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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에서 거짓말 대회가 열렸습니다. 푸짐한 상품이 걸려 있어서 당연히 참가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경제인, 농부, 기술자, 어부 등 이 참가신청서를 제출하고 돌아갔는데 제일 마지막으로 숨을 헐떡이며 정치인이 달려와 역시 참가를 희망하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회 주최측에서 정치인은 거짓말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하였습니다.
화가 난 정치인은 왜 다른 사람은 모두 참가를 허락하면서 정치인만 참가를 못하느냐고 대회주최측에게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대회 주최측의 답변은 이러 했습니다.
"우리는 프로를 원치 않는다."
이 책은 이런 프로거짓말쟁이인 한 외국정치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김영삼 회고록'류에 익숙해진 국내독자들에게는 신선하고 좀더 솔직한 자서전이라는 평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저는 '김영삼 회고록'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영삼 회고록 류'라는 어휘를 사용한다는 것이 자칫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김영삼 회고록'을 읽어볼 만큼 돈이 남아돌지도 않으며 누가 그 책을 선물한다 해도 그 책을 꽂아둘 만큼 제 책꽂이의 빈자리가 많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자서전을 쓸 수는 있습니다(글재주가 없더라도 가능합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뛰어난 자서전 대필 전문가는 언제든지 손만 내밀면 여러분에게 달려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자서전이 읽히기 위해서는 그 주인공이 충분히 매력적이며 역사적인 인물이어야 합니다.
소판 돈을 가지고 고향을 등진 것이 '역사적인 결단'으로 미화되고 항상 자서전의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는 '마징가 제트'로 그려지는 자서전은 역시 매력 없습니다.
<푸틴 자서전>은 어린 시절의 가난이 민족의 아픔을 이해하는 계기로 여겼다는 거짓말도 없고 그 아무리 이쁜 미인이 지나친다 해도 한순간의 눈길을 주지 않을 것 같은 가식적인 '근엄함'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이 책의 아니 푸틴의 장점입니다. 그는 가난이 너무 괴로웠다고 토로했으며 미인이 지나가면 눈길을 돌린다고 말하며 자신도 역시 한 '인간'임을 밝힙니다. 자서전을 통해 자신이 전지전능한 존재이며 자신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강조하는 우리네 정치인들과는 좀 다릅니다.
더구나 여전히 러시아는 가깝지만 (사실 한반도와는 일본보다도 훨씬 가깝습니다) 미지의 나라입니다. 하물며 40대 후반의 나이에 초고속승진을 질주한 끝에 러시아의 제 3대 대통령이 된 푸틴은 더 더욱 궁금한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준수한 외모에다 전직 KGB요원이라는 전력까지 그에게는 수많은 의문부호가 던져질 수밖에 없는 많은 요인이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의 아니 푸틴의 제일 큰 장점은 그 '솔직함'에 있습니다.
'징그럽고 끔찍스런'으로 묘사된 어린 시절의 가난, "어린 시절 나는 날라리였다"로 요약되는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위험 불감증"이라고 낙인찍힌 직장에서의 평가 등을 정치인치고는 상당히 솔직한, 그리고 멋지게 미화할 수 있는 것들을 숨김없이 밝혔다는 것은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푸틴도 정치가입니다. 그는 문답으로 엮어진 이 특이한 자서전에서 상당히 날카롭고 예민한 그리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어느 정도 '피해 가는' 정치가 특유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 정치가라면 온갖 아부를 해가면서까지 얻고 싶어 할 고위직을 스스로 내팽개친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러시아라는 나라가 궁금하다면? 푸틴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나 알고 싶다면? 좀더 솔직한 정치가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것도 시간낭비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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