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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중노위는 3월 19일 내린 현대차 불법파견 판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일하는 혼재공정 적용하지 않고 일부 공정을 특정해 판정해 노동계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2월 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중노위는 3월 19일 내린 현대차 불법파견 판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일하는 혼재공정 적용하지 않고 일부 공정을 특정해 판정해 노동계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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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초, 세계 최대생산을 자랑하던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품질 결함 문제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만 800만 대, 전체 1400여만 대의 리콜을 당하자 현대차와 국내 언론 등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현대차가 그 틈새를 파고 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 생산 현장의 노동자들과 노동계는 "도요타 리콜 사태의 다음 차례는 현대차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었다.

아니나 다를까, 3년 뒤인 2013년 3월 현대·기아차가 에어백과 브레이크 등 결함 때문에 미국에서 190만 대, 국내에서 16만 대 등 최소 206만 대를 대량리콜하기로 하자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기아차 리콜을 포함해 자동차 제조과정에서 고객들의 불만까지 모든 품질문제의 80%는 설계결함, 15%는 장비와 조립기술 문제, 5% 정도는 작업자의 실수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리콜된 현대·기아차 약 190만 대는 지난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생산된 현대차 모델 5종과 기아차 모델 6종이라고 한다. 지난 2010년 2월 대법원이 현대차 비정규직의 불법파견 판결을 내린 후 현대차가 이를 외면하자 비정규노조의 파업이 빈발하던 시기의 전후다.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무마하고 비정규직 파업에 대처하기 위해 단기간 알바를 기용해 생산현장에 투입하는가 하면 품질관리를 전담해야 할 정규직 관리자를 노조 대응에 투입함으로써 이번 리콜사태를 예고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품질관리자가 노조 감시... 예견된 '현대차 리콜'> ) 과연 현대차 품질 불량에 따른 대량 리콜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생산현장 "기계가 만능 아니다, 명품 자동차는 수작업이 필수"

현대차 생산 현장에서 수십 년을 일해 온 숙련 노동자들은 이번 리콜에 대해 "자동차 생산은 사람의 감성이 필요한데 생산만능주의 경영체계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직 생산제일주의만을 외치며 붕어방 찍어내듯이 대량생산 시스템을 가동한 결과라는 것. 여기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불법파견 사용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노조에 대응하는 비이성적인 경영체계도 리콜사태의 주 요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현대차는 지난 1986년 미국시장에 '엑셀' 자동차로 첫 진출하며 진출 첫 해에만 16만8000여 대를 판매하는 등 인기를 누렸었다. 하지만 이후 잦은 고장과 미흡한 사후 처리로 판매가 감소하면서 이미지를 추락당했던 적이 있다.

현대차 생산현장 숙련자들은 그 이유를 회사측의 노조 견제에서 찾는다.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후 그해 설립된 현대차노조의 힘이 막강해지자 노조를 견제하기 위해 생산현장 자동화를 서둘렀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회사측은 1980년대 중반부터 생산현장에 자동화장비와 IT 기술에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생산 자동화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한 사례로 현대차 울산공장 내 차체공장의 경우 과거 1000여명이 알하던 현장에서 70% 인원이 감축돼 현재 300여명 만이 일하고, 나머지는 자동화됐다.

현대차 생산현장 숙련자들은 "이번 리콜사태는 노동을 배제하는 현대차의 생산방식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인력을 절감해 생산비용을 절감하는데 더해 사람을 믿지 못하고 기계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노동자들의 숙련을 무시하고 완벽하게 자동차를 조립한다고 맹신하는 자동화에 투자를 투자한 것이 이제 그 한계가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자동차 생산에는 감성이 겸비된 숙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차체 조립을 하기 위해 볼트나사를 조일 때, 작업자들은 불량이 나면 더 조이거나 다시 갈아 조이거나 하는 판단에 따라 일한다. 기계식 조립은 이런 감성적인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 하부영 교육위원은 "자동차의 최종 품질의 결정과 완성은 노동자들의 손 끝에서 나온다"며 "그런데도 현대차 경영진은 애써 이를 무시하며 노동의 공과 흔적을 지우기에만 열중했을 뿐이다. 지금 품질문제는 노동자를 배제한 대량생산 체제가 부른 역습"이라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1998년 IMF 위기를 맞은 현대차가 표준작업시간을 새로 결정해 현장에 적용한 것이다. 새 표준작업시간은 노동자의 여유시간을 줄이고 순수작업시간만 인정해 가동하도록 했다. 당시 현대차는 새로운 표준작업시간을 적용하면서 '노동자 효율이 53%'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현대차 노동자 인원의 절반이 작업 중 노는 격"이라며 현대차노조를 고립시킨 사례가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새로운 표준조립작업서가 작업자들이 불량을 수정하거나 품질맞춤 작업 또는 검사작업 준비,  예비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들은 빼버렸다고 호소한다. 표준시간대로 작업하다보면 불량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든 공정은 비정규직에... "정규직과 힘든 일 균등하게 나눠야"

비정규직에게 힘든 일이 전담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하부영 교육위원은 "기술직(생산직)에 대한 교육훈련비를 삭감하거나 아예 없앤 경우도 있다"며 "회사측은 '두 시간이면 일을 할 수 있다. 자동차 조립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며 비정규직을 대폭 늘리고 정규직 대체인력에 단기간 알바들을 투입해 차를 조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정규직들에 따르면 현대차 생산현장에서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하는 '도어탈부착', '구부리고 엎드려 작업하는 공정'은 대부분 비정규직의 몫이다. 정규직 임금의 절반 정도를 받는 비정규직이 힘든 일도 도맡아야 하는 현실, 이런 비정상적인 구도가 불량생산을 부추긴다는 것. 이 때문에 일부 정규직노조 활동가들은 "비정규직의 힘든 공정을 정규직에 골고루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대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후 정규직 전환 승소판결을 받고 170일 넘게 대법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철탑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병승씨는 "수년 전 불거진 도요타 리콜사태는 확대된 비정규직으로 인한 품질 저하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며 "이번 현대차의 대규모 리콜사태도 불법과 차별 속에 놓여 있는 사내하청 문제가 주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를 조립할 때에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면서도 임금과 복지, 심지어 인격마저 차별받는 노동현장에선 고품질 노동이 보장될 수 없다"며 "현대차는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결정한 대로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을 수용해야 품질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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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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