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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 기계상가. 뜨거운 태양빛이 내리쬐는 한 낮, 이 상가의 전력 계량기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돌아간다. 수백개의 전구가 매장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데도 계량기가 오히려 거꾸로 도는 것은 이 상가의 지붕 전체가 태양전지로 덮여 있기 때문.

이 상가는 얼마 전 드넓은 지붕을 태양전지로 모조리 덮어 시간당 30kw 용량의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해가 지거나 날이 흐릴 때는 이 지역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끌어 쓰지만 주간에 태양전지가 가동될 때는 사용하고 남는 전력을 1kw당 4달러이라는 후한 값에 발전회사에 되판다. 따라서 전력회사에 되파는 이 여분의 전력만큼 계량기는 거꾸로 돌아가는 것.

야간에 사용한 전력요금과 주간의 판매금액을 정산하고 나면 이 상가의 연간 전기요금은 예전 대비 약 2%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20만불에 이르는 초기투자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했지만 주정부가 공사비의 50%를 지원한 탓에 20년 후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상가 주인은 그러나 요즘 같이 불안한 전력상황에서 정전이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어 무엇보다 흐뭇하다.

캘리포니아의 전력파동이 장기화 되면서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SF크로니클'에 따르면 태양빛이 풍부한 남부의 샌디에고에서는 주택 신축시에 예외 없이 태양열 발전기를 기본으로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상당한 초기투자비에도 불구하고 태양발전설비의 보급이 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태양전지의 가격이 떨어져 경제성이 확보되었기 때문. `80년대만 해도 전지모듈 하나에 22불을 호가하던 것이 현재는 대량생산에 힘입어 3불 수준으로 대폭 떨어졌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가구에 경비의 50%를 지원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의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태양전지 제조회사들은 지금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한편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전력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대륙을 연결하는 송전망을 건설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수요가 적어 전기가 남는 주에서 수요 초과 상태인 대도시 지역에 여분의 전기를 자유롭게 팔 수 있도록 격자 형태의 대규모 송전네트워크를 건설하자는 주장이다.

반대론자들은 그러나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고주파에 대한 우려로 고압 송전선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이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장거리 송전을 할 경우 유해 고주파 발생이 극심할 수 밖에 없는 초고압 송전을 해야 하는데다 송전과정에서 최고 40%까지 전력손실이 발생하므로 그리 경제적인 대안도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대규모 발전소 대신 전력의 수요처에 10Mw 이하의 소규모 친환경 발전장치를 설치하는 <마이크로 제네레이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런 방식을 채택하면 풍력이나 태양전기등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를 적용하는데 매우 적절하기 때문.

한편 실리콘밸리 인근의 더블린 시는 또 하나의 야심적인 태양전지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에 위치한 교도소의 지붕을 모조리 태양전지로 뒤덮겠다는 것. 북미 최대규모의 태양전지 발전설비가 될 이 공사가 완료되면 500kw의 전기를 생산해 연간 19만불의 전기요금을 절감하게 된다.

이제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은 단순히 환경보호를 떠나 그 자체가 거대한 매출을 창출하는 첨단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환경보호를 위해서나 미래 지향적 경제를 위해서나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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