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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조선·중앙·동아를 하나로 묶어 '조중동'이라고 한다. 이제는 일반어가 된 그 낱말이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세 신문의 시장 점유율이 합쳐서 70%가 넘기 때문이다.

"붉은 머리띠를 풀어라" "온나라가 흔들린다" "정부 불법 파업 손놨나"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을 강하게 비판하는 6월 14일자 <중앙> <조선> <동앙> 초판 1면. 세 신문의 제목대로라면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래 가장 큰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조중동이라는 단어에 담긴 사회적인 의미는 단지 시장 점유율을 뛰어넘는다. 6월 13일자와 14일자 신문에서 그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13일 저녁에 나온 14일자 <조선일보>는 1면에 "항공·병원노조 잇단 파업"이라는 문장을 어깨에 걸치면서 「온 나라가 흔들린다」라고 크게 표제를 크게 뽑았다. <동아일보>는 이에 질세라 「정부 不法파업 손놨나」라고 표제를 뽑았다.

더욱 앞서나간 것은 중앙이다. <중앙일보>는 14일자 초판 1면 표제를 「"붉은 머리띠를 풀어라"」라고 뽑으면서 "명분 약한 파업에 各界서 비난"이라는 문장을 아래에 걸쳤다. 중앙의 이같은 제목에 대해 한 언론인은 "지난 91년 조선일보의 '죽음의 굿판을 걷어 치워라'라는 제목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 조중동이 아닌 다른 신문 6월 14일자 초판 1면. 조중동과 다른 신문의 1면 표제는 확실히 다른다.
그렇다면 다른 신문들의 14일자 초판 1면 표제는 어떨까.

「항공파업 장기화 조짐」 <경향신문>
「복귀통첩 항공파업 '고비', 대형병원 6곳 파행진료」 <대한매일>
「항공대란 악화조짐, 9개병원 파업 가세」 <한국일보>
「대형병원 10곳 파업, 항공기 이틀째 결항」 <한겨레>

조중동이 뚜렷이 구별된다.

마치 '누가 더 흥분하나'를 내기라도 하는 듯한 조선·중앙·동아의 튀는 현상은 하루 전인 13일 신문에서도 마찬가지다.

13일자 초판에서는 동아가 가장 튀었다. 「시민이 '파업의 볼모'인가」. 하지만 너무 막나갔다고 생각되었는지 이 제목은 시내판에서는 「항공大亂…의료大亂…」으로 바뀌었다. 중앙은 13일자 초판에서 「항공大亂…오늘은 병원 加勢」라고 뽑았다가 시내판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深夜협상 결렬"이라는 문장을 어깨에 걸친 채 「오늘 또 항공大亂 비상」으로 바뀌었다. 글자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조선의 13일자 1면 제목은 초판과 시내판에 변함이 없었다. 「항공기 결항 대혼란」. 그 위에 한문장을 살짝 걸쳤다. "농토가 타는데 파업이 절박한가".

사회적인 핫 이슈에 대해 조선·중앙·동아는 그 논조와 흥분도에서 흔히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언론사 세무조사 때가 그랬고 각종 파업 때 그랬다. 지금이 또 그 시기다. 문제는 이들 신문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들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순간 '사회의 여론'이 된다는 것이다.

6월 13일, 14일자 헤드라인으로 보는 '조중동'이라는 신조어. 마치 형제인 듯한 시각과 보도 형태. 이래서 사람들은 "조중동, 조중동"하는 거다.

13일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대한항공 노사간 타협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만약 이 밤에 노사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조중동 내일자 시내판의 1면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침이 기대된다.

▲ 6월 13일자 동아 초판(위). 하지만 「시민이 '파업의 볼모'인가」라는 제목은 시내판에서는 「항공大亂…의료大亂…」으로 바뀌었다.(아래 좌측) 조선일보 13일자 제목도 자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아래 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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