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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질환이나 몸에 큰 흉터를 가진 사람들은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여름철 땀과 더불어 가려움증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여름이 괴롭다.
한 번 가려움증이 유발되면 피부가 벌겋게 살갗이 벗겨질 정도로 긁어대야 하는 그 괴로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필자도 어릴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였고, 현재까지도 한 번 가려움증이 발생하면 체면이고 뭐고 없이 아무 데서나 옷을 잡고 긁어댄다. 심할 때는 아무리 긁어도 가려움이 가라앉지 않아서 물수건으로 한동안 가려운 부위를 덮어놓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약 57%가 2세 이전에 발생하고, 5세 이전에 87%의 환자가 발생하여 사춘기 때 다소 악화되었다가, 대부분 30세 경에 자연 치유되기 때문에 대부분 어린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지만, 성인에게서도 국소적인 부위의 증상이나 피부의 민감도는 증가하여 고생을 하는 사람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란 심한 가려움증을 특징으로 하며, 알레르기 질환과 연관된 재발성 만성 습진성 피부염인데, 어른들이 흔히 ‘태열’이라고 불렀던 유아기의 습진도 여기에 속한다.
나이가 들면서 진물이 흐르고 딱지가 생기며 피부가 갈라지는 균열 증상이 주로 귀 주변에 발생하고, 2세가 지나면 피부가 겹치는 부위에 피부 증상이 나타나며, 허벅지 뒷부분이나 엉덩이, 가슴, 배 등에 증상이 나타난다.
사춘기 이후에는 주로 목, 팔의 안쪽 겹치는 부위, 다리의 뒤쪽 겹치는 부위, 팔목, 발목 등의 피부가 겹치는 부위에 발생한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유전성을 갖기 때문에 부모나 형제들이 아토피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서 발견되고, 습진성 병변 외에도 여러가지 특징적인 피부증상을 가질 수 있는데, 50% 이상에서 피부건조증이 관찰되며, 닭살이라고 부르는 피부 병변이나 마른버짐, 갈색 그물모양의 과색소증도 아토피 피부염에서 흔히 동반되는 피부 증상이다.
전신 알레르기 질환으로 천식이나 비염, 결막염 등을 동반할 수 있고 백내장이 합병될 수도 있으며, 피부에 물사마귀나 세균감염성 질환들이 잘 생길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면역반응를 유발하는 알레르겐들의 자극에 의해 증상이 나타난다고 생각되고 있는데, 어린아이들에서는 음식물 알레르기가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고 있으며, 성인에서는 공기 중의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 등이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외에도 개인에 따라 다양한 자극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과도한 운동, 뜨거운 환경 등 땀을 많이 흘리는 조건이나 긴장, 정서적 불안감 등도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정상인에 비해 가려움증이 쉽게 생기며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에 땀 흡수나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모직, 합성섬유, 실크 등의 직물로 된 내복은 환자에게 가려움증을 유발시키고, 털로 만든 인형이나 털목도리 등도 쉽게 자극을 줄 수 있다. 갑자기 더운 방에 들어 가거나, 더운 물로 목욕을 하게 되면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아토피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자극을 알고 이를 피하는 것이 예방의 첫걸음이다.
피부자극을 유발하는 옷이나 환경을 피하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탈지 효과가 적은 중성 산도의 비누나 비누 성분이 없는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실내온도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흔히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목욕을 자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더운 여름에 자주 샤워를 하면 물기가 마를 때쯤 되면, 어김없이 심한 가려움증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주 씻는 것이 아토피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피부를 자극할 수 있는 여러 자극을 줄일 수 있고 피부의 위생상태가 좋아야 아토피 환자에서 잘 생기는 감염성 피부질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씻을 때는 미지근한 물로 3분 내지 5분 정도로 가볍게 샤워만 하고 때를 밀거나 거친 타올을 사용하지 말고, 씻고 난 후에는 물기를 면수건으로 찍어내듯이 물기를 닦은 후 바로 윤활성의 로션이나 크림, 바셀린, 오일 등을 발라준다. 그럴 수 없는 처지라면 자주 씻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약물치료는 부신피질 호르몬제의 국소 도포가 아토피 피부염 치료의 가장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방법이다. 대개 촉촉한 피부에 투과성이 높기 때문에 목욕 후 3분 이내에 도포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도포제의 강도는 물론 의사와 상의해서 선택해야 부작용이나 스테로이드 저항성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는 계속적인 사용에 대한 두려움이나, 국소적인 부작용, 저항성이 문제가 되어 현재 스테로이드보다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효과가 높은 대체 약물이 개발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곧 이런 새로운 국소적인 면역억제제가 식품의약국의 인정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가려움증은 아토피 피부염의 가장 견디기 힘든 증상이긴 하나, 아직 만족할 만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며, 항히스타민제가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효과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길거리나 아파트 홍보물 가운데, 아토피의 완치나 체질개선을 장담하는 내용을 본 적이 몇 번 있다.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본 적은 없지만,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을 마구잡이로 이용한 위험한 장사들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체질개선을 내세운 건강식품 장사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토피 피부염은 현재로는 근치가 불가능한 질환이다. 좀 귀찮더라도 의사를 찾아 상의하고 일상생활에서 신경써서 관리하면 좋아질 수 있는데, 섣불리 이런 사이비의료에 발을 들여놓아서 부작용으로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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