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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편지를 보내신 좌동엽군(장신대 93학번)은 지난 6월 28일 평택시청 앞에서 에바다 복지회 구비리재단 복귀저지 투쟁을 벌이다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 지금 수감 중에 있다.)


몇 사람의 편지를 받고 보니 제 편지가 너무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한 것 같아 미안해집니다. 저는 요즘 무슨 재미난 일이 없을까하다 독서에 빠지고 보니 시간이 매우 빨리 지나갑니다.

하루에 4권 정도 읽는데 갇혀 지내는 것을 잊을 정도 입니다. 여러분도 바쁜 중에도 재미난 일을 찾길 바랍니다. 즐거운 만남도 많이 갖고 에바다 일도 웃으면서 하고 말입니다.

갑자기 에바다가 커져 버려서 우리 앞에 놓인 벽이 너무 무섭다는 후배의 글을 읽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길에 대해서 똑같이 두려움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각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 이상은 만용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단지 의무감으로만 평생을 해야 한다면, 그의 인생은 죽은 삶인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즐겁다면 그것은 하지 말라고 해도 당연히 평생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잠깐 고민해 보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써 보았습니다.


-즐거운 삶을 위하여-

고통을 통해서 인생을 안다지만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실패는 성공을 어머니라지만
성공할 수 없다면 실패는 무의미합니다.

고통만이 있는 삶이라면
실패만이 있는 삶이라면
그것은 일생이 비통한 사람입니다.

뜻을 위하여 헌신하는 사람이
그것을 희생이라 한다면
언젠가는 포기할 사람입니다.

제가 속한 이 폐쇄된 공간이
극복해야 할 고통이라면
저 또한 언젠가는 배신할 사람입니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싫은 것은 싫은 것입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동서고금의 진리입니다.

우리는 목적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우리가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하는 일을 즐거워해야 합니다.
아니 실제로 즐거워야 합니다.

사랑과 정의를 위한 길은
고통과 희생이 아니라
삶의 진정한 가치와 기쁨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단지 그 길이 힘들고 두렵다면
우리는 돌아서야만 하며,
그 길이 즐거움이라면
우리는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나약하기 때문에
연습이 필요합니다.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농담할 수 있는 여유와
서로를 향한 미소를 말입니다.

인생은 즐거워야 하며
우리는 그 길을
생명에 대한 사랑과
이 땅의 정의를 통해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 길만이 우리가 평생을 통해
가장 강하게 도전하고
어떠한 힘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인 것입니다.


P.S. 서로 즐겁게 잘 지내라는 말을 왜 이렇게 어렵게 해야 겠는지 모르겠네요. 쓰고 나서도 저에게 웃었습니다. (하하하)
그럼 다시 볼 때까지 재밌고,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


2000. 8. 2. 평택구치소에서 동엽이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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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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