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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용하고 있는 프린터는 캐논 사의 잉크젯 프린터다. 모델명은 BJC-6000이다. 가정에서 사용하지만 프린트 양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아내가 사이버 대학 강의를 들으면서 프린트하는 양, 그리고 강의를 나가면서 강의 준비를 하느라고 프린트 하는 양, 아이가 학교에서 내주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프린트 하는 양,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프린트 하는 양 등 이 모든 것들이 만만치 않은 양이다.

프린트 설계를 잘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흑백과 컬러 잉크들이 거의 동시에 동이 난다. 그래서 흑백과 컬러 잉크를 한꺼번에 정품으로 교환을 하자면 5만원이 넘는 돈이 든다. 프린트를 사용할 때야 참 편하기는 해도 잉크가 다 떨어져 잉크를 구입할 때가 되면 정말 이건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체질적으로 불법 복제 같은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잉크도 가능하면 정품을 사용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리필 제품을 검토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 사이트로 들어가 "리필잉크"로 검색어를 쳐넣어 보니 수많은 사이트가 소개된다. 여러 군데 사이트를 확인해봐도 BJC-6000용 리필잉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사이트의 콘텐츠나 구성이 대부분 조악하여 잘못 송금했다가 돈이나 떼이고 물건도 엉터리 물건을 보내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사이트가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inktec이라는 사이트를 결국 찾게 되었는데 이 한 곳이 제대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이트도 깔끔하고 찾고 보니 잉크테크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본듯하고 할인점이나 문구점에서도 잉크테크의 제품을 본 기억을 반추할 수 있었다. 기종에 따른 리필 제품을 찾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사이트에 메뉴 구성이 잘 되어 있고, 온라인으로 구매도 쉽게 할 수 있게 사이트를 잘 구축해놓았다.

이곳에서 검색을 해보니 BJC-6000용 리필 잉크를 흑백과 컬러 모두 구입을 하면 2천원 할인해주는 것을 포함해서 3만원이면 되었다. 주저할 것 없이 일단은 한 번 두 눈 딱 감고 사용해볼 일이다. 주문을 내고 입금을 했다. 주문을 낼 때 할인까지 해주더니 다음 번 주문할 때 이머니(e-money)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점수까지 주었다.

더구나 한 가지 더 감탄한 것은 홈페이지를 통해 리필 방법을 동화상으로 잘 안내를 한 것이다. 동화상도 그냥 대충 조잡스럽게 찍은 것이 아니라 예스네트라는 곳에서 전문가를 동원하여 촬영을 한듯 하고 설명도 성우나 방송 경험이 있는 사람을 동원하여 제대로 만든 동화상이다. 대기업의 홈페이지에서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알차게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홈페이지를 구축하려는 사람들에게 모델 케이스가 될 수 있을 정도의 홈페이지 수준이다.

주문을 내고 입금을 했다. 입금 확인 전화를 따로 주지도 않았는데 다음 날 바로 배달이 되어 왔다. 비싼 돈을 지불한 정품이 3일 정도나 지나야 배달이 되어 오는 것에 비하면 가히 파격적인 일이다.

리필을 하면 정품에 비해 2만원이나 절감을 하고 주문도 쉽고 다 좋지만 그것이 진짜 중요한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리필이 쉽고 프린트가 잘 되고 프린트를 망가뜨리는 등의 어떤 엉뚱한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고 만족할만하게 잘 사용할 수 있었느냐는 사실 유무일 것이다.

리필 잉크를 사용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리필 후에 카트리지에서 잉크가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다. 전에 HP 프린터에서 리필 잉크를 사용했다가 잉크가 줄줄 흘러나와 더 이상 프린팅이 불가능하여 리필한 카트리지를 버리고 설상가상으로 프린터까지 맛이 가버려 아프터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품 잉크가 너무 비싸 캐논 프린터를 사용하면서 처음으로 리필 잉크를 사용해보게 된 것이다.

결론은 한 마디로 대성공이다.

리필 후에 카트리지에서 잉크가 줄줄 흘러나와 카트리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프린팅된 출력물의 수준도 정품잉크로 출력했을 때와 출력 성능에서의 차이를 찾기가 어려웠다. 흑백 카트리지나 3개의 컬러 카트리지 모두 아무런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일단 잉크값을 반 정도의 수준으로 줄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욕심 같아서는 1만원 이하 수준이 적정한 가격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품 잉크 가격을 지금의 수준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낮추어야 소비자가 납득할 수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미래학자인 배리 하워드 민킨(Barry Howard Minkin)은 그의 저서 "미래 예측"에서 미래 시대는 저가 시대라고 했다. IMF로 만신창이가 되고 주가하락으로 까인 곳 또 까이는 수난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이지만 할인점은 우후죽순 같이 생기고 있고 프랑스의 까루프니 영국 테스코의 자본을 유치한 홈플러스 같은 외국의 할인점까지 점포수를 계속 확장할 정도이니 저가 시대로 가고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유독 잉크 하나만 시대의 조류를 역행하고 있는 제품이 아닌가 싶다.

잉크값은 더 내려야 하고 특히 정품 잉크값이 더 내려야 한다. 현재로선 반도체와 CPU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잉크젯 프린터용 잉크가 아닌가 싶다. 한 번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줄기차게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잉크가 연필을 대신하는 시대 아닌가? 현대판 연필값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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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캐나다에서 GM 그랜드 마스터 테크니션으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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