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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지난 20일 평화네트워크가 입수, 오마이뉴스가 최초로 보도한 '한미연합사 MD 기구 창설'은 정부가 그동안 국민들을 속인 것을 밝힌,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관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고, 대미 종속관계의 심화, 국민들의 세부담 가중, 안보의 불안 등을 가져올 수 있는 MD 참여 문제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면서 추진할 사안이 아닙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평화네트워크와 함께 한국의 MD 참여 의혹을 밝혀내고,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한국은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5월 5일 CNN과의 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아시아-태평양 TMD 구축 계획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참여를 요청했었다. 일본은 이미 98년 12월에 해상미사일방어체제를 중심으로 미일 TMD 공동기구를 만들어 TMD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대만 역시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TMD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종속적인 군사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남한의 최고 지도자가 'TMD 불참'을 선언한 것은 안팎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이에 앞서 천용택 당시 국방장관은 1999년 3월 5일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TMD 전력화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아니며, 주변국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한국은 TMD에 참여할 경제력과 기술능력이 없다"고 최초로 공식적인 'TMD 불참 의사'를 천명한 바 있다.

당시 천 장관의 발언은 담백하면서도, TMD 참여가 안보에도, 외교 관계에도, 경제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명쾌하게 밝힌 것이었다.

정부는 이후에도 TMD 불참 의사를 거듭 밝혔다. 김대중 정부의 두 번째 국방장관인 조성태 전장관은 2001년 2월 20일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우리나라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현 단계에서 TMD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미래 전장환경을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는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TMD 불참'이라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말로 끝마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TMD 불참을 선언한 이유...그리고 예견된 반전

김대중 정부의 TMD 불참 선언은 한미관계를 최우선으로 삼아온 남한의 정치 현실에서 미국이 21세기 핵심적인 군사안보전략으로 삼는 미사일방어체제(MD)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TMD에 불참을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남한의 안보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위협이 미사일보다는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1만 개에 달하는 사정거리 40-70km의 장사정포에 있다는 점 △전장이 좁고 산악지형이 많으며 북한 미사일의 비행시간이 3-5분이 지나지 않아 미사일을 탐지, 추적, 요격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 △북한 이외의 미사일 위협 국가를 상정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며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를 자극해 군비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둘째, TMD 참여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국과 함께 TMD를 공동연구개발하고 있는 일본은 TMD를 본격적으로 생산·배치할 경우 약 20조 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고, 1999년 TMD에 제한적인 참여를 검토했던 대만은 미국에 지불하는 비용만도 1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PAC-3의 경우 8포대에 48개의 미사일을 도입하는 것만도 2조4천억 원 가량이 소요된다. 여기에 이 시스템의 운영유지, 해상요격시스템을 비롯한 추가적인 요격시스템의 도입·배치, 레이더 기지의 건설 등이 포함될 경우 MD 참여에 따른 직간접적인 비용은 수십조 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은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가중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전력증강사업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셋째,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의 골격은 적극적인 화해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청산하는 것인데, 미사일방어체제(MD)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MD 구상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 구상에 참여할 경우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들어 비판의 수위는 낮아지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김대중 정부가 왜 기존의 입장을 '어정쩡하게' 유지하면서, 사실상 MD 참여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느냐에 있다. 위에서 열거한 TMD 불참 이유는 정부 당국자 및 정부 연구기관 종사자의 주장을 정리한 것이다. 불과 1-2년 사이에 북한을 비롯한 타국가의 미사일 위협이 증대한 것도 아니고, 미사일 방어망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도 아니며, 남한의 경제 사정이 MD를 수용할 만큼 호전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사실상의 입장 번복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미 참여를 결정해 놓고 국민들을 속인 것일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의 압력에 결국 굴복하고 있는 것일까?

이 수수께끼를 푸는 단초는 군당국이 노후한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한다는 명분으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PAC-3에 대한 일관성 없는 입장에서 찾을 수 있다.

