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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마이 뉴스에 4월 14일자로 기자로 등록했다. 오늘 나는 김 대통령에 대한 나의 30년 지지를 철회할 것을 선언한다. 현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나는 경찰이 아무런 죄도 없고 맨주먹인 노동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그것은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이었으며 80년 5월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그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금 나는 분노하고 있으며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 내가 지지한 정권이, 내가 바랐던 사회가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가? 내가 무엇 때문에 그리 오랫동안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했던가?
나는 철들은 20대 대학생 시절이던 70년대부터 정치인 김대중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 때부터 나는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치인은 김대중뿐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대통령이 색깔론, 지역감정 등으로 핍박을 받고 고난의 세월을 보낼 때 몹시 가슴 아파했던 사람이다.
나는 그를 무척 존경했고 그의 남북문제에 대한 철학과 판단을 특히 사랑했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고, 그처럼 올은 말을 하는 정치인은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내가 여러 정치인중 가장 높이 평가한 분이었다.
나는 그가 세운 아태평화재단의 아태평화 아카데미 1기생이다. 나는 그를 너무나 따랐기에 그가 야당총재 시절에 세운 아태평화재단에서 "평화 아카데미"를 개설한다는 광고를 신문에서 보았을 때, 즉시 달려가 등록을 했다. 그것도 대전에서. 나는 그 후로 약 석달간을 대전에서 서울로, 어떤 날은 회사를 조퇴하며 또 어떤 날은 휴가를 내가며 어렵게 다녔다.
직장인으로서 대전에서 서울로 저녁 강의를 들으러 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수업이 끝나서 사람들과 술을 한잔하며 세상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 새 12시가 다 되었고, 그 때서야 서울역으로 기차를 타러가 대전 집에 오면 새벽이 되곤 한 적이 많았다.
그래도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있는 인사들의 통일과 민족, 사회문제에 대한 강의를 듣는 큰 기쁨은 어려움 속에서도 나를 이끌어 주었다. 수료후 나는 아태평화 아카데미 1기를 대표하여 수료소감을 재단 소식지에 싣기도 하였다. 나는 정치인 김대중이 인동초처럼 피어나 뜻을 펼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갈망했고 그런 나의 오랜 뜻을 글로 썼다. 그렇게 나는 김대중이라는 이 땅의 걸출한 정치인에게 열중이었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
나는 세상이 달라지리라 생각했다. 그는 총명했고 박식했으며,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 몇 번 죽움과 맞닥뜨리면서도 변절하지 않고 이 땅의 민주화와 민중을 위해 한 길을 걸었다. 그는 그의 당의 캐치 프레이즈마따나 오랫동안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그러니 새 세상이 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기다리던 새 세상은 결국 오지 않았고 오늘 나는 김 대통령에 대한 나의 지지를 철회할 것을 선언한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경찰의 노동자에 대한 만행은 그동안 망설이던 나에게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얼마 전 롯데호텔 노동자들에 대한 진압 과정에 대한 기사와 다친 노동자들의 사진을 보고 한숨을 쉰 적이 있다. 임산부마저도 진압 대상이었다. 그 상황이 마치 광주를 연상시키는 그런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동안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있을 때마다 안 된다 하면서도 나는 이해하려 노력했다. 백번을 양보하여, 시위진압을 하다보면 물리적 충돌과정에서 어쩌다 본의아니게 폭력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노동자들이 불법 폭력시위를 했는가, 아니면 화염병을 던졌는가? 그들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그들의 사무실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그들이 무장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그 죄 없는 노동자들을 그렇게도 무자비하게 짓밟았단 말인가.
이런 일은 박정희, 전두환 등 군부독재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경찰이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공권력 행사를 빙자한 무자비한 폭력이다. 폭력배가 경찰의 옷을 입고 자행한 것에 불과하다. 일선 경찰서장, 해당 중대장을 문책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경찰이 이렇게 오만 방자하게 노동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정권이 만만하게 보고 용인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권이 법에 우선한다"는 명언(?)을 남긴 현장의 지휘관은 김대중 정부가 키운 것이다. 이제 와서 아래 실무자들만 문책하고 빠져나가려 해서는 문제해결이 안 된다. 경찰청장은 물론 내무장관까지도 문책을 하고 김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사과를 해야할 사안이다.
그동안 나의 김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살얼음판을 걸어 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옷로비 사건 때 보여준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오만스러움, 한빛은행 불법대출 압력사건과 같은 권력형 비리사건 등 측근들을 둘러싼 좋지않은 잡음과 그 주인공들의 전면배치,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 진 것이 없는 개혁, 장관 임면과 사회보험 개혁과정 등에서 보인 허술한 국정운영, 그리고 김영삼 정권의 통치행태의 답습 등 잘못하고 있다는 많은 징후에도 나는 조금만 조금만 하며 견뎌왔다. 오랜 세월 진심으로 지지했던 김대통령을 몇번의 잘못으로 등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가 80년 5월에 독재권력에게 당한 그런 폭압을 한때 그의 지지자였던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주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김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기조차 하다.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언제인가? 무슨 인권상을 탄 것은 또 언제인가? 내 얼굴이 화끈거린다. 더 이상 그를 지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현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 다만 실패한 정부일 뿐이다. 국민의 정부가 실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해야하는 나의 심정은 참으로 참담하다. 정말 믿었는데 ... 40년 준비한 정권이 이 정도라면 우리는 누구를, 또 무엇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진다.
오늘 아침 나는 아태평화재단으로부터 늦은 생일 축하카드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대우차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행사는 그동안 주저주저하던 나에게 확실한 해답을 주었다. 나는 오늘부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나의 30년 지지를 철회한다.
(그 동영상에서 본 팔을 부르르 떨던 사람이 크게 안 다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분노가 희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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