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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002년 집권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시도되어온 3김과의 제휴를 포기하고 3김청산의 전략으로 방향선회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총재 진영에서는 최근 이 총재를 3김과 한묶음으로 보는 시선이 늘어나는데 대해 심각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자칫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 총재까지도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부상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5·30 전당대회에서 총재에 다시 선출된 이후 이회창 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상생의 정치를 촉구하고, 김영삼 전대통령 그리고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는 회동을 가지며 거리좁히기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국회법 '밀약설' 사태를 계기로 이 총재 자신에게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 3김정치 청산을 내걸었던 이 총재가 오히려 3김과 막후에서 담합하고 3김정치 부활에 가담하려 한다는 비판이 확산되었다. 이른바 '광폭의 정치'를 내세우며 정치지도자로서의 포용력을 과시하려 했던 이 총재의 구상은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만 셈이다.
이 총재의 입장에서는 '광폭의 정치'를 시도해 볼 여유조차 없는 각박한 정치현실이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동안 계속된 이 총재의 행보를 돌아보면 최근 그가 입은 정치적 상처들은 어디까지나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한번 돌아보자. 이회창 총재는 16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앞둔 1997년 10월, "모든 것을 다바쳐 3김정치의 부패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성전에 앞장서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당시의 이 총재는 분명 3김정치 청산을 위한 성전에 나서는 '전사'(戰士)였다.
그러나 16대 대선이 끝난 이후 지금까지 이 총재의 행보를 보면 정말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3김정치에 관한한 이 총재는 냉탕과 온탕을 열두번은 넘게 옮겨다닌 것 같다. 어떤 때는 YS에게 3김정치의 책임을 묻다가 급할 때는 상도동으로 달려가던 모습이 몇번이었던가. 오직 차기 대통령선거 하나만을 의식하여 구정치의 원조격인 JP와 화해를 도모하던 모습은 또 무엇이던가.
북한언론이 자신을 비난하자 이 총재는 상도동으로 달려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YS와 회동을 가졌다.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는 JP와 골프장정치의 모습까지 보이며 우의를 돈독히 하였다.
5·30 전당대회가 끝난 뒤 이 총재가 말했던 '상생의 정치'가 3김과의 상생을 뜻하는 것인지 누가 알았을까. 그러나 3김정치 청산과 '광폭의 정치'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사이, 이 총재 역시 3김의 '노회한 정치'를 흉내 내는 3김의 아류가 아니냐는 의구심은 증폭되어만 갔다.
국민들이 이 총재에게 묻고자 하는 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 총재는 3김정치를 청산하려는 사람인가, 아니면 3김정치와 손잡고 차기를 도모하려는 사람인가. 지극히 단순한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왜 이리도 어렵고 복잡해야만 하는가.
이 총재는 차기 집권을 통해 21세기 한국을 책임지고 경영해 보겠다고 나선 정치지도자이다. 그런데 국가경영의 비전은 고사하고 3김정치에 대한 일관된 소신마저 발견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겠는가. 이 총재가 3김과의 제휴 시도를 접고 이제 다시 3김정치 청산의 방향으로 선회한다면, 그것이 정말 마지막 입장정리가 되기를 바란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던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대로 간다면 이 총재가 아무리 3김정치 청산을 외쳐도 아무도 그 말을 믿지않는 상황이 초래될지 모른다. 이제는 무엇이 자신의 진실인지 국민앞에 말해야 할 책임이 이 총재에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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