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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유도했다구요. 불법적인 공권력에 저항했을 뿐입니다." 사진 오른쪽은 경찰이 박 변호사가 폭력을 유도했다며 공개한 4월 10일 낮의 사진이며, 왼쪽은 그날 밤 병원에 누워있는 모습이다.ⓒ 오마이뉴스 박수원/경찰청

박훈(35) 변호사를 처음 만난 건 경찰의 대우차 노조원 폭력이 있었던 10일 밤이었다. 그는 인천 남구 주안동 사랑병원 응급실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이 사건이 그렇게 일파만파 번지리라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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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난 지금 경찰의 대우차 노조원의 폭력사건은 정치권 싸움으로 확전됐다.그 사건의 중심에는 박훈 변호사가 있다. 박훈 변호사는 16일밤 병원에서 나와 다시 산곡성당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움직이면 옆구리와 엉덩이 부분이 아프지만 그냥 누워만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대우차 해고자들에게 왔다는 박훈 변호사. 그는 경찰이 당시 현장에 있던 조합원 두 명을 구속시켰고 조합원 56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훈 변호사는 지난 2월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첫 직장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의 법률원. 박변호사는 월급 많이 주는 다른 직장도 있었을텐데 왜 열악한 금속산업연맹 법률원을 직장으로 선택했을까.

"법률원에 원장으로 있는 김기덕 변호사가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었죠. 제가 원래 약자를 좋아해요. 축구나 농구를 봐도 강팀보다는 약팀을 응원하게 되고."

그가 약자를 좋아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박 변호사의 고향은 전남 화순. 탄광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약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뼈저리게 느끼며 살았다.

"아버지가 탄광 광부였습니다. 3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하셨지만 쥐꼬리만한 월급에 항상 살기가 어려웠죠. 아버지 삶을 보면서 노동자는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는 전남대 법학과를 다니다 86년에 다시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박훈 변호사가 애초에 사법고시를 공부했던 것은 아니다.

"졸업하고 3년 동안은 동양매직 영업사원으로 일했습니다. 자유직을 갖고 싶은 욕구와 뭔가 뜻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31살에 사법고시를 시작해 98년에 합격했습니다."

월급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그는 "극비 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월급은 다른 변호사에 비해 적지만 제 일에 만족합니다. 발로 뛰는 변호사가 될 수 있어서 좋고. 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고..."

지난 4월 6일 인천지방법원의 '노조 출입이 정당하다'는 결정은 그가 처음 승소한 사건이다.

"법원이 노조 사무실 출입을 인정했기 때문에 당연히 노조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정당하게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려는 노조원들을 무장한 경찰들이 곤봉으로 때리고 군화발로 차고 방패로 찍는데 변호사로서 참담함과 무기력함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그때 나왔던 이야기가 바로 폭력 유도(?) 발언.
이무영 경찰청장은 17일 국회 행자위에 출석해 "박훈 박변호사가 실정법을 위반, 법적조치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법적 공권력 대한 폭력은 무죄고 정당방위입니다. 그때 나왔던 이야기가 바로 '죽지 않을 만큼만 패라'는 말입니다. 경찰은 그 대목은 뺐지만'대열에서 끌려나온 전경은 패지 마라. 끌려나온 순간 전경이 아니라 개인이기 때문에 절대로 때리지 말라'는 이야기도 분명히 했습니다."

-대통령이 17일 유감표시를 했습니다.
"유감이 아니라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평서장과 인천경찰청장 직위해제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무영 경찰청장을 비롯해 사건 책임자들을 고발 조처할 겁니다."

-경찰은 불법집회였기 때문에 막았다고 하는데.
"집회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 공동 목적을 위해 의사소통하는 행위입니다. 노조 사무실 가겠다고 길 비키라는 것이 어떻게 집회가 됩니까?"

-노조원들이 몸싸움 과정에서 침을 뱉고 흙을 뿌리는 등 전경을 자극하지 않았습니까.
"침 뱉는 행동하고 어떻게 무장한 경찰의 폭력과 비교를 합니까? 그리고 흙을 뿌린 건 양쪽 끝의 경찰 폭력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경찰 무력 진압이 일어나기 훨씬 전 상황이죠."

-"해고자도 노조원인가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제2조에 보면 해고자의 경우 중앙노동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판정시까지 노조원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폭력을 조장했다는 경찰 주장에 대해 그는 "불법적인 공권력에 대항하는 것은 의로운 일 아니냐"며 "불법적인 공권력에 대항하는 일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0일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다. 단지 노조원들이 자기 때문에 더 많이 다친 것이 아닌지 하는 미안함이 있을 뿐이다.

"폭력을 조장했다고요. 진상조사 하라고 하십시오. 적극적이고 정정당당하게 당시 상황을 밝힐 겁니다."

박훈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정부가 대우차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이번 사건 같은 일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우발적 사고라고요? 대우차 정리해고 이후 부평은 계엄상황이었습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우차 처리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노조가 제안한 무급순환휴직제를 실시하고 대우차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GM만 바라보면 다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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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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