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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문고 사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새 학기 시작부터 수업을 거부해 온 상문고 학생들은 8일부터는 등교거부에 돌입했다. 같은 날 상문고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지난 1994년 당시 상충식 교장과 재단의 비리에 대한 교사들의 양심선언으로 시작된 상문고 사태는, 구속된 상충식 전(前) 교장의 부인 이우자 씨가 지난 99년 재단이사장에 취임하자 다시 불거졌고, 이번에는 94년 당시 교감으로 재직하다 성적조작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이 교장에 새로 임명됨으로써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상문고 사태를 보고 있느라면 정말 이 나라의 교육행정이라는 것이 있는가를 묻게 된다. 학생들이 '비리 교장' 밑에서는 공부할 수 없다며 수업을 거부하고 있고, 신입생 학부모들은 차라리 다른 학교에 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쪽같은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해야 할 현실에 있는 학생들이 수업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교육청과 교육부는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이민간다는 사람들의 행렬이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데, 이 나라의 교육당국은 국민들에게 이렇게까지 무사안일하고 무능한 모습만 보이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사립학교는 학교재단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대응을 수긍할 국민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얼마 전 민주당은 비리와 연루된 재단관계자가 교육계로 복귀하는 것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고, 사립학교장에게 교원 임면권을 주어 학교운영에 대한 재단의 권한을 줄이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유보하기로 하였다.

당시 민주당 교육위원들의 개정 노력을 제지했던 최고위원들은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이라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해 온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이라는 사학재단측의 강력한 로비에 사학개혁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음을 상문고 사태는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디 한번 물어보자. 성적조작을 했던 전형적인 교육비리 인사가 교장이 되고, 결국 학생들이 수업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는 사태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이라는 말만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이래도 사유재산 타령만 하고 있을 셈인가.

도덕적 정당성은 '비리 교장' 밑에서는 공부할 수 없다는 학생들에게 있다. 이것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판단이다. 그런데 오늘의 교육현장에서 이 정도의 건전한 상식조차 통용될 수 없음을 상문고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이 나라의 교육행정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은 사태가 '건전한 상식'에 맞게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사유재산 운운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에 제동을 걸었던 여야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수용해야 한다. 그리하여 성적조작이나 했던 비리 인사가 학교의 얼굴이 되는 부끄러운 현실만큼은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여야는 유보되었던 사립학교법 개정에 하루빨리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러다가 이민가겠다는 소리가 이제는 학생들 입에서까지 나올까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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