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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모님을 찾아뵈었는데, 식사를 마치신 후 노란 알약을 한 알씩 드시면서 내게도 내미셨다. TV에서 봤는데 비타민C를 복용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매년 한두 차례 감기로 심하게 앓아 눕곤 하시는 부모님께 굳이 그런 거 드실 필요 없다고 막아나서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지나치게 드실까봐 몇 가지 설명을 해드리면서 새끼손가락 마디 한 개 만한 큰 알약을 받아 삼켰다.
비타민C는 우유와 생선, 고기의 간 등에 그리고 과일과 채소들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감자와 같은 일부 야채나 과일의 경우는 장시간 보관하는 과정에서 소실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비타민C는 음식의 조리과정에서도 반 이상이 보존되기 때문에 과일과 야채를 조금만 먹더라도 하루 섭취요구량을 충족할 수 있다.
음식을 통한 하루 섭취요구량은 비흡연 성인남자와 여성에서는 60 mg/d 정도인데, 이 용량은 비타민C 결핍증에 따른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평균 최소요구량인 46 mg/d을 기초로 제시된 것이다.
최근에는 비타민 C를 많이 섭취하면 항산화작용에 의해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백내장 등의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 보고들이 제시되면서 이러한 효과를 위해서 최소한 90-100 mg/d 정도의 용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근거로 하루 섭취요구량을 120 mg/d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식생활로 충분하게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C를 약이나 건강식품으로 따로 먹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비타민C가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해 주거나 감기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는 것인가?
오랜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장기간 고용량의 비타민C의 복용이 감기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해 왔다.
대체적으로 이 연구결과들은 장기간 비타민 C를 복용하더라도 감기가 걸리지 않게 하는 예방효과는 없지만, 감기에 걸리기 전후로 해서 상대적으로 고용량(보통 1g 이상)을 복용하는 경우에서 감기를 앓는 기간을 39%까지 단축시키는 등의 일정한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감기의 발생이 줄어들었다고 하는 연구결과들도 있지만, 이들은 비타민C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에서 나타난 것으로, 비타민C 결핍증에 가까운 정도로 섭취가 부족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 효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상 영양 상태의 사람들에서는 아직 예방효과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감기 증상을 짧게 앓는다는 연구 결과들도 아직은 모든 의학계를 설득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연구성과들이 쌓이면 곧 '정설'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C는 과잉 복용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장기간 고용량을 복용할 경우에 비타민 B12의 흡수를 방해하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의 과잉을 초래할 수 있으며, 요산뇨증이나 신결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고용량의 비타민C를 임신중에 복용하는 경우 오히려 태아에서 괴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이론적으로는 비타민C가 순환기와 기타 기관을 산화물질의 손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최근에는 비타민C의 복용이 혈관의 동맥경화를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장기간 고용량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건강이나 질병상태를 잘 알고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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