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경품 겸 과자 따기' '카드따기' '메달 따기' '쵸코볼 따기'등의 전자오락는 단순한 놀이수준을 넘어선 도박성 기기들로 이 오락기에 중독된 어린이들은 대박의 '야망'을 기대하고 단 몇 십분 만에 수 만원을 날리지만 자동판매기로 위장한 오락기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어 동심이 멍들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2시경 섭시 30도를 웃도는 창원시 소답동 모 초등학교 앞 문방구 안쪽에는 7∼10세 어린이 8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3곳으로 나뉘어 전자오락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한 어린이가 100원짜리 주화를 투입하고 '주먹'보턴을 누르자 '이겼다'라는 말이 끝남과 동시 시계판과 같이 숫자가 적힌 원주위를 로봇모형 바늘이 빠른 속도로 돌고 이 어린이는 돌아가는 로봇바늘을 주시하며 스톱 보턴을 누르자 로봇바늘은 5라고 적힌 숫자 위에 멈췄다. 이때 동그란 메달 5개가 성인용 스로트머신 주화처럼 우수수 쏟아졌다.

이 기계에서 쏟아진 메달은 카지노의 칩처럼 교환되고 교환된 칩은 한 개에 100원으로 환산되어 과자 또는 문구용품으로 교환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어린이들은 더 큰 숫자 당첨을 기대하고 이 칩을 다시 오락기에 투입하지만 결과는‘꽝’.

또 한 어린이는 쵸코볼 자판기라고 씌여진 오락기에 100원짜리 주화를 투입하자 약 8개 쵸코볼이 쏟아져 나왔다. 이 어린이는 쏟아져 나온 쵸코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결투(상대와 싸움하는 오락)에서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락기 모니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두 손은 바쁘게 조종대를 작동한다. 그러나 어린이는 게임에 졌고 소요된 시간은 불과 40여 초.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신형 전자오락기 '몬스터 어드벤처'가 설치된 창원시 소답동 모 초등학교 앞 문방구. 한 여자 어린이가 뜨거운 햇빛에 노출된 채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이 기계도 시계 판 모양에 -1, +5, -4, +3, -3 등의 숫자가 적혀 있고 100원짜리 주화를 투입한 후 보턴을 누르면 빨간 바늘이 빙빙 돈다. 바늘이 멈춘 숫자의 수를 세 번(100원 투입 3회 작동) 합산하여 5가 되면 점수에 해당하는 상품(손 선풍기, 시계, 인형, 과자 등)이 출구로 나오고 합한 숫자가 5를 넘거나 부족하면 사각 껌 하나가 나온다.

문방구 주인 아무개씨는 “기계설치 업자는 성인용 스로트머신이 잭팟에 해당되지 못하도록 기계를 조작하는 것처럼 이 기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조작하여 값비싼 상품은 거의 나오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시 도계동 모 문방구 앞에서 전자오락 게임을 즐기던 한 어린이(9세·창원시 도계동)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하여 몇 천 원을 땄지만 이젠 자꾸 돈이 들어가니까 카드나 코인을 많이 따서 잃은 돈을 따고 싶은 맘 뿐"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손점희(가명·주부 34·창원시 소답동)씨는“학교 앞이나 동네 문방구에 설치된 전자오락기는 모두 추방시켜야 한다. 아이들 교육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사실이고 부모가 주는 용돈이 모자랄 정도다. 또 오락에 빠져 학원을 결석하는 예가 허다할 뿐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사행심이 조장된다는 점이다”라며 전자오락기의 심각성을 피력했다.

김우현(45·마산시 구암동)씨는 “상품으로 지급되는 과자류는 요즘 같은 여름철 통풍이 전혀 안되는 전자오락기 박스 안에 내장되어 있다. 이 과자류는 해당 번호가 적중되어야 유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유통기한 초과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만일 아이들이 게임기에 내장된 과자류를 먹고 탈이 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거냐 ”며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다.

한편 창원서부경찰서 방범지도계 모 경사는 “현재로서는 자동판매기 오락기에 대해 단속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가는 몰지각한 업주들을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라고 개탄했다.

또 창윈시 위생과 담당자는 “자판기는 위생과에서 관리감독 하지만 커피자판기 이외의 캔 또는 변질 우려성이 낮은 자판기는 위생과 소관이 아니다. 단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판매기·오락기에 내장된 껌 또는 과자류가 유통기한 초과, 불량 등으로 인해 이용자의 피해가 발생됐다면 업주를 상대로 고발 조치할 수는 있다. ”는 설명이고 보면 사후약방문 행정력이라는 것이 대다수 시민들의 여론이다.

이에 대해 창원시 문화체육부 음반·영상 담당 관계자는 “자동판매기로 등록된 전자오락기는 명칭 그대로 자판기에 해당되므로 아직까지 단속할 만한 법령이 없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는 이러한 편법등록을 근절시키기 위해 7월 20일 발표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입법예고가 끝나는 9월 25일부터 싱글로케이션 제도(영업장 1개소 기기 2대 이하)를 적용하여 철저한 관리를 할 것 ”이라고 밝혀 그 동안 편법 전자오락기 제조업자들로부터 멍든 동심이 다소 보호를 받게 된다는 안도에 학부모들은 기대감을 가져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본인은 경남연합일보 사회부기자로 사회 모순을 바로 잡기 위한 열망을 ...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