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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우리는 희망을 설계한다. 대부분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하든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한다든지 성취하고자 하는 많은 소망들이 일출과 함께 뜬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하게 되고 또 가장 어려운 게 '금연'이다. 쪼들리는 서민가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1세기 첫날 담배값이 인상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디스'가 200원 오르고 '타임'도 200원이 오르는 등 모든 담배들이 동반상승했다. 그 이유는 소비세,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에 따른 세금상승분 때문이다.

가족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부의 세금뜯기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이 참에 담배를 추방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물론 담배를 향한 소비자의 끈질긴 욕구는 두말할 나위 없다.

예전 소설가 김동인은 '연초의 효용'이라는 글에서 "생각이 막혔을 때 한모금의 연초가 막힌 생각을 트게 하는 것은 흡연가가 다 아는 바다. 한모금의 연초는 근심을 쫓아내고 권태로부터 벗어나 일의 능률을 올려준다. 연초연기는 시인에겐 시를 공상가에겐 철리(哲理)를 준다"고 밝혔다.

담배소비자연맹이라는 곳은 새해 첫날 한국일보 송현클럽에서 담배소비자의 날을 선포하며 연간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조세를 부담하는 1300만 애연가의 흡연자유권·흡연환경권·행복추구권 등 흡연3권 보장을 주장했다.

끽연가들에 의해 우리나라 조세수익의 상당 부분이 충당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연구보고들은 건강을 갉아먹는 담배의 해악성을 경고하고 있다.

대대적인 금연캠페인을 벌여온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88년부터 97년사이 폐암 및 기관지계통 암발병률이 14%나 감소했다. 주당국의 금연정책도 공격적이다. 우리나라도 담배가격을 올렸지만 그건 조세수익차원에서이고 캘리포니아는 담배가격을 파격적으로 인상하고 인상수익은 모두 금연기금으로 돌렸다. 그러자 1인당 담배소비량이 전국평균의 50%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30여년 전 담배가 폐암 등 중대질병과 유관하다는 보고가 나온 후 흡연가들이 '언젠가는 치료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여전히 폐암은 불치병으로 남아 있다. 미국의 경우 다른 주요 암에 의한 사망률을 합친 것보다 폐암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폐암에 걸렸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조기검진이 유일하다. 최근 담배가 피부암의 중요한 위험요소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임상종양학 저널에 보면,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메디칼 센터는 비흡연자와 흡연자그룹, 피부암을 가진 700명의 환자와 피부암을 갖지 않은 386명의 일반인을 비교한 결과 피부암의 일반적인 타입인 편평세포암이 흡연자의 경우 2배 이상의 발병률을 보였다'고 한다.

WHO에서는 흡연이 유발하는 질병은 폐암부터 각종 암, 심장병, 뇌졸증, 호흡기질환과 발기부전에 이르기까지 25가지가 넘고 이와 관련 사망자만도 세계에서 해마다 400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담배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사람이 책을 통해 '담배는 미래 식량난을 해결할 유망식물이라며 담배에는 풍부한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함유돼 식용단백질로 전환하면 우유나 콩에 버금갈 것'이라며 식후에 피우는 담배맛이 왜 좋은지까지 담배예찬론을 펴기도 하지만 1300만 애연가에 의해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담배에 물들고 있음을 경고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들이 학교생활 부적응, 부모의 무관심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부모의 흡연행동을 '역할모델'로 삼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우리 곁의 아름다운 아이들이 어른들이 향유하는 담배연기 속에 같이 폐가 타들어가고 있음을 생각해서라도 21세기 첫해에 '금연'의 어려운 용기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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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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