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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시위 노동자들에 의해 '교정'된 부평경찰서 벽의 표어 ⓒ 오마이뉴스 김영균


현장취재팀: 박수원 최경준 김영균 오연호 기자
정리: 이병한 기자


<제5신 대체: 14일 오후 7시 30분> 찾아온 밤, 노동자와 경찰의 마감 풍경

저녁 6시30분 산곡성당에서 시작한 정리집회는 저녁 7시 현재 마무리되고 있다. 이로서 14일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모두 끝났다. 정리집회에서 수배자의 몸인 김일섭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과 노조 쟁의부장 김창곤 씨가 산곡성당 10m 앞까지 나왔다.

김일섭 위원장은 "조합원들과 함께 꼭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수배자의 몸이라 참았다"며"김대중 정권은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노동자들이 정리집회를 하는 동안 부평경찰서도 오늘의 수난을 정리하느라 바빴다.부평경찰서 벽면에 적혀있는 <친절히 모시겠습니다>란 문구에는 노동자들이 빨간 페인트로 '패서'란 글자를 집어넣어 <친절히 '패서' 모시겠습니다>가 되어버렸다.

경찰들은 긴급 주문한 신나 30여통과 소방서에서 지원받은 고가사다리 소방차 2대를 동원해 '부평경찰서'라고 씌어진 문패에 칠해진 빨간색 페인트와 벽에 씌여진 '김대중 퇴진' '친절히 패서...'등의 구호를 연신 닦아내고 있다. 또한 실내까지 온통 빨간색 페인트로 뒤덮힌 경찰서 바로 옆 백마파출소도 신나를 이용해 닦아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트럭에 신나통들을 싣고 막 배달나온 한 업자는 "뜻밖의 매출을 올리셨네요"라는 기자의 말에 "워낙 급하게 가져와 달라고 해서..."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전경들이 페인트 칠을 씻어내고 있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한 경찰간부는 "참 마음이 착잡하다"면서 "대우노동자 사태가 장기화되니까 우리도 이젠 지쳐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생은 실컷 하고 욕만 잔뜩 얻어 먹는다"고 고개를 떨궜다.





<4신 대체: 오후 6시20분> 폭 2m짜리 노조 사무실 가는 길

시위대가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앞에 도착했다. 지난 10일 시위대는 이곳에서 흥분한 경찰들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그들은 법원에 판결에 의해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려고 했었다.

오늘의 시위대중 300여명의 대우자동차 노조원과 단병호 위원장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노조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 정문에 들어섰다. 4일 전과는 달리 경찰은 막지 않았다. 다만 그들 앞에는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져 있다.

길이 10m, 높이 3m 짜리 컨테이너 박스 17개. 회사측은 공장 남문에서 노조사무실까지 가는 길을 따라 컨테이너 박스를 줄줄이 세워놓아 폭 15m짜리 길을 약 2m정도로 만들어놓았다. 노조원들은 줄줄이 컨테이너 옆을 지났다.

컨테이너 박스를 지나자 노조원들을 기다리는 것은 나무판자를 이용해 세워놓은 공고문이었다.

"노조 사무실 출입과 관계없는 구역에 대한 출입을 통제합니다. 회사의 승인없이 노조 사무실 출입과 관계없는 구역 출입시 주거침입, 업무방해 등 민사형상 처벌을 받게됨을 공고하오니 협조바랍니다. 2001년 4월 13일 대우자동차 관리인."

노조 사무실 입구에 세워진 '출입통제' 공고문을 성난 노조원들은 뜯어냈다. 또한 그들은 컨테이너에 올라가 기자를 가장해 동료들의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던 '가짜 기자'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을 뒤로하고 '가짜기자'는 남문으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는 그냥 남겨둔 채로 말이다.
공장 안의 노조사무실로 진입한 시위 노동자들. 노조사무실은 컨테이너로 '포위'돼 있었다ⓒ 시민의신문


노조원들은 '철의 노동자'를 부르면서 노동조합에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섰다. 잠시 경찰의 헬기가 떴으나 이내 사라졌고 노동자들은 2층 사무실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노조 사무실의 문을 열자 빈 책상과 의자, 책꽂이 등이 눈에 띈다. 하지만 왠일인지 노조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9일 이곳에 왔을 때는 책상, 의자 모두 치워놓고 책꽂이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이곳에 오려다 경찰에 두들겨 맞았지요. 그런데 그런 사실들이 언론에 보도되자 어느새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노조 사무실에서 다른 사무실로 이어지는 길은 모두 판자와 책상으로 막혀져 있었다. 이렇게 '고립된' 노조 사무실 밖에서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정비지부장 오병규 씨는 성명서를 통해 "제2의 폭력사태 유발하는 공장내 경찰병력 철수와 남문 쪽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를 당장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300여명의 대우자동차 노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0여명의 시위대는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남문 앞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열고 있다.

