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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지난 20일 평화네트워크가 입수, 오마이뉴스가 최초로 보도한 '한미연합사 MD 기구 창설'은 정부가 그동안 국민들을 속인 것을 밝힌,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관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고, 대미 종속관계의 심화, 국민들의 세부담 가중, 안보의 불안 등을 가져올 수 있는 MD 참여 문제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면서 추진할 사안이 아닙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평화네트워크와 함께 한국의 MD 참여 의혹을 밝혀내고,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다란에서 미군 막사가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 공격으로 아군 28명이 목숨을 잃었고 많은 군인들이 부상을 당했다. 이것은 비극이었다. 이 공포의 무기는 하늘 높이 발사됐고, 아주 우연히 미군이 모여 있는 곳에 떨어졌다. 이것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전쟁의 모멸감을 안겨줬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함께 걸프전 영웅으로 불리는 노만 슈와츠코프 장군의 말이다. 그의 발언은 미국의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 구축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TMD 합동 교리'의 발문으로 쓰여질 정도로 신성시되어 왔다.

슈와츠코프 장군의 발언은 10년 후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을 통해 재생된다. 미국 내 대표적인 매파로 잘 알려진 월포위츠는 2001년 7월 12일 미 상원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사담 후세인이 걸프전에서 미군의 피를 흘리게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무기는 탄도미사일이었다"고 10년 전의 사건을 상기시키면서, 주한미군이 유사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조속한 MD 구축만이 주한미군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NMD에 감춰진 TMD

걸프전 때 수십 발에 달하는 스커드미사일 가운데 하나가 미군 막사에 떨어진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베트남 전쟁이후 미국이 입은 가장 큰 병력 손실이자, 냉전종식과 함께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였던 미사일 방어 구상이 전면에 부각된 계기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외주둔 미군을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것, 즉 TMD 구축은 미국 내에서 어떠한 이견도 허용하지 않는 도그마가 돼 버렸다.

미국의 입장에서 미사일방어체제(MD)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 주둔 미군과 미국의 동맹국을 방어하는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이다. 해외 주둔 미군이 주로 명시적, 잠재적 적국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TMD는 요격 대상은 주로 중단거리 미사일이 된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NMD와 TMD를 분리해서 추진해왔고, TMD는 기정 사실로, NMD는 가변적인 것으로 이해해왔다. 이 둘을 어정쩡하게 합쳐 놓은 것이 바로 부시 행정부가 주창하는 MD이다.

NMD의 경우 1972년 미국이 구 소련과 맺은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을 정면으로 위반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예산과 기술적인 장애, 그리고 미국 내의 많은 반대파들의 존재로 잘 알려져 왔다. 그러나 TMD에 위협을 느끼는 국가가 중국을 제외하면 주로 군소국가라는 점에서, 또한 해외 주둔 미군을 보호하는데 미국 내의 초당적인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NMD에 비해 기술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에서 NMD의 베일에 가려진 채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부시 행정부가 이러한 NMD와 TMD를 통합해 MD를 추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 둘은 더 이상 구분해서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부시 행정부의 MD 구상에 있어서도 TMD 배치는 NMD보다 앞서 추진되고 있다. NMD 구축까지는 최소한 3-4년이 더 필요하지만, TMD 배치 계획은 상당히 구체화되어 있고, 특히 한반도에 있어서는 이르면 2002년 말부터 무기체계를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MD 배치 계획

미국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중반부터다. 여기에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에 의한 미군의 피해, 핵,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및 이를 운반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확산, 북한 및 중국 위협론의 부상,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 부각 등이 반영되어 있다. 주한미군을 비롯한 해외 주둔 미군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미군의 안전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미국 정책결정자들 사이에 팽배했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미 합참은 1996년 2월 'TMD 합동 교리(Doctrine for Joint Theater Missile Defense)'라는 전략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합참의장의 주도하에 육·해·공군 및 군관련 정부기관, 그리고 해외 주둔 미군 및 동맹국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미국의 전쟁 작전 지역에서 미군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계획이 담겨져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미사일 공격을 당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극적 방어(passive defense),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의미하는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 적의 미사일 발사 전에 미사일 시설을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하는 공격 작전(attack operations), 그리고 이들 요소를 전자정보기술로 통합하는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C4I) 등을 TMD의 4가지 핵심적인 요소로 삼고, 이를 위한 지휘통제체계의 정비 및 동맹국과의 공조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교리는 1999년 10월 발표된 '항공 및 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합동 교리(Joint Doctrine for Countering Air and Missile Threats)'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적의 미사일 위협을 사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공격 작전의 강조이다.

