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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음식이 맛이 강한 건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죠. 짜고 맵고 달고 시다는 것 외에 또 다른 특징이 있는데 혹시, 아시겠어요? 향신채를 많이 쓴다는거 말이에요.

향신채, 향신료라고 하면 서양음식에 쓰는 타임, 월계수잎 같은 허브를 생각하시기 쉽겠지만, 우리 음식에도 의외로 우리가 모르는 허브류가 많습니다. 인삼이나 쑥도 허브의 일종이니까요. 더 가까이엔 파나 마늘같은 것들도 있군요.

그럼, 부산사람들이 잘 먹는 향신채 음식을 한번 생각해볼까요?

일단 부추. 부산사람들에겐 '부추'라는 단어보다 '정구지'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채소지요. 특유의 진한 색과 향기로 입맛을 돋구는 풀이죠. 보통 경상도에선 부추의 강한 향과 잘 어울리는 비린 멸치젓 양념을 듬뿍 넣어 부추김치를 담가 먹습니다.

느끼한 고기음식, 그러니까 수육이나 국밥에 잘 어울리죠. 또 한 여름 잃은 입맛은 찬물에 만 밥 한 그릇과 부추김치 한 접시면 금방 돌아오지요. 부추에 포함된 황화수소 성분 덕에 먹고 나면 입냄새가 대단하지만 부추 특유의 감칠맛을 생각한다면 입냄새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지요.

또 부추의 향은 비린내를 없애주기도 합니다. 속풀이용으로 많이 먹는 재첩국은 재첩조개를 그냥 삶아 소금만 넣어 먹는 것이라 비린내를 없애기가 힘듭니다. 마늘 넣은 재첩국은 비린내는 나지 않겠지만 시원한 맛은 죽어버리고 말지요. 시원한 맛은 살리면서 비린내는 없애는 방법.

예. 부추를 넣어 먹는 것입니다. 다 끓여서 그릇에 옮겨 담아 그 위에 썰어놓은 부추를 띄우잖아요. 조개비린내를 없애기 위한 방법이죠.

또 빼놓을 수 없는게 부침개잖아요. 장마철에 가장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 '정구지 찌짐(부추 부침개)'과 '김치 찌짐'이죠. 부추는 열에 닿아도 색이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어 놓으면 보기에 좋죠.

부산에서는 담치나 조개를 넣어 부쳐먹곤 하는데 이걸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들어가는게 또 있죠. 청양고추(일명 땡초)와 방아잎 말입니다.

방아잎이 뭔지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을 드릴게요. 생김새는 깻잎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깻잎의 1/5정도 되고 향은 깻잎의 세배는 될 정도로 진합니다. 한해살이 풀인데 '개박하' 라고도 부릅니다. 줄기는 사각형이고 한여름에 자라며 보라색 꽃이 피죠. 잎을 씹으면 향과 함께 달큰한 맛이 퍼집니다.

부침개 반죽에 이것들을 넣어 부치면 청양고추의 매운 맛과 방아의 향이 어우러진 아주 맛있는 부침개를 만들 수 있죠.

방아는 현재 경상도 지역에서도 일부에서만 먹고 있습니다. 남원에서 추어탕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산초는 넣어주는데 방아는 넣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했었어요. 전 추어탕에 넣는 방아를 아주 좋아해서 국 반, 방아 반을 만들어 먹거든요. 그런데 거기선 방아가 뭔지도 모르더군요.

또 산초가 있네요. 산초나무 열매를 따다 말려서 열매의 껍질을 곱게 갈아 쓰는데 굉장히 매운 맛이 강하고 특이한 향이 나지요. 경상도에서는 이것을 추어탕에 넣어 먹기도 하고 김치에 넣기도 해요. 물김치나 열무김치, 단배추김치를 만들 때 양념에 아주 조금만 넣어도 향이 확 달라지지요. 독특한 향이 입맛을 돋구기 때문에 여름김치에 넣으면 좋죠.

산초나무의 잎도 산초향이 나기 때문에 삭혀서 산초잎 김치를 담가 먹습니다. 손가락 한마디 크기로만 잘라먹어도 입안에 산초향이 확 퍼지고 혀끝이 알알해지죠.

경상도는 비린 젓갈을 많이 쓰고 더워서 음식이 쉬 상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 이런 향신채와 향신료를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즈음은 이런 것들이 많이 잊혀져가고 있어요. 부산 안에서조차 이런 반찬을 만들어 내는 식당이 거의 없구요.

어디 '경상도식 백반 잘 하는 집' 만들 사람 없나요? 그럼 이런 찬들도 알려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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