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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살문제로 인터넷-세상이 시끄럽다. '청부자살'과 '집단자살'이 지난 12일과 14일 잇따라 발생, 인터넷 자살 사이트가 드디어 일부 네티즌의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짓는 '저승사자'로 떠올랐다.

이 엽기적이 사건이 발생한후 국내 인터넷 자살 사이트 접속은 끊어질 줄 몰랐다. 특히 이 사이트 게시판에는 '가장 편하게 자살하는 방법' 등 자살에 관한 내용의 글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국내 자살 관련 사이트는 수십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들은 애당초 자살을 방지하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명분으로 개설됐다. 그러나 자살을 꿈꾸는 네티즌들이 '같이 자살할 분, 좋은 방법 가르쳐 주세요' 등이 적힌 게시판을 보고서 실제로 죽어가자 드디어 검찰과 경찰이 16일 자살관련 사이트를 전격 내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직접적인 살인 행위 등이 없더라도 자살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운영한 사실만으로 관련 당사자에게 자살 방조 등 혐의를 적용, 사법처리가 가능한지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어 이와 관련되는 사이트들이 최근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촉탁살인' 범행 용의자 윤아무개(19)씨는 16일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알게된 10여명이 전화나 e-메일로 '죽고 싶다'며 살인을 부탁해왔지만 직접 죽여 달라고 한 경우는 김씨와 대구에서 올라온 김씨, 강릉에서 동반 자살한 김씨 등 3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초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자살이 XXX 때'사이트 1군데만 접속했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는 최근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제목은 나오지만 직접 사이트로 들어가면 '찾을 수 없는 페이지'로 나온다.

그러나 자살관련 사이트가 모두 자살을 방조하거나 자살충동을 느끼게 하는 등 부정적인 요소만 지니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와 정신장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여보고자 정신과 의사가 만들어가는 정신과 세상'를 표어로 내걸고 지난해 2월 개설한 '이길흠과 만남'(galaxy.channeli.net/roaddr) 사이트는 '죽고 싶지만 살고싶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사이트는 네티즌이 글을 올리기 위해 자유게시판을 열면 '자살을 하고 싶다 !!! 그러나 행복하게 살고싶다!!!'란 문구가 큰 글씨로 뜬다. 네티즌들의 사연도 구구절절하지만 한결같이 '죽고싶을 때도 있었지만 더 잘 살고 싶다'는 건전한 내용이다.

또 살기가 싫어 위로를 받고 싶은 네티즌의 하소연에 대해서는 새로운 삶의 희망을 안겨다주는 답변자들도 많아 이 게시판을 하나씩 읽다보면 자살할 마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된다.

'애국자'란 이름의 네티즌이 지난 15일 이 게시판 '자살을 꿈꾸며'란에 '가장 쉽게 죽는법 소개해 드리겠습니다'는 말로 적은 글은 처음보면 자살을 유도하는 내용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정반대다.

"쉽게 죽는 방법은... 바로 '늙어 죽는 것' 입니다. 우습게 생각할 게 아닙니다. 그것이 얼마나 편안하고 행복한지 아십니까?" 가장 평범하고 자연스런 말로 삶과 죽음을 규정지우면서 자살을 '한방에 죽이는' 표현이 아닌가!

이 사이트에 '푸른하늘' 네티즌이 16일 띄운 내용을 보자.

"우리들은 '죽는다' '자살하고 싶다' 등의 말들을 아무 거리낌없이 함부로 쓰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인간이라면 고통을 느끼고 죽고 싶을 때가 여러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병원에서 고통스런 치료를 받으면서도 죽음과 투쟁하고 있는 환자들을 생각해보세요. 그들은 살려고 발버둥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죽으려고 발버둥칩니다. 정말로 죽고 싶으시다면 죽으세요!! 아무도 말리지 않습니다. 죽고싶다는 말만 되풀이할뿐 막상 죽으려면 용기가 안 난다는 것이죠. 그런 죽을 용기조차 없으면서 죽는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해도 되는 건가요?"

또 자살과 관련한 유머도 있다.

"누군가가 63빌딩에서 뛰어내리고 싶데요..근데.. 걱정이 하나 있어서 시도를 못하구 있데요. 모냐구 물었더니.. 떨어져서 .. 만약에 안죽으면 그땐 어떻해야 하냐구..최소한 안죽으면 장애인.. 아니면 식물인간인데.. 죽는거 외엔 싫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걱정말라구.. 63이면 100% 사망이라구..그랬더니 그럼 OK.. 63이면 자이로드롭 타는 기분이니깐 Good이라나요??
얼.마.후.... 그넘이 전화를 했는데 짜증나 죽겠데요. 63에 갔는데 꼭대기엔 일반인이 못올라간다나요???? 엽기적인 그넘... 지금두 잘 살아요"-같은 사이트 '경험자' 네티즌.

마지막으로 종교에 호소하는 스타일도 있다.

"20대중반을..남들은 젊음을즐기고 잇던시기에..전죽음을 생각햇죠. 그토록 믿었던 한남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8개월을 불면증에 시달려야햇으니까여 정신과에두 한달정두 입원했구여....그땐 이런 싸이트가 없었으니까 전 고작 상담전화에 제 고통을 하소연해야했습니다...하루종일 전화통을 붙들구 했던말 만 수없이 되풀이하구....전혀 도움이 못되더군여 죽는건 고통스러울까바....실행에 옮기지두못하고...그땐사는게 사는게 아니었죠 하지만 지금은 세상에 긍정적인면을 보게됐습니다. 하나님을 발견하고 부터."

지난 12, 14일 엽기적인 '청부자살' 등 사건으로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틀뒤인 16일 한 국내 자살관련 사이트 게시판에는 '저랑 같이 동반자살 하실 분' '자살할거 이왕이면 외롭지 않도록 여럿이서 같이 자살하면 좋겠습니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그러나 동반자살과 집단자살은 아직도 외롭고 쓸쓸한 인간으로서 마지막 가는길에 가장 실존적으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자살

             - 류시화 -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론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에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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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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