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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서 삶이란 대체로 예상했던 행로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기 일쑤였습니다. 거의 모든 경우에 내 의지대로 선택한 길을 갔으되 길의 끝간 데서 뒤돌아보면 나는 늘 엉뚱한 곳에 도착해 있곤 했지요.
세월의 파도는 나에게만 유독 사납게 몰아쳤으며 세상의 길은 나에게만 온통 가시밭길이었습니다. 나 홀로 고달픈 세파에 시달렸습니다.
그랬습니다. 곰소, 이 조용한 포구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아,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인간은 누구나 그렇듯이 나 또한 내가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고난과 맞섰으며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에 주저앉기도 했을 뿐입니다.
한때 나는 나에게만 유독 실패가 많았던 까닭이 내가 늘 새로운 길만을 찾아 안달을 하고 혼자 분주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늘 새로운 길을 간다고 출발했지만 얼마쯤 가다보면 그 길이 결코 새로운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곤 했지요.
그때마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항상 그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결국 한 번도 새로운 길을 가지 못했습니다.
진정한 원인은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나는 단 한 순간도 새로운 길을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늘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매이느라 단 한 번도 시작한 길의 끝간 데까지 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실패는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인간의 세상에 전인미답의 길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흔적도 없이 왔다간 무수한 사람들, 그들이 먼저 지나간 길을 늦게 도착하여 서두를 뿐이지요.
그러한 까닭에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새로움에 연연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혼자 고집스럽게 새로운 길만을 쫒지도 않을 것입니다.
삶이란 결국 낡은 길에 새로 산 신발 자국을 내는 것.
늦은 가을날 오후, 당신,
이제 그 길을 당신과 함께 갑니다.
거센 풍랑을 헤치고 마침내 다다른 포구,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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