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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 때쯤,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보면 조금 긴장한다. 환절기 감기겠거니 하다가도 무균성(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무균성 뇌수막염은 여름철이나 초가을에 많이 발생하며, 만 1∼10세 아이에게 주로 발병률이 높으며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균성 뇌수막염의 95% 정도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좋아진다. 물론 수액이나 전해질 보충, 그리고 해열제 등의 기본적인 치료를 전제로 하는 얘기다.

무균성 뇌수막염은 중추신경계 감염 중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에 호발한다. 장바이러스(enterovirus)가 전체 무균성 뇌수막염의 85%를 자치하는데, 이 바이러스가 얼마 전 수돗물에서 검출되어 수돗물 안전성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물론 물을 끓여 먹는다면, 수돗물을 통해서 뇌수막염이 전염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약은 없다. 그러나 가장 흔한 장바이러스에 대한 먹는 치료약이 임상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2년 전 미국에서 있었다. 머지 않아 이 같은 약으로 무균성 뇌수막염을 치료하는 날이 있으리라.

뇌막염, 뇌수막염, 수막염은 모두가 비슷한 용어들인데,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막의 염증이다. 뇌 자체에 염증인,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뇌염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뇌수막염은 바이러스 이외에도 세균성과 결핵균에 의한 결핵성 뇌수막염 등이 있는데, 이런 세균성, 결핵성 뇌수막염은 항생제로 치료하며, 적절히 치료되지 않을 경우 사망률도 높고, 합병증이나 후유증도 심각하다.

뇌수막염이 의심되는 경우, 굳이 허리를 바늘로 찔러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약의 선택이 필수적인 세균성, 결핵성 뇌수막염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무시무시한(?) 뇌척수액 검사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응급실로 보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무균성(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사람의 손을 통해 전파되며, 평균 4-6일의 잠복기를 갖는다. 임상증상은 대부분 급성으로 시작되나, 간혹 1주일에 걸쳐 서서히 시작되기도 하고, 또 비특이적인 급성 열성 질환의 증상이 선행되기도 한다.

주 증상은 심한 발열과 두통, 구토, 어지러움,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상인데 복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장 바이러스가 원인일 때는 피부 발진이 생기기도 하며, 한 3-4일 심하게 앓고 나면 서서히 좋아져 합병증 없이 낫는다.

바이러스성 뇌막염이 유행하면서 뇌수막염 예방접종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한다. 중요한 것은 흔히 발생하고 유행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에 관한 예방주사는 없다는 것이다. 일부 백신 홍보물 등을 통해서 현재의 '헤모필루스b형 뇌수막염’예방 백신으로 마치 모든 뇌수막염이 예방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예방접종을 하려는 부모들이 있지만,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균에 의한 세균성 뇌수막염은 주로 2세 미만의 아이들이 걸리는데 사망률이 높고 치료된 후에도 80%에서 심각한 합병증이 남는 아주 무서운 질병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발생 환자가 꽤 있어 국가가 기본예방접종에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예방접종을 하게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병의 발생률이 매우 낮아 아직 기본예방접종 대상 질병이 아니며, 의학적으로도 의견의 차이들이 있다. 예방접종 시기는 보통 생후 2·4·6개월에 한 번씩 세 번 접종하고, 4차는 15개월에 접종하며, 15개월이 지난 아기는 1회만 접종을 한다. 1회에 4만원 하는 접종비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모든 예방접종이 그렇듯이 접종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감기와 마찬가지로 전염된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유행할 때는 사람 많은 곳으로 외출을 가능하면 삼가고, 외출 후에는 손발 잘 씻고 양치질을 열심히 하고 피곤하지 않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영양 있는 식사를 하는 것이 예방책이다.

특히 뇌수막염의 흔한 원인인 장바이러스는 대부분 손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감염질환과 마찬가지로 '손씻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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