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 '스파이더 맨'인가. 두 아이는 계속 졸라댔다. 스승의날 학교 문을 닫는 바람에 평일 오전 1회 영화에 어린이와 엄마 관객이 가득이었다.
나이 드신 삼촌, 숙모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 피터 파커. 평범하고 내성적이어서 짓궂은 친구들에게 늘 놀림감 신세인 피터가, 유전자 조작 수퍼 거미에 물리면서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시력이 좋아져 안경이 필요 없게 되고, 몸매는 근육질로 변하고, 손목에서는 거미줄이 튀어 나오고, 거미처럼 벽을 자유자재로 기어오를 수 있다. 거기다가 위험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된다.
피터의 삼촌 벤은 평범한 기술자. 지금은 회사에서 감원돼 일을 그만둔 상태이다. 신문에는 컴퓨터 관련 기술자 모집 광고만 나와 있고,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피터에게 무언가 변화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긴 하지만 '10대니까'하면서 묵묵히 지켜본다.
자기를 놀리는 친구들을 골탕 먹이고, 짝사랑하는 여자 친구 메리 제인을 생각하며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하는 피터. 피터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움을 하고 돌아온 후 벤 삼촌은 피터에게 충고한다. '큰 힘에는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고. 피터는 아버지인 척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그 대화가 두 사람의 마지막이 되고 만다.
벤이 길에서 차량 절도범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난다. 피터는 자신의 힘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범죄가 있는 곳에 스파이더 맨이 나타나며 악당 그린 고블린과의 싸움이 이어진다.
피터에게 그런 삼촌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 삼촌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래도 스파이더 맨이 자신의 힘을 좋은 일에 썼을까. 이런 상상은 공상과학 영화에 불필요한 것일까. 아닐 것이다. 머리가 하얗고, 주름진 모습이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삼촌과 숙모가 있어서 피터는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자신의 초능력을 잘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악당 그린 고블린이 나중에 피터를 없애기 위해서는 그의 심장을 공격해야 한다며 상실의 고통을 주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터 숙모에 대한 공격.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피터에게 어떤 고통일지 알기에 저지르는 일이다. 애초에 가지지 않았던 사람은 상실을 알지 못한다.
피터는 악당에게 '나의 아버지는 벤 파커'라고 분명히 말함으로써, 삼촌 생전에 '아버지인 척 하지 말라'고 했던 그 말을 갚는다. 그의 가슴 속에 내내 빚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살면서 사랑의 빚 외에는 지지 말라고 했는데, 누구에게 사랑으로 빚지고 또 갚으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언제적 '스파이더 맨'인가. 그가 다시 살아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고 알려주며, 영화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아이들과 보기에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 있었지만, 아이는 극장을 나서면서 지극히 평범하게 한마디한다. "초능력이 생겨도 좋은 일에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 엄마. 그치?"
덧붙이는 글 | SPIDER-MAN 스파이더 맨 / 감독 샘 레이미 / 출연 토비 맥과이어, 윌렘 데포, 커스틴 던스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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