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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연금운용 중장기 투자정책’과 관련된 공청회가 열렸다.그 내용 중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현재 전체 자산의 7% 수준인 주식투자 비중을 2012년까지 20∼30%로 확대하는 방안이었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국민연금이 주식투자를 이처럼 늘려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우리 인구와 경제구조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구의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장기적으로저금리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바람직해 보인다. 이는 또한 증권시장의 안정적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선 연금 수급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인구구조부터 살펴보자. 현재 우리 인구구조는 30세 미만의 인구가 45.7%를 차지할 정도로 젊다. 일반적으로 노령화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65세 이상의 인구는 7.6%로 선진국의 15% 안팎에 비해서 훨씬 낮다. 그러나 10년 후면 노령화 비중이 10%를 넘어서고, 20년 뒤엔 지금의 선진국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국민연금관리공단은 2월 말 현재 59만 명인 노령 연금수혜자가 2010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연금운용 방식으로 연금수요 증대를 충족시킬 것인가에 있다.지난 2월 말 현재 78조 원의 국민연금운용자금 가운데 39.5%인 31조원을 공공부문에,59.7%인 47조원을 금융부문에 운용하고 있다.금융부문 47조원 가운데 41조원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경제가 장기적으로 저금리 구조로 접어들면 투자 수익률이 낮은 공공부문이나 채권투자로는 연금수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경제는 1970년부터 96년까지 연평균 7.9%의 매우 높은 성장을 했다.그러나 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앞으로는 경제성장률이 5%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경제성장률은 낮아지지만 총저축률이 국내 총투자율을 넘어서면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이루는 가운데 환율, 물가, 금리 등 거시경제 변수가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특히 낮은 경제성장과 물가로 금리는 장기적으로 안정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기업의 투자형태도 시설확장보다는 연구개발 위주로 변해 자금수요가 크지 않아 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구구조의 노령화로 연금의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 것이다. 여기다가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른 저금리로 연금 운용수익률은 갈수록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미뤄보면 국민연금은 미래의 연금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주식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주식시장에 여러 가지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우선 주식투자 문화가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가능성이 높다. 우리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대체로 여윳돈을 굴리는 수단으로 주식시장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장기 투자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노후를 대비한 투자대상으로 주식시장을 찾게 만들 것이다.

다음으로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제고시켜줄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까지 1조2000억 원의 자금을 투자신탁회사 등에 위탁해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주식투자를 확대하면 위탁자산의 규모도 그만큼 늘어나고 증권시장의 기관화가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자산의 4.5%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우리 금융기관도 주식투자를 늘릴 가능성이높다. 이러한 증권시장의 기관화는 외국인에게 크게 의존하고 우리 주식시장에 안정성을 더해줄 것이다.

또한 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증시 수급 기반을 확대시켜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식투자비중을 20%까지 확대하면 주식 보유 금액은 현재의 5조원 정도에서 2012년에는 59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주식투자 비중이 30%까지 확대되면 국민연금은 89조 원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보유 확대로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이는 결국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선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과학적 투자 방법으로 국민연금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하여 미래의 연금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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