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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절반은 여성, 유권자의 절반도 여성이다. 도민의 삶의 질을 책임질 도지사 후보의 여성관은 당연히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다. 그러나 선거때 후보들이 내놓는 딱딱한 공약이나 정책만으로는 그의 여성관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경남도민일보는 도지사 후보 3인에 대한 밀착인터뷰를 통해 그의 평소 여성관을 집중점검한다. <편집자주>

김혁규 후보는 마산 어시장에서 막 유세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마침 인터뷰를 약속한 5일의 일정에는 경남도민일보 방문이 잡혀 있었다. 6층 경영관리국과 4층 편집국에 들러 인사를 마치고 회의실에 마주 앉은 시간은 오전11시30분. 예정보다 20분 정도가 이미 초과해있었다. 30분만에 인터뷰를 마쳐야 할 상황. 마음이 급해진 기자와 달리 김 후보는 느긋하게 담배부터 한 대 빼 물었다.

- 혹시 특별히 좋아하는 여성 탤런트가 있나요?
"허허, 좋아해봤자 그림의 떡이지. 그런데 강수연씨가 연기를 참 잘하데요. 얼굴도 흠잡을 데가 없고…."

- 평소에 TV는 잘 안보시는 모양이죠?
"집에 일찍 들어가면 때때로 보지만 거의 볼 시간이 없죠. 인기 있다는 소문이 나면, 집사람이 말해줘서 가끔 보긴 하는데, 특정한 드라마가 있는건 아니고…."

- 보신 것 중에서 기억하시는 드라마가 있나요?
"음, <여인천하>하고, <왕건>은 좀 봤죠."

- 일과후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보통 몇 시입니까?
"일주일에 3일 정도는 8시쯤, 또 3일 정도는 11시쯤…."

- 주말이나 휴일엔 뭐하세요?
"등산도 한번씩 하고, 딸하고 사위 만나 저녁도 먹고, 뭐 그러죠."

- 아침에는 집에서 몇시에 나섭니까?
"요즘은 선거 때문에 아침 5시쯤 일어나는데, 지사직 할 때도 5시30분쯤 눈을 뜨는데, 1~20분 정도는 잠 깨고, 6시에 일어나서 8시에 출근하죠."

- 아침 밥은 집에서 먹고 나오시나요?
"늘 먹고 나와요."

- 뭘 드시는데요?
"3분의 1은 토스트를 먹고, 3분의 2는 밥을 먹는데, 토스트를 먹으면 배가 편해요."

- 정치인들은 대체로 바쁘다보니 부인을 내조하는 사람으로만 묶어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부인이 남편과의 홀로서기를 시도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하, 우리 집사람은 그런 성격이 아닙니다. 이번에 내가 도지사 다시 나오는 것도 말렸어요. 힘들다고…, 도지사 부인으로서 구속된 생활도 부담스럽고."

- 다시 도지사가 되면 기자들에게 관사나 집을 취재처로 공개할 용의는 없나요?
"도지사라는 직책 자체가 행정하는 겁니다. 살림사는 거죠. 선거 때는 정치인으로 역할을 하지만, 당선 이후엔 정치와 무관한 겁니다. 기자들에게 오픈하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기사거리가 없지 않겠어요? 저녁에 소주 한잔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아침마다 정치인 식으로 집에서 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나도 불편하고, 안 그래요?"

- 소주를 좋아하시나봐요?
"보통 (나보고) 많이들 한다고 하는데, 컨디션에 따라 달라요. 소주 반병 정도 먹으면 기분 좋고, 한병도 먹죠."

- 혹시 술마시고 실수해 본 적은 없습니까?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술이 됐다 싶으면 안 마시니까. (구주모 편집부국장을 가리키며) 여기 있는 분들도 알지만 저는 술이 좀 되면 그때부터 안 마셔요."

- 부인에게 사랑의 표현은 가끔 하십니까?
"저는 집에 들어가면 무뚝뚝하다고 해요. 그래서 집사람이 불만이 많죠. 사랑한다, 뭐 이런 말도 가끔씩 하고 해야 하는데, 거의 안하는 편이에요. 그냥 이심전심으로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통하지 않겠어요? 그런 점에서 저도 미안한 점이 있어요."

- 왜 미국사람들은 그런 표현이 자연스럽지 않나요? 미국에서도 오래 사셨는데
"미국서 살아도 어릴 때 가정에서 커 나온 경험이 인격형성에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밑바탕 성격이 안그래요."

- 그럼 부인과 대화는 언제 하십니까?
"대화는 많이 하는 편입니다. 도정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집사람은 밖에서 들은 일들도 전달을 해주죠. 집에서 야당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 자녀와도 자주 대화를 하십니까?
"가까이 있으니까 일주일에 한두번씩 딸과 사위가 집에 오고, 한달에 한번정도는 내가 방문을 하죠. 또 일주일에 두세번은 전화도 합니다."

- 무슨 말씀을 하시는데요?
"그냥 '니 잘있냐','애는 어떻냐'는 얘기죠."

- 만약 사위나 딸이 정치를 하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가 볼 때 우리 사위는 그럴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본인이 취미가 있고, 스스로 하고 싶어한다면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봅니다."

- 부인과는 어떻게 만나 결혼했나요?
"부산에서 옛 경남도청에 있을 때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는데, 그 친구의 처제가 집사람이에요. 그땐 경북대 의대 간호사였죠."

