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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로 뭘해 먹을까

4월 제주의 의미는 노란색으로 통했다. 밭작물의 희소가치가 감소해 섬을 덮던 노란 물결은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노란 향 짙은 내음은 섬을 진하게 덮고 있다.

얼마전 4·3 53주기를 맞아 학생운동을 하던 이들 사이에 '유행'했던 「잠들지 않는 남도」의 "외로운 대지의 깃발...어둠살 뚫고 피어난...피에 젖은 유채꽃이여"라는 대목이 생각나는데 한라산, 오름, 억새와 더불어 제주의 모습, 제주의 한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유채이다.

그 유채가 지금은 관광객들의 포즈에 아름답게 받쳐주는 역할로나 살아가는 '처지'로 연명한다. 하지만 최근 제주의 상징에서 관광의 뒷배경으로 물러선 유채가 사람들의 입맛을 돋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봄내나는 유채나물이 무침이나 국으로 식탁에 오르내린 것은 오래된 이야기이다.

유채하면 생각나는 건 유채로 뽑은 기름과 입에 쩍쩍 달라붙는 향긋한 유채꿀 정도. 언제부터인가 유채나물이 식탁에 오르더니 최근엔 어린 유채꽃대로 김치를 담가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농어촌 주부들 사이에 일반 유채나물이나 시금치보다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C 등 영양분도 풍부하고 새콤한 맛도 일품이라 어린 유채꽃대를 이용한 무침과 김치담그기가 제철을 맞아 유행하고 있다.

또 이들 농어촌 지역의 주부들은 부녀회 등을 중심으로 재료값이 별로 안드는 유채꽃대를 이용해 만든 김치를 어려운 관내 이웃에 나눠줌으로써 유채꽃과 함께 온정도 새록새록 묻어나고 있다.

남제주군생활개선회의 회원들은 지난해부터 김치용 무와 배추 등의 재료가 비싸고 부족한 4월 중순을 전후해 어린 유채꽃대를 이용한 '김치 담그기 운동'을 벌여 생활이 어려운 100여 가구에 나눠줬다. 올해도 10일부터 이 사업을 재개해 관내 어려운 가구에 유채꽃대김치를 밑밭찬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유채꽃대는 풍부한 영양분은 물론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채의 특성으로 인해 최근 무공해 청정김치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생활개선회는 남군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15일부터 남원읍 수망리 중산간지역에서 열리는 고사리꺾기대회 행사 때 무료시식회와 함께 유채김치 홍보와 판매(㎏당 500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누군가 "말로 사랑을 다 표현하지 못할 자신이면 유채꽃밭에서 유채꽃을 대타로 쓰라" 그랬다. 살결에 쫀득쫀득 달라붙는 유채꽃 향기에 사랑의 말도 찰싹 달라붙는대나(그러고 보니 유채꽃으로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가장은 '사랑'인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꽃이 머무는 계절. 각박하고 힘든 삶이라 하지만 그래도 꽃을 바라보고 미소를 꽃가루에 실어보낼 수 있는 어느 봄날. 잠시 비켜서서 박카스의 '독'주가 아니라 봄의 '화'주를 코로 들이켜봄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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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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