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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이인제 후보님!

국민경선에 참여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신지요. 덕분에 평범한 시민인 저는 주말 경선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냥 고개숙여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일전 김중권 후보가 사퇴했을 때 이 후보님 역시 몹시 인상을 쓴 채 칩거하면서 '후보사퇴' 운운하는 모습을 보여 '저러다 판 깨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기도 했지만 역시 후보님은 국민을 생각하셔서 그런지 경선은 예전의 박진감을 찾은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무례를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지게 된 계기는 단순합니다. 저는 말이죠. 색깔론은 없어져야 할 파렴치한 선거행위라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최근 이 후보님은 노무현 후보를 향해(뿐만 아니라 팬클럽에까지도) 색깔론을 가하고 있는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는 사이좋게 그것을 '사상검증'이라며 옹호하고 있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것이 보수언론의 논리 좀 보십시오. 노무현 후보가 주한미군 문제, 재벌문제, 그리고 노사문제에 관해 현재의 분명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 당시와 지금과의 말투가, 뉘앙스가 다르냐' 등등의 주장을 펴며 몰아붙이는 태도가 합리적인 '사상공세'입니까. 영 못마땅합니다.

그 화살을 그대로 보수언론에게 돌려봅니다. 친일, 군사독재찬양, 민주화에 끼얹은 찬물 등 그네들의 초상은 그림조차 나오질 않을 정도로 꺼멓습니다. 그런 그들이 지금은 밝은 한국의 앞날을 위해 노무현 후보의 사상을 검증해야겠다고 합니다. 누가 믿겠습니까. 자신의 뒤부터 돌아보라 하십시오. 특히 조선일보의 역대 대통령 만들기 노력은 실로 처절한 몸부림이었음을 누구든 다 기억합니다. 애써 지운 사람들 빼고는요. 87년도에는 김대중 후보와 92년도에는 정주영 후보와 97년에는 이인제 후보와 대단한 긴장을 야기했습니다. 법정까지 간 싸움도 있었고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농성을 벌인 캠프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잊으셨나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렵니다. 앞서 보수언론에 대해 언급한 까닭은 이 후보님의 색깔론을 지지하는 층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지적하기 위함일 따름입니다. 후보님은 대단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후보님의 기준이라면 오히려 제기되는 색깔론은 후보님을 향해야 할 것입니다. 몇 가지의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이제부터 제시할 것이오니 긴장하시고 답변 좀 준비해주십시오. 답변을 못하시겠다면 노무현 후보에게 가하고 있는 (j제가 제일로 싫어하는) 색깔론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1. 노사관계에 대한 이 후보님의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선진산업국가 어디에도 노조의 정치활동을 부정하는 나라가 없고, 우리나라도 질적 변화로 볼 때 이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이에 대한 입장과 대책은 무엇인가. 90년 3월 6일 국정질문 중"

92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초대 노동장관을 맡은 이인제 후보님은 '이인제 스타일'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특유의 저돌성, 개혁성을 드러냈습니다. 노조의 정치활동을 다시 한번 주장해 조선일보로 하여금 우려의 사설을 쓰도록 만들기도 했었죠.

뿐만 아니라 경영참여권을 주장하며 벌인 파업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정당한 쟁의라는 파격적인 해석을 내 보수언론으로 하여금 또 사설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었죠.

[노조의 정치참여와 관련된 사설] "이인제 노동부장관은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노동관계법 개정안에서 이 문제를 검토중이라고 밝힘으로써 정부 노동정책의 중요한 변화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또 제3자의 노조활동 개입금지 조항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이를 폐지할 생각임을 밝혔다.

불법쟁의, 일탈적 투쟁방식, 과격주의적 노동운동 노선, 그리고 사쪽의 부당노동행위 등이 다같이 자제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문제에 관한한 명분론보다는 노사관계의 성숙도나 산업평화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 그리고 정치발전과의 상관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의 종합적 판단과 합의가 훨씬 더 긴요하다고 믿는다. 93년 5월 7일 조선사설"


[경영참여권을 주장한 파업에 관한 사설] 이인제 노동부장관은 "노동부가 노조측 요구사항의 불법성여부를 따질 필요는 없으며 노조의 요구사항이 인사와 경영권참여에 대한 것이라 할지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정당한 쟁의행위로 봐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참으로 미묘하면서도 노사관계에 새로운 분란을 부추길만한 정책변경이다. - 93년 5월 17일 동아사설

만일 위 발언을 노무현 후보가 했다고 가정한다면 이 후보님께서는 어떤 공격을 또 가할는지요. 지금 이 후보님은 노무현 후보를 지칭하며 색깔론을 퍼붓고 있습니다. 노 후보가 한 몇 마디 말을 가지고 비방과 색깔을 덧씌우려고 하는데 참으로 근거가 없습니다. 노동자에 대한 말 몇 마디 가지고 색깔을 씌울 거라면 이 후보님이 더 유리할 게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 장관이 취임직후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강경자세를 보인데 이어 잇따라 밝힌 해고근로자의 복직추진, 인사경영권의 단체협상 부분인정, 무노동 일부임금지급, 해고효력을 다투는 근로자의 조합원 신분보장 등은 하나같이 기존의 노동정책과 관행을 뒤엎는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것들이다.

