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출근길이 바빴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기본요금(1300원)이면 가는 거리. 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 앞에서 내리면서 2천원을 내밀었다. 기사 아저씨가 내미는 잔돈을 받아쥐고 무심코 내리고 보니 거스름돈이 600원. 아저씨가 실수했나 보다 했다.

바쁜 출근길은 수시로 계속되었고 기본요금의 택시 출근은 그 후로도 잦아졌다. 그런데 그 거스름돈 600원의 실수가 그야말로 너무도 빈번히 일어났다. 심지어 어떤 아저씨는 1만원 지폐를 내밀면 잔돈을 세는 동안 올라간 미터기의 요금까지도 알뜰하게 챙기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그 뒤로 택시에서 내릴 때는 잔돈을 꼬박꼬박 셈해 받기 시작했다. 물론 기사 아저씨들의 반응은 머쓱해 하는 표정부터 뭘 그런 것까지 챙기나 하는 눈초리부터 다양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어느 날부터는 '싸움을 걸려면 걸어라...' 하는 비장한 마음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싸움이 드디어 터졌다. 밤이었다. 야근을 하고 심야택시를 타게 되었다. 심야택시의 기본 요금은 1560원이다. 집까지의 거리는 당연히 기본요금 거리여서 나는 내릴 때 1600원을 내밀었다. 당연히 아저씨는 내게 40원을 거슬러줘야 했다. 내리지 않고 기다리는 내게 아저씨는 의아한 눈빛으로 왜 내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잔돈을 달라고 이야기했고, 아저씨는 대뜸 내게 100원짜리를 내밀면서 불쾌한 어조로 자기에게 잔돈이 없으니 60원을 달라고 했다. 나는 내게는 잔돈이 없으니 아저씨가 거슬러주는 게 맞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자기에게는 10원짜리가 하나도 없다, 받고 싶으면 100원 줄 테니 60원을 달라면서 노골적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기론 내가 1600원을 내밀면 아저씨는 "손님, 죄송하지만 잔돈이 없는데요, 혹시 잔돈 가지신 거 없으십니까?"하고 말하고 그럼, 나는 잔돈으로 계산을 하든지, 아니면 40원을 안 받아도 된다고 말을 하고 인사를 나누고 내리는 것이 상식이다. 잔돈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손님이 내리는데 그냥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는 건 그냥 40원을 챙기겠다는 의미 외에는 다른 뜻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밤에 약 10여 분 동안 길 한복판에서 그 아저씨와 나는 옥신각신했다. 내가 요구하는 건 "죄송하다"는 한마디였지만 그 아저씨는 시종일관 재수 없는 여자 때문에 기분 망쳤다는 거친 욕설로 일관했다. 흥분하는 아저씨와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아저씨가 뭘 잘못하셨는지 잘 생각해 보시라며 그 날의 싸움(?)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다음날, 나는 또 야근을 했고 심야택시를 탔다. 나는 그 아저씨에게 전날의 상황을 대략 이야기하고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의 대답과 행동이 걸작이었다. "요즘 세상에 누가 돈 40원 가지고 째째하게 따져요. 그런 손님 거의 못 봤어요. 2천원도 그냥 주는데 40원 챙기는 사람이 어딨어요?"하더니 2천 원을 내민 내게 잔돈으로 500원을 내밀면서 "너무 빡빡하게 그러지 마세요..."하고 충고를 하는 거였다.

그날 나는 기분이 참 씁쓸했다. 내가 말하려는 건 돈 100원 또는 40원의 문제가 아니라 미안한 상황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 받을 것과 줘야 할 것을 명확하게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두 아저씨들, 그리고 그 동안 잔돈을 꼼꼼히 셈하는 내게 '째째한 손님'을 향한 불편한 눈초리를 보냈던 기사 아저씨들의 반응은 어찌된 일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내가 정말 별나게 째째해서일까, 아니면 내 말을 잘못 알아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 말을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아서일까.

덧붙이는 글 | 내가 만난 서울시의 택시기사 아저씨들은 전체 기사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만나지 않았던, 나와 그런 상황에 부딪히지 않았던 택시기사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모두가 그렇다면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 만드는 일을 오래 했다. 지금은 혜화동 인근 낡고 오래된 한옥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그곳에서 책을 만들며 살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