빨간 페인트를 담은 계란 세례를 피하기 위해 부평경찰서 건물에 그물망을 치고 있는 경찰들 ⓒ 시민의신문


<3신: 오후 5시20분> 부평경찰서의 계란세례는 그물로 막았지만...

5시20분 현재 시위대는 부평경찰서 앞에 있다. 시위대 중 일부는 손에 페이트 계란을 하나씩 들고 경찰서 앞에 섰다. 경찰서의 문은 굳게 닫혀있고 그 안마당에 전경 70여명이 긴장한 듯 서 있다.

시위대가 계란을 던지자 경찰은 미리 예상 한 듯 마당에 있던 10여m의 그물을 들어올렸고 갑자기 옥상에서 다섯 개의 그물이 내려와 계란을 막았다. 시위대는 "폭력경찰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서 담벼락과 '부평경찰서'라고 적힌 '문패'에 빨간 칠을 해댔다. 담벼락에는 '김대중 정권 퇴진'이란 구호가 적혔다.

부평경찰서 바로 옆에 있는 파출소는 사무실 안에까지 빨간 페인트로 도배됐다 ⓒ 시민의신문


그 바로 옆에 붙어있는 백마 파출소는 정문 유리창까지 파손됐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닥이 완전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한 경찰도 페인트 계란을 맞아 빨간색 페인트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시위대는 부상자들이 입원해있는 부평 세림병원(구 안병원)과 부평 중앙병원을 지날 때 입원해있는 노동자들이 들으라며 큰 함성을 질렀다. 시위 대열은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산별연맹위원장 10여명이 제일 앞서있고 그 바로 뒤로 주부와 아이들 등 가족대책위 30여명이 따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약 6천여명의 병력을 대기시켰으나 집회참가자들과의 충돌은 피하고 여경과 교통경찰들만을 동원 교통통제만 했다.


대우자동차 남문을 향해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 ⓒ 시민의신문


<제2신 대체: 오후 4시30분>
"김대중 대통령은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고 부상 노동자들을 문병하라"


오후 4시35분 현재 부평역 광장에서 집회를 하던 노동자 1500여명과 학생 300여명, 시민 300여명 등 총 2500여명 가운데 절발가량이 산곡성당을 향해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의 맨 앞에서는 양성철 신임 부평경찰서장이 30여명의 여경들을 이끌고 평화시위를 유도하고 있다.

오후 3시 13분에 시작된 '김대중정권 규탄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성명을 발표하고 김대중 정권에게 4가지를 요구했다.

1)김 대통령은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진압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
2)김 대통령은 부상당한 노조원들을 문병하고 그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야 한다.
3)이무영 경찰청장을 즉각 해임, 구속해야 한다.
4)구속수배 노동자를 풀어주고 노사교섭을 재개하여 대우사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

이 성명은 "우리는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뤘던 부푼 꿈이 한낱 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가를 심각하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원 가족들 60여명은 연단 바로 밑에서 열심히 구호를 따라 외쳤다 ⓒ 시민의신문
집회중 연단 바로 앞에는 60여명의 대우 노동자 부인들이 20여명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폭력정권 김대중 정권을 끝장내자"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 10일의 폭력진압 장면을 담은 포스터를 목에 건 부인들은 머리에 '정리해고 분쇄'라고 쓰여진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은 제각각이다. 엄마와 같은 머리띠를 메고 구호를 따라 부르는 아이, 우유병을 빨고 있는 아이, 잠자고 있는 아이...

세살난 아이를 업고 집회장에 나온 박종임씨(34)는 "남편 (김창년,34세,도장2부)과 함께 10일의 그 폭력진압 현장에 있었다"면서 "산재를 당해 평소에 허리가 안좋았던 남편은 그곳에서 경찰들로부터 방패로 허리를 맞아 현재 사랑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씨는 "나는 비디오가 아니라 현장에서 그 유혈낭자한 장면들을 다 봤다"면서 "전혀 무방비 상태였던 우리들을 향해 왜 그렇게 경찰이 심하게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평역 광장 한쪽에는 차에 장착된 대형 전광판에서 지난 4월 10일 피튀기는 폭력진압장면이 계속 방영되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30여장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 위에는 '노벨평화상의 실체입니다, 제2의 광주사태'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부평역을 지나는 시민 100여명은 전광판과 사진들을 보면서 한마디씩 내뱉고 있다. "어떻게 저럴수가." "남의 동네 와서 왜 저러는거야."

