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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울 때 가장 당황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백일도 채 안된 아이가 갑자기 달래도 그치지 않고 한 시간이 넘도록 울어대는 것이다. 어디가 아프다고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디에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그런데 거의 매일 이렇게 부모의 잠을 앗아가던 아이가 백일쯤 지나면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잘 자고 울지도 않는 순한 아이가 되어간다. 이 놀라운 변화에 부모들은 감동하면서 우리 아이가 '별난 아이'가 아니라는데 안도한다.

물론 이 시기에 단지 자지 않고 울어댄다는 이유만으로, 걱정스런 얼굴을 한 채로 한밤중에 아이를 안고 병원응급실을 찾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참 철없는 부모들이라고 혀를 차곤 했는데, 아이를 키워본 후로는 그런 부모들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여러 가지 경험들을 들려주며 당황하는 부모를 안심시켜 돌려보내곤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리 아이를 많이 키워본 엄마들이라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아이를 키우면서 주변의 경험담과 비교를 통해서 우리 아이가 얼마나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게 되는데, 오히려 주변의 선배엄마들이 불안을 부추겨 병원을 찾는 경우도 꽤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아무튼, 왜 그렇게 울어댈까? 그리고 백일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선천적인 이상이나 질병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건강하던 아이가 단지 갑자기 놀란 듯이 심하게 우는 이런 경우를 의학적으로는 '유아산통'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이의 성격이나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 배가 아파 운다는 것이다.

신생아의 약 20%에서 보일 수 있는 이 유아산통은 생후 첫 1개월쯤에 나타나고 4-5개월이 되면 없어지는데, 아이의 중추신경발달의 미숙이나 장의 운동을 자극하는 호르몬의 증가, 우유성분의 일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의 흡수 장애로 인한 장 운동 증가, 우유 알르레기 등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산통을 생각하기에 앞서 더 흔한 원인인 배고픔, 추위, 가려움증, 변비, 기타 다른 질병에 의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하겠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자주, 주로 밤늦게 30분 이상, 심한 경우 2시간 정도를 넘어갈듯 울어대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가 뭔가 서투르거나 못해줘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치료는 마땅하지 않지만, 영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일반조제우유대신에 항원성이 적은 특수분유를 먹이고 주위의 자극을 줄이는 것이 유아산통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으며, 일반적으로는 분유를 바꾸어본다든지, 모유를 먹이는 엄마가 유제품을 먹지 않는 방법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아이가 울 때는, 우유를 먹이거나 공갈젖꼭지를 물려주거나 품에 안고 흔들어주거나 소리를 들려주고, 아이를 가볍게 두드려 자극을 주는 것들을 동시에 여러 가지 반복적으로 해보는 수밖에 없다. 아이를 달래는 모든 방법들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큰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면 부모가 한두 시간 잠 설치는 것은 감수할 만하니까.

이 시기가 지나고 나서 만성 반복성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역시 대부분이 구조적인 이상이 없는 기능성 복통이다. 기질적 질병에 의한 복통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이런 기능성 복통의 주요 원인은 사회적 정서적 스트레스다.

흔한 유발인자로는 가족이나 친구의 사망이나 이별, 이사, 학교나 유치원 입학, 전학 등과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스트레스 등인데, 복통이 심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면 물론 병원을 찾아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으며, 때로는 정신과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원인이 될 만한 환경적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이를 안심시키고 일상생활을 계속 유지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자칫 아이들이 하기 싫은 것을 피하는 구실로 습관적으로 배가 아프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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