미국 정부는 이와 같은 군당국의 요구에 따라 1996년 국방관계허가법(National Authorization Act)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려 있는 국가들에서의 TMD 배치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TMD 배치 계획에서 주목할 만한 문서는 미 국방부가 1999년 4월 의회에 제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위한 TMD 구축 보고서(Report to Congress on Theater Missile Defence Architecture Options for the Asia-Pacific Region)'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해당 국가들이 직면한 미사일의 위협 수준 및 사거리, 지형적 특성, TMD 배치 시기, TMD를 통합적으로 운용할 전투관리 및 지휘통제통신(BM/C3) 시스템간의 상호운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TMD의 무기 체계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NMD에 앞서 TMD 구축 프로그램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한반도 MD 배치 계획

이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존 틸러리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빌 클린턴 대통령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등이 참여한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북한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약 600기의 전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며 TMD의 조속한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틸러리의 발언 직후에는 레스터 라일즈 공군중장이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회에 출석해 의회에 TMD 관련 예산의 증액을 요청하기도 했다. MD 관련 주요 법안이나 예산편성, 그리고 보고서 발표에 앞서 '북한위협론'을 강조하는 미국 내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미국의 입장에서 3만7천 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에 MD를 배치하는 것은 한국 정부와 협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미합중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가 명시돼 있어, 미국이 레이더 기지 건설 수락을 비롯한 관련 무기 체계의 배치를 요청할 경우 거절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한국 내 MD 무기체계 배치와 관련해서 미국으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필요에 따라 배치하면 그만이지, 이것을 한국 정부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의 필요에 따라 MD를 배치할 수 있는 종속적인 한미관계의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을 가급적 빨리 무력화시킨다는 계획하에 올해말이나 내년초부터 PAC-3, 이지스함에 요격미사일을 장착한 해상방어체제, 미사일을 발사 단계에서 요격하는 항공기탑재레이더(ABL) 등을 한국 및 그 인근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처럼 미국의 MD 배치 계획이 임박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은 바가 없다"며 가급적 '쉬쉬'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결코 애매하지 않은 한국의 MD 참여 의혹

그렇다면 미국이 한국에 MD 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한국의 MD 참여'로 봐야 할까? 이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의 MD 구축은 미국의 주도하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0일 그 실체가 확인된 '연합·합동전역미사일작전기구(Combined and Joint Theater Missile Operations Cell, 이하 CJTMOC)'는 주한미군만의 기구가 아닌 한미공동의 기구이다.

앞서 소개한 미 합참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교리가 이 기구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합동(Joint)' 교리의 개념으로 육·해·공군이 참여하고, '연합' 작전 원칙에 따라 한국군의 기여도를 높이고 있으며, 최고 책임자를 미 본토의 '제32 육·공군 방공 및 MD 사령부(32d AAMDC)' 사령관이 맡음으로써 원격조정이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미 합참 보고서에서 4가지 핵심적인 구성 요소로 삼은 소극적 방어, 적극적 방어, 공격 작전, C4I 등을 CJTMOC에서는 하위 부서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CJTMOC를 두고 "다른 지역의 TMD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맥락을 이해할 법도 하다.

미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MD 사이트(http://www.defenselink.mil/specials/missiledefense)에서도 "미국은 한미연합사와 함께 미사일 방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은 낡은 방공 무기를 대체하기 위해 PAC-3 도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PAC-3 도입이 MD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CJTMOC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기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 기구가 TMD를 위한 것이므로 MD와는 상관없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TMD는 MD의 일부라는 점에서, 또한 부시 행정부가 NMD와 TMD를 통합해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TMD 참여를 MD 참여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제기되는 문제는 일본과 비교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TMD와 관련된 예산을 분담하고 미쓰비시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함께 공동연구개발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MD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본처럼 돈과 기술을 대는 방법이 있고, 한국처럼(TMD를 감당할 경제력과 기술력이 없다는 점에서) 기지와 병력을 제공하고, PAC-3와 같은 완제품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일본의 경우에는 집단적 자위권 금지에 묶여 공동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반면에, 한국은 연합작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MD 계획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에 이어질 기사 : DJ의 딜레마 - 햇볕정책과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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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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