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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담보로 공연하는 마술계가 최근, 방송 매체의 무분별한 마술 공개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김광선, 이영선 마술사 이후, 최고의 마술사로 알려진 카니홍(57 본명 홍승호)씨를 만나 그의 25년 마술인생을 들어 보았다.

지난 80년대, TV 묘기대행진 등 인기 프로에 출연하여 탁월한 마술세계를 선 보인 미남 마술사 '카니 홍(동춘서커스단 부단장)'은 타고난 무대 체질로 '끼'가 넘치는 '국내 최고 마술사' 중의 한 사람이다.

청청해역 제부도에 태어난 그는 천혜의 자연 속에서 성장했기에 부러운 게 없이 자랐다. 끝 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보면서 웅지의 나래를 폈고, 싱싱한 해산물은 그의 장난감(?)이자 '보약'과도 같은 '간식' 거리였다.

이처럼 자연에 빠져 살았던 그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 것은 성년이 되면서부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좋아졌고, 각자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비교해 보면서 빠져버린 것이 마술사가 된 계기가 된 것이다.

프로레슬링과 프로복싱이 시대를 풍미할 때, 그는 상대를 때려 눕혀야 박수를 받는 직업보다 '도구'나 자기 '몸' 자체만으로도 관객을 즐겁게 하는 마술이야말로 "신사다운 매력있는 직업이라 판단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술'이 성역(?)시 되었던 시절이었기에 마술을 배운다는 사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금처럼 특수한(?) 시대의 마술이야 "호기심 지옥(?)이라는 TV프로에서도 훔쳐 볼 수 있겠지만, 그 당시엔 마술의 비밀이 절대적으로 지켜지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감히 가려쳐 달라는 부탁은커녕, 마술사 옆에 서 있어도 영광이었던 시절이 아니였던가? 관객도 마찬가지였다. 마술을 본 후, 집에 귀가 해서까지 그 신비함을 상상했다. 도대체 어째서 그런 일이... 종이를 불에 태워 돈으로 바꾸는 마술을 본 어느 할머니가 "마술사는 종이로도 돈을 만드니까? 돈 걱정은 없겠다"고 말하던 순수한 이야기도 그 시절의 재미였다.

마술에 대한 해답은 언제나 상상의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고... "귀신이나 알겠지?"라는 푸념으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소박한 결론으로 끝났다.

어쩌다 "지금은 마술이 눈속임이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는 것"이다. 하여간 '카니 홍'은 세상을 알면서 집을 나서면 "집 밖 10리도 객지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꿈을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타고난 언변과 수려한 외모 때문에 야간 업소의 사회자로 생활하면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었다.

사회자는 모든 출연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25년전인 1976년 가을 그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자신이 사회를 보던 그 곳에서 마술사를 본 것이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의 마술사가 될 수 있었다. 그를 최단시일에 마술사로 등극케 한 것은 그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눈썰미가 좋았다. 수십개의 마술을 그렇게 빨리 소화하는 마술사를 처음 보았다는 선배 마술지인들의 칭찬도 이 무렵에 있었다.

그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방송국 출연 요청이 쇄도했고, 유흥업소 출연요청도 줄을 이었다. 당시 묘기대행진 등 인기 프로그램 출연은 물론, 서울의 웬만한 유흥업소는 그를 모시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기 절정이던 그에게 시련의 그늘도 있었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그가 장난처럼 시작했던 오락(?)으로 인해 가정경제가 파탄지경이 된 것이다. 절치부심하다 찾은 곳이 천혜절경의 '제부도'였다.

빈 손으로 찾은 '고향 제부도'에서 그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마음을 비우자."

그 시기에 그는 동춘서커스 박세환 단장으로부터 동춘 입단을 제의 받았다. 1994년 8월 카니 홍은 동춘에서 '제2의 마술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동춘에서 또 하나의 자신을 발견한다.

입단 후, 그는 서커스 최고의 명 사회자인 동춘 박세환 단장의 무대에서 사회를 볼 기회도 얻었다. 타고난 인물과 화술을 바탕으로 한 그의 능력이 발휘 되면서 그는 동춘서커스단의 2인자인 부단장으로 추대되기에 이르렀다.

인터뷰 말미에 기자에게 자신의 마술사를 허심탄회하게 토로했던 카니홍씨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과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 최근에 매스컴들이 경쟁적으로 마술을 왜곡시켜 "마술계가 사면초가"라는 것이다.

