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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간지 <씨네21>의 편집장을 지냈던 조선희 씨가 잡지가 아닌 책으로 독자 앞에 나섰다. 소설 쓰겠다고 잘 나가던 주간지의 편집장을 그만 둔 그가 소설 아닌 사변적 글로 독자 앞에 선 것에 의아해 할 독자들이 있겠지만, 여기자로 20년을 산 그는 할 말이 많음에 분명하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기사의 끄트머리에 자그마하게 붙은 바이라인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말이지만 그깟 바이라인이 아무리 실린들 뭣하나. 독자의 눈길을 잡지 못하면 무명씨와 다름없는 것을.

그러나 독자들과 호흡하는 글을 쓰는 기자들은 스타 못지 않은 유명세를 치른다. 그렇다고 얼굴을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선희는 기자 생활 20년 하면서, 특히 마지막 5년을 <씨네21>의 편집장을 지내면서 기자로서의 존재를 확실히 한 몇 안되는 기자 중에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몇몇 외형적인 찬사로도 금방 드러난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국내 최초의 영화주간지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이끈 점. 여기서 성공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간지 판매율 1위를 97년 이래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겪은 한 여기자의 분투기

한마디로 그는 잘 나가는 잡지의 편집장으로, 영상시대를 인도하는 영화잡지의 편집장으로 군림했다. 그리고 만 5년, 251호를 끝으로 소설을 쓰겠다며, 편집장을 그만 두었다.

그 결심이야 개인적인 것이지만, 그 결심을 두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가까운 사람들(특히 여기자들)은 끝까지 살아남아 모범으로 남길 기대하는 눈치였고, 이 사실을 접한 독자들은 '나 같으면 좋은 직장 안 그만 두겠다'는 식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으로 인해 그의 선택에 대한 답변을 직접 듣게 된 셈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에는 새발의 피도 안되지만.

소설을 쓰겠다고 잘 나가는 직장을 팽개친 그가 소설이 아닌 사변적 글로 독자에게 나선 까닭은 무엇인가.
"씨네21을 그만두기 전 한겨레신문 출판부로부터 책을 쓰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 내가 사회라는 곳에 나와서 지난 20년 동안 겪은 분투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특히 여자들에게, 참고자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쓰겠다고 <씨네21> 편집장 그만 둬

그의 말에서 보여지듯이 그는 여성으로서 신문사에서 살아 남아, 편집장으로 성공했던 '신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핵심은 아무래도 '여성'이라는 데 있는 것이다. '여성'과 '성공'이라는 키워드가 이 책을 탄생시키는 주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이 성공담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씨네21>을 창간하는 과정, 일하는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이것저것들, 영화 이야기 등 다채롭게 펼쳐진다. 기자로서 산 20년의 경험과 사회와 사람에 대한 시선,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을 쏟아낸 이 책은 한 개인의 신변잡기를 넘어 우리 사회, 특히 문화를 읽는 텍스트에 가까워 보인다.

나이 마흔에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두고, "그 나이에 고갱은 티히티로 갔고, 박완서 선생은 소설을 시작했으며, 이창동 감독은 영화판에서 수습을 시작했다"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에서 나이와 여성, 사회에 맞서는 그의 용기를 읽게 된다.

그러나 그가 소설을 쓰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십 여년전 소설을 발표했고, 이로 인해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이창동은 그를 작가로 불러왔다고 한다.

조선희는 같은 신문사 동료이자 3살 연하인 남편과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으며, 마포에 얻어놓은 오피스텔에서 소설을 쓸 작정이란다.

벌써부터 그의 소설에 대한 관심이 이는 것은 그가 저널리스트로서 독자들과 호흡하는 글을 써오면서, 사람과 사회, 문화에 대한 공감이 깊이 이루어진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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