물론 노동정책의 이러한 변화는 문민시대의 출범에 따른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고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한다는 행정개혁 차원에서도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93년 5월 26일 조선사설 '신중치 못한 이인제 노정' 중"


당시 기사를 보면 무노동 부분임금 주장에 대해 재계와 보수언론의 대단한 질타를 받게 되는데도 전혀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이 후보님은 그런 정책을 폈습니다. 다시 한번 그와 같은 정책을 노무현 후보가 폈다면 아마 이 후보님으로부터 빨갱이라는 원색적인 공격도 당했을 거라 전 판단합니다.

"물정 모르고 날뛰는 이인제때문에 온통 세상이 난리다."
"도대체 이장관은 노동부장관이냐 노총대표냐."
위 말은 93년 6월 25일 민자당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라고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내용입니다. 만일 입장을 바꿔서 "노무현 때문에, 노무현은 노총대표냐"등의 발언이 있었더라면 또 다시 색깔공격의 빌미로 사용했을 겁니다. 이 후보님이 사용했을 것이란 말이죠. 제가 볼 땐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도 말이죠.

2. 국가보안법에 대한 후보님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주십시오.

이 글을 쓰는 저는 국가보안법에 반대합니다. 색깔론 공세를 혐오하는 이유와 동일한 이유 때문입니다.

89년도를 기억하실 겁니다. 이 해에는 전두환의 청문회 출석으로 마무리된 한 해였지요. 여소야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습니다. 노태우 정권이 출범하면서 불안정한 정국을 장악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했습니다. 당시 신문을 보면 서경원 당시 평민당 의원의 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된 기사가 자세히 나옵니다. 이 일로 인해서 제1야당 총재인 김대중 씨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졌었죠.

공안정국은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야기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야당에서는 당시 국가보안법을 위시한 악법의 개폐문제를 여당과 협의했습니다. 동아일보 89년 12월 14일자 기사를 보면 당시 세 야당에서는 보안법개폐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자고 여당이었던 민정당에 요구했습니다. 민정당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를 다음 해 임시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3당합당 때문입니다.

국가보안법을 논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3당합당이 있었고 그로 인해 보수화된 정국으로 보안법에 대한 논의는 유야무야된 채 끝이 났습니다. 이 때문에 90년 3월 7일에는 3당합당 이후 개정 또는 폐지하기로 했던 쟁점법안이 구민정당의 반발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한다면서 이 후보님을 비롯한 몇몇이 모여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89년 12월 기사를 보면 '쟁점법안'에는 '국가보안법'도 포함돼 있습니다. 논리의 전개상 이 후보님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문제있다는 인식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보도입니다.

보수정당인 3당합당 민자당조차도 국가보안법에 대한 문제의식은 충분히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국가보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사회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님은 어떤 입장이었을지 대단히 궁금하지만 김영삼씨의 최측근이었음을 감안하면 보안법 개폐를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래는 3당합당과 관련된 기사입니다.

"민주자유당(가칭) 통합추진위는 29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현판식을 가진 뒤 2차 전체회의를 열어 이승윤 민정,김동규 민주,김용환 공화당 정책위의장으로 정책소위를 구성하고 각종 개폐대상 법안의 단일안 작성에 착수했다. 우선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지방의회의원 선거법 △광주보상법 △국가보안법 △안기부법 △남북교류협력법 △경찰중립화법 △교원지위법 △농어촌발전특별법 등 8개 법안을 집중 논의키로 했다. 90년 3월 7일 한겨레신문"

3.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에 눈이 멀어 무책임한 선동정치가?"