서커스가 대중매체의 맹주로 그 위세를 떨칠 때, TV라는 신매체가 출범하면서 서커스는 단번에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당시 서커스는 "어머니 울지 마세요." "검사와 여선생" 등의 신파극과 원맨쇼 등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였으나 TV 출범 후 신파극 배우는 TV 탤런트로 원맨쇼 배우는 코미디언으로 전향을 거듭하면서 서커스는 어쩔 수 없는 자구책으로 TV의 영향 밖에 있는 곡예와 마술로 돌파구를 찾았다.

출범 당시 서커스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던 TV매체는 80년대 칼라TV 출현으로 절정을 맞기도 했으나 다양한 정보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이 비슷한 소재의 방송에 식상하자 또 다시 '마술'을 소재로 한 프로가 등장했다. 마치, 시집간 딸이 시댁의 가세가 기울자 친정의 곡간에 쌀을 얻어려 온 꼴이랄까? "TV매체가 상식을 벗어난 방법으로 마술이라는 장르를 무참히 난도질한다"는 것이다.

부인 김복달(49) 여사는 그가 전국을 순회 공연 중일때, "생과부"처럼 살았다"고 한다. 2남 7녀의 떵떵거리는 집안에서 자랐던 김여사는 1970년에 결혼한 후, 평생을 신앙으로 수양하면서 두 남매를 훌륭하게 성장시킨 것이다. 장녀 혜영(25) 씨는 현재 TV뉴스에도 자주 소개되는 '성균관어린이예절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고, 차남 천하(23) 씨도 대학을 졸업하고 군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 그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고 한다. 70년 전통의 '동춘서커스단' 부단장인 그는 동춘 국제부가 창립되면서 내외국팀 곡예사들을 함께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로 바쁜 박세환 단장의 책무를 대신 하는 것 또한 그의 중책 중의 하나이다.

에필로그

그 동안 마술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인기를 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마술이 단순히 눈 속임이라는 편견으로 폄하된 데에는 '방송에 의한 후유증'이라는 게 마술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TV매체들은 경쟁적으로 인기 프로그램에 인기절정의 연예인들을 출연시킨 후, 마술을 공개해 왔다.

외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몇 년 전에는 현직 마술사가 가면을 쓰고 TV에 출연하여 고난도 마술까지 상세히 소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로 인한 마술계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는 게 마술인들의 주장이다.

"당신이 떳떳하다면 왜 가면을 쓰고 있는가? 당신은 세계의 마술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돈 때문에 마술의 묘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등 마술계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던 예도 있었다.

국내 방송도 예외가 아니였다. 마치 경쟁이나 벌이는 것처럼 마술에 대한 프로가 러시를 이루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오락 프로그램에 마술사를 출연시키는 것으로 끝났던 데 비해 요즈음은 아예 마술 공개는 기본이고 실제의 소품을 등장시켜 출연자들에게 실습까지 시키는 형태로까지 변질되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방청객들의 표정, '바로 옆에서 봐도 도무지 모르겠다. 신기하다"며 끝맺었던 게 마술 관련 사회자의 멘트였다.

OOO 방송의 OOO관계자는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 시킨다는 명분을 주장했지만 시청자 이미순(45. 서울 보문동) 씨의 말처럼, 오히려 "마술 공개는 시청자들의 상상의 기쁨을 빼앗을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태수(49. 수원 북수동) 씨도 "마술이 마치 눈속임에 불가하다"는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로 마술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데,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신비의 극치가 아니라 매스컴을 통해 나름대로 정립한 마술공식(?)을 토대로 당장 방법(비밀)을 포착하려는 이성적 관념이 우선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마술의 비밀 공개가 타당한가? 아니한가?"는 차치하더라도 인간 한계를 다이나믹하게 접근하여 무궁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마술의 정서야말로 각박한 현대인들이 절실히 필요로하는 영양소가 아닐까? 어릴 적 우리가 느꼈던 산타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꿈을 꾸게 했는가?

이제라도 방송매체는 알아서 쾌감을 감소하는 "마술 공개"보다도 꼭 알아야만 할 "필수상식" "마음의 양식"을 알려 주는데,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전문 직업인 마술에 대한 지나친 접근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현재 마술은 '동춘서커스단'의 제1부 순서에서 인기리에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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