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래된 기억 하나. 지난 84년 장애인이던 김순석 씨가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서울거리의 턱을 없애달라고 서울시장 앞으로의 유서를 남기고 지하철에 투신하였다. 그리고, 또 오래전 기억이지만 92년 한국정부는 장애인의 완전참여와 평등에 관한 아·태장애인 10년 행동계획을 선포하였다.

이제 그 10년을 몇 달 남겨두지 않은 지금, 지난 30일 오후 10시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승강장에서 한 뇌성마비장애인이 전동휠체어에 탄 채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마천행 전동차에 뛰어들어 숨졌다.

어려서 뇌성마비와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한국사회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처럼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지 못했다. 80년부터 87년까지 그가 다녔던 연세대 재활학교 교장은 "몸은 불편했지만 아주 똑똑한 아이였고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이씨는 장애 극복 의지와 삶에 대한 열정이 큰 학생이었다고 했다. 교장은 그가 "현재 재활학교 동문회장을 맡고 있고, 매년 스승의 날이면 꽃을 들고 찾아올 정도로 적극적인 아이였다"고 말한다.

그의 가족들에 의하면, "컴퓨터 실력이 뛰어난데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취직에 실패하는 현실 앞에 절망했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취업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쁨이 얼마나 컸을 것인가.

그는 첫 출근 때 입고 나갈 깨끗한 정장과 구두를 새로 장만했다고 한다. 하지만 왼손만 겨우 쓸 수 있는 이씨는 결국 출근할 수 없었다. 그는 회사로부터 "약간 곤란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고, 가족들은 이씨에게 "왜 출근 않느냐"고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장애인 생존권과 노동권리는 여전히 한국사회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84년 김순석 씨가 자살할 때의 장애인 노동환경이 지금에 와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내달 개최될 아시아 - 유럽 정상회의(ASEM)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정부는 서울과 일부 위성도시의 노점상 철거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할 수 있는 장애인의 노동권리를 빼앗는 국가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그들의 생존을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버티고 있는 터전마저 그들의 체면치레를 위해 앗으려 들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이들의 비극과 죽음을 가슴에 묻으며 살아야하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소중한 목숨들을 달리는 지하철 바퀴 밑에 희생해야 하는 건가.

덧붙이는 글 | 지금 서울지역 장청련에서 이번 뇌성마비장애인의 지하철 투신과 관련하여 노동부게시판에 사이버집단항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함께하는 네티즌들의 힘을 모았으면합니다.

관련기사: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008/200008310243.html 
          http://news.naver.com/read?id=200008310000003001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창의성을 발현하고 향상시킬 방법은 없을까? TRIZ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다. 누구나 학습과 훈련을 통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유용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서 함께 나누는 공간이 있다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