조선일보 92년 12월 2일에 기고한 칼럼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유력한 대선후보 세 사람인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후보의 건강에 관해 측근들이 기고한 세 편의 글이 실렸는데 김영삼 후보를 위해서는 이 후보님이 직접 글을 쓰셨더군요. 김대중 후보를 위해서는 권노갑 전 의원이 글을 썼었죠. 이 글에서 김영삼 후보의 건강을 줄기차게 강조하던 끝에 김대중 후보와 정주영 후보를 일컬어 뭐라고 쓰셨는지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당선에만 눈이 멀어 끊임없이 말을 바꿔온 무책임한 선동정치가나, 돈으로 국민의 정치적 양식을 마비시키는 걸 조금도 부끄러워 하지않는 금권정치가는 아무리 건강을 운운해도 정신적으로는 불건강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무책임한 선동가가 김대중을 지칭함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이 후보님이 알 겁니다. 무책임한 선동정치가라는 표현에는 상당히 색깔론이 담겨져 있습니다. 무책임, 선동이란 단어가 갖는 뉘앙스가 원래 그러하듯이. 말은 순식간에 뱉어나가니까 실수할 수도 있다치지만 글은 그렇지가 않죠. 쓰면서 생각하고 쓰고 난 후에 다시 검토하는 게 글이니까요.

지금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끊임없이 말을 바꿔온 무책임한 선동정치가가 만든 당에 왜 있느냐는 말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혹시 변명을 하실 거리가 있나요. 그렇다면 공개적으로 자세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왜 생각이 달라졌는지 말이죠.

지금까지 저는 90년대 초반의 이인제 후보님이 했던 말로 미뤄볼 때 현재 노무현 후보에게 가하고 있는 색깔론이 대부분 전혀 근거없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

다음으로는 몇 가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4. 경선불복에 대해

경선불복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경선에서 극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2위를 차지했던 이 후보님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바닥을 면치 못하던 순간에도 "경선약속을 지킨다. 대신에 당내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약속은 분명히 지킨다고 누차 못박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후보님은 뛰쳐나왔고 지금에 와서는 "여론이, 민심이 나에게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다"라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하는 후보님 얼굴에서 미안함을 느낄 수 없어서 제가 화가 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립서비스로 일관하는 것에 대한 분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신한국당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맞붙었던 임사빈 씨가 경선에 불복하자 승리자의 위치였던 이 후보님이 뭐라 했습니까. "민주주의 원칙도 모르는 사람"이라 맹렬히 비난하지 않았습니까. 왜 다 지난 일을 또 쓰느냐 하면 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님이 낀 경선은 늘 말이 많습니다. 후보님이 이긴 경기도지사 경선은 별탈없이 끝이 났지만 후보님이 진 혹은 지고 있는 97년 신한국당 경선과 2002년 민주당 경선은 축제분위기가 아니라 갈수록 살벌해지고 있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말합니다.

"이번에도 경선불복하면 정치생명은 끝이다. 그런데 그는 도저히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다고 판단되면 중간에 판을 깨고 뛰쳐나올 것이다."

어떻게 답하시렵니까. 저는 궁금합니다.

5. 노사모 관련 발언에 대해

노사모에 한총련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가입하고 있다는 발언은 정말이지 저열함의 극치를 보는 듯 했습니다. 2만명이나 되는 자발적인 팬클럽을 노무현 후보와 연계시켜 뭘 어쩌란 말인지요. G.O.D 팬클럽 중에 한총련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봅니다.(저는 한총련 학생들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글을 쓰지 않습니다. 이인제 후보님의 주장이 근거없는 것임을 보이기 위해 예로 들었을 뿐입니다) G.O.D의 사상에 문제가 있습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요.

노사모가 발끈한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정말 잘못하셨습니다. 저도 노사모에 대해 잘 압니다. 노사모는 자발적 순수자체조직입니다. 노무현 캠프조차 통제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조직이 바로 노사모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공격을 가했는지요. 그런 식의 공격이라면 노사모 회원 중 음주운전을 한 회원이 있어도 노무현 후보의 책임이란 말입니까!

제가 볼 때 이번 주말경선에 이 후보님의 모든 게 달려 있습니다. 역전 당하면 끝입니다. 그런데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색깔공세가 더욱 거세질 거라 생각합니다.

상황이 불리할수록 부디 자중자애하십시오. 그래야 국민의 사랑을 받으십니다. 저는 이 후보님이 나오는 토론회를 도저히 못 보겠습니다.

후보님의 눈에 적개심과 분노가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지막히 들리는 후보님의 말도 언짢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후보가 답변을 할라치면 조그맣게 , 그러나 방송에는 다 들리게끔 혼잣말하듯이 "말씀이 달라지셨네"라고 내뱉습니다.

경선에서 선전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하신다면 , 색깔론을 퍼뜨리려 노력하고·인신공격에만 혈안이 되신다면 저는 정말이지 이 후보님의 말을 바로 듣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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