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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Y 대학교에 다니는 K 모군은 지방에서 올라온 유학생(?)이다. K 모군은 기숙사 신청도 실패하고, 서울에 마땅히 의탁할 만한 친척들도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 인근에서 하숙을 하기로 결정했다. K 모군과 같은 경우는 타지방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는 대학생들에게는 아주 흔한 예이다.

우리 나라의 대학교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 만큼의 큰 기숙사를 가지고 있는 학교가 그리 많지 않다.(아예 기숙사가 없는 학교도 많다.) 다른 지방에서 오는 학생들은 계속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요자에 비해 기숙사의 수용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의 입학 성적과 학생의 통학 시간 등을 심사해서 제한된 인원만 수용하는 것이다. 성적이 아주 좋지 않은 이상 K 모군처럼 기숙사 신청에 실패한 경우는 아주 흔하다

그렇다고 해서 타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의탁할 만한 친척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운이 좋지 않은 대부분의 타지방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하숙이나 자취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하숙방이나 자취방이라는 곳은 살 만한 곳인가?

우선 하숙집이나 자취방의 임대료를 살펴 보자. S대 수원 캠퍼스 인근의 경우 월 20~40 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었다. 대구에 있는 K대 인근의 하숙집들도 대부분 그 가격 수준이다.

독방과 같이 쓰는 방, 층과 평수에 따라 편차가 있었지만 지방에서 1인당 부담하는 하숙방의 임대료는 20만원애서 30만원 사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이다. 인근 학교가 많은 신촌 일대의 경우 같이 쓰는 방은 30만원 혼자 쓰는 방은 40만원 이상을 호가했다.

괜찮은 독방은 50만원에 가까운 임대료를 받는 곳도 있었다. 이러한 하숙비의 수준은 중산층 가정의 수입을 월 200 정도로 가정했을 때도 4분의 1에 육박한다. 분명 이러한 하숙집의 임대료는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하숙집의 환경 수준은 열악한 곳이 많았다. 서울 S대 인근에서 하숙하고 있는 A양은 바닥 장판에 낀 꼬질꼬질한 때를 불평했다. K대에 다니고 있는 L군은 방음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하숙방에서 매일 밤 방문 여닫는 소리에 시달린다. 3일째 똑같은 메뉴가 식탁에 올라오는 하숙집도 있었다.

모든 하숙집이 그런 건 아니지만 지은지 오래되서 지나치게 낙후된 하숙집이나 위의 예와 같은 하숙집은 개수 및 보수가 필요할 것이다. 질낮은 식사를 제공하는 하숙집의 경우와 하숙집 주인의 지나친 사생활 침해의 경우도 구제 방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주거권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 중에 하나다. 우리 나라와 같이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대학에 오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을 대학생들이 이 주거권을 침해당할 이유는 결코 없다. 기숙사 증축이나 하숙집 인증 제도, 개수 및 보수 의무화 제도와 같은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하숙집의 임대료 조사는 실제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집계된 것입니다. 조사된 임대료는 한달 사용, 2001년 5월 이전 기준(학기 중)입니다. 표본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오차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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