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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사건에 대한 국가의 법적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 유족의 정신적 피해를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거창.산청.함양사건은 물론 제주 4.3사건 등 특별법으로 위령사업이 진행중인 민간인학살사건 유족들의 손배소송이 잇따르는 것은 물론 보도연맹사건 등 피해자들의 특별법 제정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황정근 부장판사, 김유범.이균철 판사)는 26일 거창민간인학살사건과 관련, 문병현 씨 등 유족 409명이 지난 2월17일 국가(국방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지금까지 국가는 거창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거나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손해배상 등과 관련된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국가가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결과 희생자들에 대하여 피해를 발생시킨 것에 그치지 않고, 살아남은 피해자나 그 유족들에 대하여도 파생된 권리 침해를 계속적으로 야기하는 경우에는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가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로 △직계가족의 경우 1,000만원 △형제나 자매는 500만원을 제시했으며, 그 외 조카나 삼촌 등 친.인척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려워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건당시 희생된 사망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시효가 이미 소멸됐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쟁점이 된 시효문제와 관련, "거창사건에서의 사망 자체로 인한 피상속인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3년이 경과한 1954년 12월16일을 기점으로 소멸됐다"며 "설령 손해 및 가해자를 몰랐다 하더라도 불법행위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10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거창사건 유족회 이철수 고문은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손해배상을 청구할 분위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효소멸이 적용된 점은 크게 실망스럽다"며 "변호인과 협의해 앞으로 대응방법을 논의하는 한편 특별법제정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대리인인 박준석 변호사도 "우리는 실정법상의 시효소멸제도를 이 사건에 적용하는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소멸시효란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태만히 하여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 데 대해 적용하는 것이지, 민간인학살사건처럼 국가의 강압에 의해 소송자체가 불가능했던 사안을 놓고 국내법과 실정법에 따른 시효소멸 논리를 적용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거창사건 유족 409명은 지난 2월 17일 학살사망 자체로 인한 위자료 각 5000만원과 유족들의 피해에 따른 위자료 각 3000만원을 합한 8000만원 가운데 일부인 각 20만원씩을 우선 배상하라는 내용의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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