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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때밀이 아줌마 혹은 '나라시'라 불리는 분, 그 분은 친정이 운영하는 목욕탕에서 여자들의 살찐 몸의 때를 벗기거나 안마를 해 주면서 번 돈으로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에게 학비를 대주고 밑반찬을 만들어 전달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캠프에 참여해 휠체어를 밀고 음식을 떠먹여주면서 몹시 기뻐했던 그 분, 이름도 없이 흔적도 없이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하기를 기뻐하는 그 분은 '살(肉)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헬스클럽, 사우나, 찜질방에서 시간을 죽이느라 애를 쓰는 유한여성(有閑女性)들의 몸 아래 자신의 몸을 낮추면서 땀을 흘립니다.

자식은 대충 컸고, 남편을 바깥으로만 떠돌고... 공허(空虛)의 바람이 밀어닥치는 사십대를 맞아 갈팡질팡하는 아줌마들과 달리 그 분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사십대를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돌봐야 할 이웃들이 주변에 너무 많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얼마 전에는 수화를 배우기 위해 일이 끝나면 모임에 참석한다는 그 분, 그 분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따르듯이 이웃 돕는 일을 그림자처럼 몰래 하기 일쑤입니다.

불행에 처한 이웃을 돕는 일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웃을 돕는 일이 때로는 가난하고 버려진 이웃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아원이나 장애인시설을 찾아가 동물원 원숭이에게 과자를 던지듯이 선물을 던져놓고 시시콜콜한 질문을 휘저으며 기념촬영을 끝으로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떠나는 사람들 말입니다.

혹은, 소년소녀가정을 쫓아가 신상조사 하듯이 "엄마는 언제 집 나갔어?" "공부는 잘 해?" 등등 아픈 상처를 헤집은 뒤 자신의 부귀영화를 확인하며 봉투를 건네고는 교장 훈시하듯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 분은 그래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에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가파른 삶 때문에 쓰러진 이웃들을 부축이는 그 분의 삶은 그래서 꽃보다 아름답게만 여겨집니다. 저 홀로 핀 꽃은 아름다움만 뽐내지만 그 분은 자신을 뽐낼 시간조차 없이, 목욕탕, 수화모임, 소년의 집을 오고 가느라 분주할 뿐입니다.

그 분 또한 돌봐야 할 남편과 자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길은 집안에 있지 않고 이웃의 고통을 조금씩 더는 일이 진정으로 가정을 지키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웃의 아픔을 나누며 '혼자만의 행복'을 부끄러워 할 때 흔들릴 가정은 없다는 믿음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 분의 삶을 볼 때 이웃을 사랑하는 일은 시간과 돈이 남아돌 때 하는 일은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분처럼 왼 손이 없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에는...

덧붙이는 글 | 그 분은 현재 전남 여수에서 살고 계시는 40대 중반의 여성으로, 고3생 외아들을 대학에 진학시킨 뒤에는 좀더 활발하게 이웃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 분의 남편은 한때 주먹깨나 쓰던 분이었는데 신앙생활을 통해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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