거운동 내내 젊은이들과 아이들까지도 친구와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좋아하고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부인을 버려야 한다면 차라리 대통령을 안 하겠다"라고 해서 아내를 울린 노짱, 그 말을 듣고 부부사랑을 다시 확인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감격스러운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16대 대통령 선거는 당내 경선에서 투표일까지 거의 2년에 걸쳐 치러졌다.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랑과 감동, 비방이 나를 울리고 웃겼다. 몇 번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결국 대권을 차지했을 때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생전 처음으로 2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백수인 나에게 2만 원은 이발은 네 번, 목욕탕은 일곱 번 갈 수 있는 거금이었다. 그래도 마음에 있는 후보에게 후원했으니 무리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감동적인 장면을 보고 듣고 하면서 그만큼 얻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여당 후보이면서도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조차 야당 후보인 이회창보다 냉대를 받았던 후보 노짱, 그래도 자기 할 말만 하면서 굳세게 맞서나가는 노짱은 드라마의 주연배우였고, 나에게 희망이기도 했기 때문에 흔쾌히 후원했던 것이다.

 

마침 오늘이 내 생일이다. 생일이라서 그런지 아침에 접한 노짱의 서거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다. 노무현, 그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되어가는 과도기에서 한 획을 그은 전직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와 한겨레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노짱,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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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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