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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당신은 왼손잡이인가 오른손잡이인가. 오른손잡이라고. 그럼 당신은 우리 사회 유행어로 메인 스트림(주류·Main Stream)이다. 거의 느끼지는 못했겠지만 당신은 그동안 특별한 대우 속에서 살아왔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당신에게 주어진 특혜는 그대로 유지될 터이니 안심하고 지금처럼 살면 된다.

아니라고. 이제야 커밍 아웃 하지만 사실은 왼손잡이라고.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주변에서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두려워 그동안 숨기고 살았다구.

그럼 당신은 오른손 보다 왼손이 더 자연스러운 사람 소위 마이너리티(소외된 소수·Minority)였단 말인가. 알만하다. 애써 오른손잡이 행세하며 서툰 오른손만 열심히 혹사시킨 이유를.

왼손과 오른손의 그 엄연한 '차이'

혹시 이 기사가 왼손잡이의 '한풀이 공간' 아니면 왼손잡이들의 억압과 차별을 대변해주는 역할로 오해할지 몰라 이쯤에서 나도 속내를 드러내야겠다.

이 기사는 바로 이 왼손잡이에 도사린 인류문화사의 숨겨진 비밀을 들춰내는 한 권의 책 「왼손과 오른손」(주강현 지음·시공사 펴냄)에 대한 리뷰이다.

우리민속문화연구소장이자 역사민속학자인 이 책의 지은이 주강현이야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우리문화의 수수께끼」(한겨레신문사)나 「주강현의 우리문화 기행」(해냄), 「조기에 관한 명상」(한겨레신문사), 「21세기 우리 문화」(한겨레신문사), 「북한의 우리식 문화」(당대)와 같은 책을 통해 우리 문화 읽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솔직히 나는 이 책을 펴보지도 않고 일단 좋은책으로 분류한다.

지은이는 나의 이같은 책 선정의 모험성을 보기 좋게 담보해준다. 왼손잡이는 그저 왼손잡이이고, 오른손잡이는 그저 오른손잡이일 것 같은데,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왼손잡이는 왼손잡이일 수밖에 없고,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잡이일 수밖에 없는 그 엄연한 '질서'를 까발리는 솜씨가 가히 일품이다.

물론 지은이는 이 책의 전체적 시각을 마이너리티인 왼손잡이에 가해지는 억압과 차별에 고정시키고 정치적 편가르기에서부터 경제적, 문화적 소외 문제에 이르기까지 왼손과 오른손의 불화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중세 국어에서 '올-'는 옳다는 의미, '외다'는 '그르다'는 의미다. 즉 '옳다'의 반대가 '외다'이다. '외다'는 '물건을 좌우가 뒤바뀌가 놓아서 불편하다'는 뜻도 지닌다. '왼일'이란 잘못된 일, 그릇된 일을 뜻한다.

이같은 말글살이 역시 세계 여러 나라의 말에서도 비슷하다. 오른쪽이라는 말은 강함, 성스러움, 행복, 아름다움 등을 나타내는 데 반해 왼쪽은 약함, 속됨, 불결, 무능력, 추악 등을 표현한다.

왼손들이여! 연대하라!

영어에서 '오른쪽'을 의미하는 'right'는 '옳다'를, '왼쪽'인 'left'는 '무시된다'를 의미한다. 독일어에서 왼쪽을 나타내는 'link'는 'linkisch'의 형용사형으로 '어색하다'는 의미이고, 오른쪽인 'recht'는 '정의, 정당함, 훌륭함'을 나타낸다. 불어 역시 왼쪽인 'gauche'는 '삐뚤어졌다', 오른쪽인 'droit'는 '곧다'를 의미한다.

이렇듯 왼손에 대한 차별은 동서고금을 망라한다. 이는 단순한 생활용품의 차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상에 대한 통제로까지 이어진다.

프랑스에서 어느 쪽에 앉았느냐에 따라 좌파 우파가 나뉘어졌듯 우리의 유교문화에 들어있는 좌도(左道·바른 도리에 위배되는 邪道) 비판이 근현대사로 넘어오면서 좌익과 우익위 개념으로 변질돼 역사적인 명암을 드리우게 된다.

죄익 매도에는 제국주의 파시즘의 지배 매커니즘이 반영됐고, 분단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고착화되었다는 것. 히틀러나 매카시 선풍이 대표적 매카시즘으로 집약되는 선동적 정치 행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다 모든 과학문명 역시 철저하게 오른손잡이에 부합하게 발전해왔다. 이는 종교 신앙적 억압을 대체할 새로운 억압장치로서 과학기술 문화의 통제가 강해졌다는 것이 지은이의 해석이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오른손 무한 권력의 시대'에 '왼손의 연대'를 촉구하는 것은 문화적 열성, 마이너리티에 보내는 경의의 표시이며 양극단을 뛰어넘어 문화다원주의를 희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은 이같이 왼손과 오른손의 그 불편한 관계에 대해 추적한다. 다만 이 책을 훑어보고 내가 얻은 교훈은 리영희 교수의 그 유명한 책제목처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왼손과 오른손>
주강현 / 시공사 / 368쪽 / 12,000


왼손과 오른손 - 좌우 상징, 억압과 금기의 문화사

주강현 지음, 시공사(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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