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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참 성가를 높이는 검색 엔진으로 Google.com이 있다. 필요한 것을 족집게처럼 잘도 집어내고 검색성능도 전무후무하다는 평가인데 막상 들어가보면 그 흔한 배너광고 하나 없어 신선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네티즌 입장에서야 깔끔하고 성능도 좋으니 더 바랄게 없지만 <구글>도 돈을 벌자고 시작한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인데 광고도 없이 자선사업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와이어드>에 따르면 돈도 아주 잘 버는 전도유망한 벤처라고 한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일까?

차를 산 지 몇 년 되어 타이어를 교체할 때가 됐다고 하자. 그러면 당연히 <구글>에 들어가 '타이어'라고 검색어를 입력할 것이다. 그러면 검색결과가 나온 화면 위.아래 귀퉁이에 'OO타이어'의 배너가 등장하는 식이다. 'OO타이어'가 <구글>에 막대한 광고비를 지불했음은 물론이다.

마침 타이어가 필요해 검색을 하던 참이므로 네티즌이 'OO타이어' 사이트를 방문해 구매로 연결될 확률은 게임 검색하는데 정신이 팔린 네티즌 앞에 느닷없이 타이어 사라고 배너를 들이미는 것보다 수백 배는 높을 것임이 분명하다. 타이어라는 '공공가치'가 OO타이어라는 '사적가치'로 환생하는 순간이다.

네티즌 입장에서는 검색어 가지고 광고장사한다고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닌 것이 <구글>은 반드시 네티즌의 검증에 의해 신뢰도와 관련성이 높은 순위에 따라 광고주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XX타이어'가 아무리 많은 돈을 싸 들고 와도 절대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여름'은 에어컨 회사에, '겨울'은 스키장에, '눈'은 스키용품 회사에, '성탄절'은 카드회사에.. 등 세일즈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모든 생산수단을 국가가 독점한 공산주의 사회도 아닌 다음에야 살면서 필요한 모든 제품은 사기업이 생산한 것을 구입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 소비자의 숙명이다. 따라서 이왕이면 <구글> 같은 곳이 있어 소비자의 평판이나 인기도에 따라 이렇게 공정한 길잡이 노릇을 해주는 것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닐 것이다.

구글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GoTo.com이 있다. 검색어를 판매하는 것은 똑같은데 광고비를 많이 낸 기업 순서대로 연결을 해준다는 큰 차이가 있다. 네티즌의 선호도나 평판과는 상관없이 GoTo.com에 돈만 많이 내면 검색어 우선 순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비도덕적인 영업 때문에 미국의 시민단체들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검색어 판매'라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지 모르나 사실 그 동안 언론과 기업의 관계가 <구글>의 검색어 비즈니스와 유사한 바가 많다. 언론의 보도는 가치 중립적이고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으므로 독자의 필요에 따라 기사가 선정될 것이라는 묵시적 약속이 있다. 즉 언론에 보도되면 필요하고 좋은 것이라는 '공공가치'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잘 알다시피 언론 중에도 <구글> 같은 데가 있는가 하면 GoTo 같은 데도 있다. 독자가 필요해서 혹은 원해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체의 필요에 의해 혹은 언론사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언론이 가진 '공공가치' 뒤에 '사적가치'를 슬그머니 숨겨놓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강이 있으니 다리를 놓은 것이 아니라 멀쩡한 곳에 일부러 강을 파놓은 뒤 다리를 놓아 독자들에게 통행세를 받는 형국이다.

요새 한국언론의 보도행태가 독자에게 필요해서 혹은 독자가 원하므로 보도한다고만 여긴다면 순진한 판단일 것이다. 경제면에선 수백억원의 광고를 내주는 기업주에 보답하기 위해 '공공가치'를 팔아 넘기고, 정치면에선 세무조사로 자기들을 못살게 군 정권에 복수하겠다는 사감(私憾)에서 정치면의 '공공가치'를 악용한다.

기업체동향도 정권비판도 자본주의 사회에선 신문지면에서 꼭 필요한 정보다. 하지만 똑같이 보도를 하더라도 독자에게 필요해서 게재하는 것과 기업주가 돈을 주니 혹은 자사의 이해관계가 경각에 달려있으니 보도하는 것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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