PAC-3 도입과 관련한 군당국의 거짓말 행진

국방부는 올초에는 PAC-3의 도입 목적이 "노후한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는 것"이며, "탄도미사일 요격용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기존의 패트리어트를 향상시켜 PAC-3를 개발한 목적이 탄도미사일 요격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국방부에 거듭 해명을 요구하자, 지난 5월에는 "독자적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갖는 것과 미국의 MD에 참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PAC-3의 도입 목적 가운데 하나가 독자적인 탄도미사일방어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조성태 전장관이 올초 국회 답변에서 TMD 불참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미래 전장환경을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는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거짓말로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미사일 방어는 '한미연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한국군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경제력 및 기술력을 감안할 때 독자적인 MD를 보유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한국이 PAC-3를 통해 '요격'미사일을 보유하더라도 효과적인 탄도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요격미사일과 함께 고성능 레이더, 고성능 위성, 전투지휘통제통신본부(BM/C3) 등 정보자산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진실은 독자적으로 보유하기도 힘들 뿐더러 운용하기도 어려운 고성능 레이더, 고성능 위성, 전투지휘통제통신본부(BM/C3) 등은 미군이 제공·운용하고 한국군이 여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PAC-3를 비롯한 MD체계를 운영하는 것이다. 12월 20일 그 실체가 밝혀진 '연합·합동전역미사일작전기구(Combined and Joint Theater Missile Operations Cell, 이하 CJTMOC)'의 개념이 바로 이것이다.

이지스급 구축함 도입과 관련해서도 "MD와는 무관한 사업이다"라고 주장해오다가, 최근(12월초) "군의 작전성능요구에 탄도미사일 요격도 포함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비밀 사항이므로 밝힐 수 없다"고 말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사업을 놓고 현재 경합중인 미국의 록히드 마틴사의 `이지스'체계와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아파르(APAR)' 체계는 모두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이 가능한 레이더이다.

따라서 KDX-Ⅲ 사업이 MD 계획에 포함되는지의 여부는 어떤 요격 미사일을 도입·장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한국이 스탠다드 미사일 기종 가운데,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성능 개량된 'BlockⅣA' 이상의 미사일을 도입할 경우 이지스급 구축함도 PAC-3와 함께 MD 무기체계의 일부로 이용되는 것이다.

조성태 씨는 위증한 것인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2001년 2월 20일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조성태 당시 국방장관은 'TMD 불참 의사'를 재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 CJTMOC는 1999년 11월 당시 주한미군 부사령관인 헤플바워 중장의 지시로 조직 연구에 들어갔고, 그 해 12월 조직 창설을 위한 워킹 그룹이 조직되었으며, 이듬해 초에 조직화 작업을 완료했다. 현재에는 한미연합사 차원에서 이 조직의 개념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조성태 씨의 국회 답변 1년 전에 이미 한미연합사 차원에서 미사일방어기구가 만들어지고 MD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PAC-3 도입을 추진하면서 "TMD에 참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은 위증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침묵의 카르텔

흥미로운 점은 이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에 MD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 확인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질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2월 26일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일본의 괴선박 격침사건, 나이키 미사일 문제, 주한미군 아파트건립 및 군수비리 의혹 등만이 논의됐다. 특히 SAM-X 사업이 MD 계획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한마디의 언급도 없는 채, PAC-3의 조속한 도입에 대한 여야, 군당국간의 합의를 이뤄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천용택 국방위원장(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 의원은 국방장관과 국가정보원 원장을 지낸 국회 내의 대표적인 안보전문가로, 국방장관 재직시 'TMD 불참'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인물이다. 또한 불과 두 달 전인 2001년 10월 하순에도 '로마 포럼'에 참석해 "미국은 동아시아의 심각한 갈등 상황보다는 평화상황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예상되는 미래의 위협에 대해 TMD에 막대한 자금을 퍼붓는 대신 남북한이 서로 편의를 도모할 수 있게 협력해줘야 한다"며 미국의 MD 구상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MD에 대해 더 이상 발언을 안하기로 입장을 전격적으로 선회했다. 천 의원의 한 보좌관은 그 이유에 대해 "개인의 소신이 국가이익에 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MD 참여 의혹이 점차 밝혀지면서, 천 의원 역시 '침묵의 카르텔'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는 MD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을 극히 꺼려왔다. 지난 11월 1일 국방장관과 NGO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MD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대해, "미국이 우리 정부에 대해 구체적인 MD 참여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MD 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공론화하는 것은 한미관계 및 대 주변국 관계를 고려해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미연합사에 MD 담당 기구가 창설되고, PAC-3 도입이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이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다수 언론도 이상하리 만큼,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최초 보도한 이후 연합뉴스, 한국일보, 한겨레 등이 '단신'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정부의 '침묵'과 국회 및 언론의 '무관심' 속에 안보와 남북관계, 그리고 동북아 국제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 묻힐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에 이어질 기사 : 오래된 계획, 미국의 한국 포섭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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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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