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이 확인되었다. 유전의 이름은 Conservation"

미국의 환경단체가 뉴욕타임스에 낸 광고의 일부다. 에너지 값 폭등을 틈 타 부시행정부가 알래스카 유전을 개발하려는 석유 메이저를 노골적으로 편들고 나선 지금, 이 환경단체는 미국의 소비자가 차의 연료효율을 10%만 높여도 1년이면 알래스카 매장량 만큼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다.

굳이 환경단체의 주장이 아니라도 지난 경제호황기에 석유를 물 쓰듯 했던 미국의 소비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휘발유 값에 새삼 당황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소유자는 고래처럼 기름을 먹어대는 이 커다란 차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이 깊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없고 일본의 자동차 회사가 내 놓은 하이브리드 차 두 대가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도요다의 <프리우스>와 혼다의 <인사이트>가 그것.

하이브리드 차는 전기로만 달리는 GM의 EV와는 달리 고속에서는 휘발유엔진으로 달리다 도심에서 저속으로 달릴 때는 전기모터로 동력을 전환하는 이원 동력 차량이다. 휘발유 엔진, 발전기, 모터의 3부분으로 구성된 이 차는 고속 주행 중에 엔진으로 발전을 해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기가 충분해 지면 전기모터로 동력을 자동으로 바꾸는 복잡한 장치를 달고 있지만 대신 기존의 휘발유 차량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연비가 향상되었다.

혼다의 인사이트는 휘발유 1리터당 29Km, 도요다의 프리우스는 22Km를 달린다. 차의 크기며 무게가 준중형차 수준이므로 기존의 휘발유 전용차에 비해 거의 2배 이상의 획기적인 연비 개선을 달성한 것

환경만을 생각한다면 이미 시판중인 전기자동차도 있는데 굳이 이런 하이브리드 차를 만들게 된 것은 전기자동차는 200Km 정도를 달리고 나면 몇 시간씩 세워 놓고 충전을 해야 하는 불편이 있어 보급이 더뎠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즘엔 전기 요금마저 폭등하고 있어 매력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이브리드 차는 브레이크에도 발전장치가 달려 있다. 기존의 브레이크는 차의 운동에너지를 모두 마찰 에너지로 바꾸어 차를 정지시키는데 반해 하이브리드 차는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발전기를 작동시켜 제동효과와 동시에 약 30% 정도의 에너지를 다시 배터리로 회수한다. 획기적인 연비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특별한 장치 덕이었다.

하이브리드 엔진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철도기관차 중 상당수는 디젤 엔진으로 발전을 한 뒤 다시 이 전기로 모터를 돌려 열차를 움직이는 방식을 수 십년 전부터 사용해 왔다. 문제는 이 엔진을 소형으로 만들어 엔진과 모터를 번갈아가며 가장 효율적인 추진력을 발휘하는 경제성 있는 장치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드디어 실현이 된 것.

10%만 아껴도 1년에 알래스카 유전 하나를 대체할 수 있다는데 무려 100% 연비 개선을 이루었다면 OPEC 회원국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를 만도 하다. 한국정부도 기름값 인상만 능사로 삼을 것이 아니라 캘리포니아 처럼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 같은 고연비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요측면의 에너지환경 정책으로 전환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