- 우리사회에서 과연 여성들이 성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가 주욱 전통으로 있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권익이 지금까지 상당히 소외돼 왔습니다. 시장경제와 민주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권익요구도 많은데 예전보다는 상당히 향상도 됐죠. 여성의 취미활동이나 사회교육에서 꽃꽂이니 댄스 음악 요리 등 교육기회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요. 남성을 위한 프로그램은 별로 없죠. 공무원도 60대 40으로 여성이 더 많이 합격해요. 또 읍면동은 반반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앞으로 한 10년쯤 지나면 여성의 사회진출 불균형이 모두 해결될 것으로 봐요. 이렇게 되면 남성들이 오히려 역차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또 예전에는 여성공무원들이 주로 단순업무만 맡고 있었는데, 제가 5~6년전부터 모든 부서에 배치하는 작업을 해왔어요.(계속 편안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던 그는 점점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의 대답은 묻지도 않은 '여성의 정치진출'로 이어졌다.)

저는 도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본인도 약간 부담토록 해가지고, 매년 120명씩 4년제 대학에서 여성이 지방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리자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상당히 훌륭한 여성들이 많이 나와요. 또 각종 위원회도 여성들로 바꿔나가고 있죠. 이렇게 젊은 여성들의 도정 참여기회를 늘리고 있는데, 저는 시·군의원이나 도의원에는 여성이 반 정도 들어와야 한다고 봐요. 이건 살림 사는 것이거든요· 여성의 지방정치 진출이 많이 돼야 합니다."

- 공무원 30% 여성할당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잘못된 겁니다. 왜냐면 도의 경우 남녀 비율이 여성이 20%, 남성 80%예요. 그러면 8대2로 승진기회를 줘야 하는 거예요. 이런 경우 여성에게 30%를 주고 남성은 70%를 주는 것은 오히려 경우에 맞지 않죠. 취지는 좋은데 이 문제는 직원의 남녀 비율에 의한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물론 여성이 40%라면 승진기회도 40%를 가져야 겠죠."(이 말은 지난번 도민일보 주최 토론회에서도 나왔던 얘기였다. 이야기가 너무 딱딱하게 흐른다 싶었다.)

- 하리수 아시죠?
"예."

- 그런 트랜스젠더는 주민등록을 여성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성전환을 해서 여성의 기능과 신체적 조건을 가졌다면 바꿔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부작용이 없죠.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 인격에 문제 생겨요. 나는 현실주의자입니다."

- 남성의 군복무 경력을 공무원시험에서 가산점으로 인정해주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직업군인으로 군에 가는 사람 외에는 헌법상 의무를 수행키 위해 가는 겁니다. 시험에서 가산점은 고려해봐야겠지만, 임용 후 경력인정은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 아시죠? 예를 들어 저같은 경우엔 '김하주완'식으로 어머니 성과 아버지 성을 함께 쓰는 거죠. 또 호주제 폐지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앞서는 부분이 많습니다. 여성의 성을 자식에게 못붙인다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성차별이죠. 합의에 의해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 아들이 없는데요,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생각은 해봤죠. 그런데 요즘은 출세하려면 딸만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데요?(웃음) 일부러 안낳으려고 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됐어요."

- 혹시 남자의 할 일과 여자의 할 일이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부분도 있고 같이 할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애 낳는 일은 남자가 못하잖아요. 자연의 섭리에 의해 할 일은 해야하지만, 빨래나 밥하는 건 서로 여가 나는대로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 설거지도 가끔 하시나요?
"미국에 있을 땐 때때로 밥도 하고 설거지도 했죠."

- 간통죄 폐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론 폐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으로 개인의 성자유를 억제할 순 없다는 거죠."

- 딸이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딸만 있기 때문에 객관성이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부모의 봉양을 책임지는 사람을 우선 배려하고 나머지는 공평하게 나누는 게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 우리지역 여성단체의 이름을 아는대로 말씀하신다면?
"상당히 많죠. 고주모도 있고…."

- 그게 뭐죠
"고향사람 주부모임이죠. 그리고 간호사협회라든지, 성폭력 예방을 위한 조직도 있고, 대한여성협회도 있죠."

- 운동권쪽 여성단체는 잘 모르시는군요.
"매맞는 여성을 위한 뭐, 그게 뭐지? 김해서 회장하는 분도 있잖아요."

- 장정임씨 말입니까?
"아, 예."

-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여성들에게 욕을 얻어먹을진 모르겠지만, 하나님의 가장 좋은 작품은 사람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예술적으로 미스코리아대회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경남에서, 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쁘고 교양있는 여성을 뽑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봐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주장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 야한 옷이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남성들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거 답변하기 곤란한데, 저는 우리 인간의 생각과 사고가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는데요, 옷차림은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성적인 문제는 2차적인 문제죠."

- 마지막으로 도내 여성에게 당부하고픈 말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고급교육을 받고 숙련된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을 사회적으로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교육은 국가적으로 투자한 겁니다. 그런 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능력이 결혼을 통해 모두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요. 여성이 가사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사회활동과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제가 앞으로 4년간 도지사로 선택되면 여성이 시간과 가사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영유아보육원이나, 잠시 아이를 맡기고 3~4시간동안 다녀올 수 있도록 (아마 시간제 탁아소를 말하는 듯) 확대할 계획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시계를 보니 이미 약속한 시간보다 30분이 넘어 있었다. 서두른다고는 했지만 훌쩍 시간이 지나버린 것이다. 그러나 김 후보는 다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수행한 참모들이 재촉을 했지만,미진한 듯 몇가지 이야기를 더 했다. 그는 "정말 평소 생각 그대로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도지사직을 수행하는 동안 현 정권에 의해 경남이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예산을 경남에 적게 준다든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록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남에 지방기록보존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경남도민일보(http://dominilbo.co.kr)와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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