노조 측은 곳곳에서 '금속노동자'라는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들은 "노조활동 보장하고 경찰병력 철수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의 분노는 새로운 구호를 만들어냈다.
"죽여, 밟아, 묻어..."

이번 집회에는 서울대, 이화여대, 홍대 등 서울지역 대학생들도 참여했다. 이화여대 1학년 이 아무개씨는 "비디오를 보고 너무 한다 싶어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이런 집회에 참여해본다"면서 "단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산곡성당에 집결해있던 대우노동자 200여명은 오후 1시50분 경 이곳 부평역 광장으로 이동했다. 산곡성당을 나서기 전에 김성갑 대우자동차 노조 수석부원원장은 연설을 통해 "오늘 지침은 평화적이고 위력적인 집회를 하는 것"이라며 "폭력을 유도하는 사람은 프락치로 간주하겠다, 중앙지침을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조합원은 용서치 않겠다"라며 노조 지도부의 평화집회 의지를 분명해했다. 그는 또한 이렇게 말했다.

14일 집회에는 약 3천5백여명이 참여했다 ⓒ 시민의신문


"어제 산곡성당에 한나라당 대우차 대책워원장이라는 하순봉 국회의원이 왔었다. 또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부평 안병원에 왔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수구세력인 한나라당조차 와서 폭력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지경이다. 하의원은 김일섭 대우차 노조위원장과 40여분간 면담을 했다. 그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4층짜리 산곡성당건물에는 건물 한면 전체를 다 덮을 정도로 큰 두개의 플레카드가 걸려져 있다. '퇴진 김대중, 부평공장 폐쇄 반대', '철회 정리해고, 사수 노동자인권'.

성당 앞마당에는 10일 폭력진압현장에서 부상당한 72명의 명단과 소속, 부상정도 등이 대자보에 적혀 있다.

전영기...조립1부...머리,눈,얼굴 타박상, 가슴뼈 골절
홍영진...조립1부...윗 이 두개 빠짐
홍성표...조립2부...갈비뼈 2개 골절

그런 명단들을 보면서 최창복씨(50, 도장1부)는 또 한명의 명단을 보태고 있었다. 그는 '임종환....갈비뼈 부러짐'이라고 적고 있었다.


삭발후 구호를 외치고 있는 노조 집행부 ⓒ 오마이뉴스 김영균
"내 친구인데 그날 갈비뼈가 부러지게 맞고 남부 경찰서의 유치장에 있다가 어제에야 병원에 입원했다고. 나도 그날 경찰 방패에 다리를 맞아 타박상을 입었는데 이 정도는 어디가서 맞았다고 말도 못꺼낸다고."

현재 부평역 부근에는 50여m 간격을 두고 전경차가 배치돼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모든 전경차 번호판을 20∼30cm길이의 청테이프로 붙여놓아 어느 지역에서 올라온 병력인지를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제1신> 민심은 확실히 충격을 받았다..."고강도 수습책 절실"

