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환경보호와 기업활동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오늘의 환경운동가가 내일의 기업가로 변신하면 그 역시 환경파괴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나설까?

낙동강 페놀 사건, 새만금 논쟁 등 민간과 공공 부문을 가릴 것 없이 우리 국민들 뇌리에는 개발이나 기업활동은 환경보호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인식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대다수 기업인들 역시 환경보호를 귀찮고 비용이 드는 의무조항으로 여길 뿐이다.

하지만 포드 자동차의 회장 윌리엄 포드의 생각은 다르다. 'S.F 크로니클'은 포드 회장이 디트로이트의 유서 깊은 공장을 20년에 걸쳐 환경친화형 설비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한다. 20억 달러가 투입될 개조작업이 완료되면 포드는 자동차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완벽한 재활용 체제를 갖추게 된다.

공장의 지붕에는 산소를 뿜어내는 대규모 정원이 들어서고 주차장 바닥에는 수많은 구멍을 뚫어 빗물과 오수를 회수해 정수하는 설비를 갖춘다.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수나 각종 폐기물들 역시 자체 재생설비를 통해 즉각 재활용되는 꿈의 환경친화형 공장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의 데이터베이스 개발업체인 <사이베이스>의 공동창립자 봅 엡스터는 매일 10분씩 주위의 동료 기업인에게 전화를 해 환경 전도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자신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몰고 다니는 봅 엡스터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보통신 업계의 대표들이 워싱턴의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것을 감안할 때 이들 기업체 임원들에게 기업활동과 환경보호의 공존가능성을 인식시키면 결국 정부의 정책결정에 있어서도 환경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산브루노에 위치한 캐주얼 의류 제조업체 <갭>의 본사는 사무실 안팍이 햋빛과 숲으로 가득하다. <갭>은 빌딩의 지붕을 무성한 수풀로 덮어 단열효과와 함께 쾌적한 자연친화형 작업환경을 동시에 만들어냈으며 건물 내로 자연채광을 유도해 전기사용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아울러 빌딩과 대지 사이에 환기 공간을 만들어 건물 전체가 자연스럽게 냉각이 되도록 설계해 냉방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보호가 기업경영에 오히려 득이 됨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들이지만 이들 기업이 얻는 것이 단순히 금전적 이익만은 아니다. 갈수록 환경문제에 민감해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책임 있는 세계시민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비자 대중의 호의적인 이미지까지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기업들이 환경보호를 경영의 주요 영역으로 끌어들여 성공하고 있다면 환경 기업가들은 환경 자체에서 미래의 황금 금맥을 캐고 있는 중이다. 태양전지나 풍력 발전기 제조 업체들이 바로 그들. 세계 최고 수준의 풍력발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풍력발전기 제조업체들은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요즘 날개 돋힌 듯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가는 풍력 발전기들을 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태양전지 제조업체들도 전기 값 폭등 이후 밀려드는 주문을 대지 못해 즐거운 비명이다. 미국의 태양전지 수요는 최근 40% 가까이나 늘었다고 한다. 유리창에 부착해 단열효과를 높이는 필름 등 단열설비를 생산하는 회사들 역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단열장치로 집을 개조한 어느 환경운동가는 겨울에도 난방장치를 거의 켜지 않고 살고 있으며 전기요금 역시 예전의 약 5%에 불과하다고 전한다.

환경을 귀찮은 걸림돌이나 의무로만 여기는 기업은 21세기의 변화된 기업환경에서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환경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기업들에게 신천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21세기 첨단 산업인 환경산업을 계속 외면한다면 뒤늦게 선진기업의 환경설비를 사오느라 비싼 외화를 낭비하며 후회하게 될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볼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아쉬운 때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