지난 10일 발생한 인천 부평 경찰의 대우자동차 노조원 집단폭행 사건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오늘(14일) 오후 부평역에서 대규모의 '김대중 정권 퇴진' 집회를 갖기로 해 노동계와 현 정권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노동자 폭행 장면을 생생히 찍은 비디오 1천여개를 산하조직에 내려보내 노동자들이 돌려보게 하고 오늘 부평역 집회에 이어 다음주 토요일인 21일에는 서울 국회앞, 인천 산곡성당 앞 등 전국에서 동시에 '김대중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또 오늘과 21일 청와대 홈페이지와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사이버연좌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노동계뿐 아니라 네티즌과 국민들도 "경찰이 해도 너무했다"는 반응들이다. <오마이뉴스>에는 지난 11일 아침 부평사건과 관련된 첫기사 <인터뷰-폭행당한날 밤에 만난 박훈 변호사>가 실린 이후 경찰의 인권유린을 규탄하는 독자들의 글들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한 독자는 대우자동차 노조에서 촬영한 폭행장면 비디오를 보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권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그 잔인함과 무자비함에 치를 떨수 없다"면서 "이무영 경찰청장 등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경찰의 대우차 노조원·변호사 집단폭행 장면이 CNN, AP, 로이터 등을 통해 전세계에 방영돼 국제적으로도 '인권 대통령'이란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여기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13일 이 문제에 개입했다. 이 총재는 "뉴스시간에 대우차 노조원들에 대한 경찰의 무차별 폭행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당 특위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라"고 정치쟁점화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폭행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에게 광범위하게 유포되자 청와대와 경찰 수뇌부는 물론 여권 전체가 곤혹스러워하면서 민심의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민심은 확실히 충격을 받았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한 변호사는 "이번의 부평 경찰폭력은 김 대통령이 그동안 쌓아온 인권개선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먹칠해 들어가고 있다"면서 "청와대가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권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 보상법 대상자로 신청했다는 한 386세대는 "이번 비디오를 보고 80년 광주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면서 "만약 김대중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설사 민주화운동 보상자로 최종 결정된다하더라도 반납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 최고책임자인 이무영 경찰청장이 사퇴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깊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386세대는 "80년대에도 저렇게 경찰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곤봉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한 대우 노동자가 피투성이가 된채 두 손을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비디오로 보고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애초에 불허하려던 14일 부평역 집회를 허가하고 인천경찰청장 문책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상의 고단위 처방을 하지 않고는 이번 파문이 쉽사리 가라 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문 장기화 가능성은 민주노총이 13일 공개한 '향후 투쟁목표'에도 나타나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태를 " 책임자 처벌문제를 넘어 김대중 정권의 반노동자인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으로 규정하고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의 기운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러한 기운을 모아 5월 31일까지 5월 총력투쟁으로 힘있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투쟁지침에서 "비디오를 보여주고 분노를 조직하자"고 밝히고 있다.

"-(폭력장면 비디오를) 눈으로 보아야 한다.
- 60만 전조합원이 모두 눈으로 보고 분노하도록 해야 한다.
- 핵심은 민주노총 60만 전조합원의 분노를 조직해 내는 일이다. 부평에서 벌어진 '좀 심한 경찰폭력'이 아니라 '살인적 폭력만행'임을 똑똑히 보아야 한다. 그리고 분노하는 조합원을 5.1절 투쟁 -> 5월 31일 총력투쟁, 더 나아가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으로 투쟁의 결의를 모아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과격 화염병 시위 등이 이번의 경찰폭력을 부른 한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면서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를 자신들이 설정해놓은 정치투쟁에 과도하게 활용하려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었을 경우 국가경제에 미칠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13일 발표한 대변인 성명도 이번 사건의 원인을 '노동자의 선공에 자극된 진압대원들의 일시흥분'에서 찾고 있다.

"대우차 해고 노동자 450여명이 노조사무실이 있는 회사에 진입하기 위해 도로점거, 경찰장비 탈취, 진압대원을 고립, 구타하는 등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젊은 진압(기동)대원이 일시 흥분하여 노조원들과 불상사가 있었던 점은 참으로 잘못된 것으로서 유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총재인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직접 나서 이를 선동하고 부채질하는 것은 한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이는 대우차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인식 가지고는 이번 사태로 인한 노동자와 국민의 분노를 달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 10일의 부평 경찰 폭력은 단지 폭력이 집중적으로 행사된 15분간의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기 힘들다. 부평 경찰서 관계자는 노조 사무실 출입을 인정한 법원 판결문을 제시한 박훈 변호사에게 "정권이 법을 우선한다"는 망언을 한데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인 9일에도 노조 사무실을 출입하려는 노조원들을 경찰병력을 투입해 막았다.

10일 사건도 경찰이 계속 법원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3시간 넘게 노조원들의 진입을 막는 상황이 계속되다가 발생한 일이다.

인천의 경찰은 그 전에도 대우차 노동자들의 시위에 과도한 폭력진압으로 대응한 적이 있다. <오마이뉴스>의 지난 2월 19일자 머릿기사는<경찰 또 닥치는대로 폭행, 부평시민들도 분노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련의 흐름으로 볼때 지난 10일에 발생한 충격적인 폭력진압은 경찰의 '정리해고 노동자 대접하기'가 누적돼 발생한 사건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간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자정책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과연 김대중 대통령이 이 악재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주목된다. 앞의 한 386세대의 말처럼 "경찰 최고 책임자의 사퇴와 김 대통령의 깊은 사과" 는 김대중 대통령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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